[딜제]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 하고 울지 않는다 2

 

 

202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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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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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잿빛 세계를 밝히는 휘황찬란한 청색 네온사인.
 
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몇 번 고쳐 잡은 뒤 가까스로 말합니다.
 
죄목은 본부의 주요 기밀 및 전력 강제 탈취,
 
안전지대 곳곳에 파견된 대원들의 조속한 귀환을 요구하는 바이며…….
 
아나운서의 뒤로 익숙한 AOC 건물과 함께 처형이 예정된 'A급 범죄자'들을 촬영한 영상이 지나갑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한 거리 한가운데,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당신은.
 
임마: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딜런 H. 바넷: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지목된 범죄자들은 또 다른 AOC 대원들이며, 그 죄목은 제티와 딜런이 저지른 것입니다.
 
당신은 이것이 경고임을 깨닫습니다.
 
본부의 주요 기밀을 알아차리고 무단으로 이탈한 딜런과 제티, 두 사람이 조속히 복귀하지 않으면 동료들을 한 사람씩 제거하겠다는 경고 말이에요.
 
동료들이 오늘 처형당합니다.
 
당신들의 죄목을 덮어쓴 채로,
 
익숙한 비일상 감에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흐릅니다.
 
딜런 H. 바넷: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이성치 감소 없음
 
긴급 속보가 흘러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평범하게 점심을 조달하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 있던 빵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유를 얻은 그 날로부터 벌써 1년이 흘렀네요.
 
당신은 크리쳐를 죽이고 터뜨리는 대신 페인트칠이나 주차 대행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습니다.
 
이놈의 월세는 어찌나 비싸던가요?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이제야 평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당신의 괴로울 정도로 날카로운 감은 뾰족하게 경보를 울립니다.
 
어떻게 엮이든 위험한 일이 생길 거라고!
 
(GM):핸드아웃 확인
죽은횟수 9
 
딜런 H. 바넷:확인완
 
그때, 딜런은 '어떤 위협'을 느끼고 다섯 걸음 물러섭니다.
 
민첩한 반사 신경은 어떤 아르바이트 생활을 했더라도 조금도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 직후, 철퍽! 소리와 함께 딜런의 주변으로 붉은 액체가 튀어 오릅니다.
 
딜런의 옷에도 몇 방울이 묻어버렸습니다.
 
이것의 정체는 평범하게…
 
파스타 소스를 끼얹은 사람(기절 상태)입니다.
 
제티 할로웨이:딜런!!
 
그리고 제티가 등장합니다.
 
제티는 근처 빵집에서 레토르트 파스타를 먹으며 속보를 보다 추격자에게 습격당했습니다.
 
제티는 근처 빵집에서 레토르트 파스타를 먹으며 속보를 보다 추격자에게 습격당했습니다.
 
제티 할로웨이:선배도 봤지? 당장 AOC로 돌아가야 해.
 
딜런 H. 바넷:본부로 돌아간다고 하니까 기절시켜서 끌갔으면서, 이제 와서? ...이런 상황에 전력 소실을 자처하면 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야. AOC가 모를 리가 없잖아.
 
제티 할로웨이:무슨 소리야? 아아나 줘
아니 이게 아니라...
쉽게 좀 말해!
 
딜런 H. 바넷:그러니까 빨리 본부로 돌아오라는 경고... 내지는 유인책이겠지. 한 명이 중요한 시기에 정말로 처형을 하겠어?(까지 생각했다가 당한 일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해서 입 다뭄)
 
제티 할로웨이:...그래도 만에 하나 진짜라면??
우즈키.. 아이군… 쇼이진… 라이진… 전부 우리 때문에 죽게 할 수는 없어....
알잖아? 그 친구들은 죄가 없으니까.
……사실, 별로 안면은 없지만...
식사는 커녕 인사도 해본 적 없지만….
한 명은 이름을 틀린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딜런 H. 바넷:그럼 우린 죄가 있어서 이딴 일을 겪어야 했나?
지금 본부로 돌아가면 우리도 죽은 목숨이야.
탈영병이라고....
 
제티 할로웨이:그래. 우리를 노리는 함정일 확률이 높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야...
최소한 내가 믿는 정의는 사람을 위한 정의니까.
방관? 아무튼 구경만 하고 싶진 않아!
딜런은 이 상황에서 외면할 수 있어?
 
딜런 H. 바넷:외면하고 싶어서 이런 생활을 하는 게 아니었어?
...잘 생각해. 네가 본부를 떠날 때 무슨 다짐을 했었는지.
 
제티 할로웨이:그래도 이런 식으로 다른 동료가 나 대신 죽기를 원한 건 아니야!
선배는 우즈키? 랑 아이 군? 이 죽어도 상관 없는 거야?!
 
딜런 H. 바넷:너야말로 남은 그렇게 걱정하면서 니가 죽는 건 괜찮다는 거야? 여태 10번 가까이....
몰라. 나랑 일면식도 없는 사람까지 챙길 여유 없어.
처형당하지 않더라도 전선에서 죽을 운명일지도.
 
제티 할로웨이:....딜런 선배는 말이 안 통해.
나는 크리쳐니까 죽어도 상관 없잖아??
됐어, 나 혼자라도 갈래! (얼굴에 묻은 토마토소스 벅벅 닦아요 .)
 
딜런 H. 바넷:야, 혼자 가기는? 너 혼자 가면 때려 부수기밖에 더 해?
하... 그래. 죽지 않는 크리처보단 목숨이 한 개뿐인 사람을 살리는 게 맞겠지.
할로웨이. 널 따라 본부에 가겠지만, 만일 문제가 생긴다면 널 원망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청구도 할 거고.
 
제티 할로웨이:진짜?! 같이 갈 거야??
.... .... 보상 해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개미만한 목소리로...) 이제 가진 보석이 없는데 ....
...어떻게든 되겠지! 문제만 안 생기면 되는 거 아냐!
 
딜런 H. 바넷:어. (ㅡㅡ) 본부로 가면 네 가문이랑 접촉할 수 있을 거 아냐? 어떻게든 해 달라고 해.
내 예감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하네...
 
제티 할로웨이:너무 걱정하지마 선배! 주름 생겨.
그럼 숙소로 가서 짐부터 챙겨야겠다.
그거 알아? 선배 옷에 스파게티 소스 엄청 많이 묻었어...
 
딜런 H. 바넷:...누구 때문인데. (짜증)
(숙소로 간다 저벅저벅...)
 
딜런과 제티는 그 길로 숙소로 돌아갑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제티는 옷장 한구석에서 방치된 AOC의 군복을 꺼냅니다.
 
AOC에 잠입할 예정이라면 이보다 좋은 작업복도 없겠죠.
 
서스펜더를 조이고 조끼를 여민 뒤 거울을 보면,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 모든 사건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정의를 추구하나요?
 
제티 할로웨이:뭘 가져가야 하지...
비상식량? 음료수...
 
딜런 H. 바넷:무기도 챙겨야지.
 
제티 할로웨이:그래봤자 단도 같은 거 밖에..
그래도 이거라도 챙겨야지...
 
(GM):비상식량, 음료수
한 사람당 2개씩 챙길 수 있으며, 각각 HP +1, 이성치 +1 효과를 합니다.
 
딜런 H. 바넷:하나씩 챙겨. (본인도 하나씩 챙긴다...)
 
제티 할로웨이:흠... 요기도 안될 것 같이 생겼는데 (작은 가방에 대충 쑤셔 넣어요)
 
딜런 H. 바넷:그럼 니가 들고 있다가 나 줘. 넌 어차피 안 먹어도 안 죽잖아.
 
제티 할로웨이:.... 칫. 알았다구... (뭐라고 하고싶은데... 듣고보니 맞는말이라 수긍함)
준비 다 됐으면 가자구
 
딜런 H. 바넷: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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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서는 걸음은 새하얗게 쌓인 눈 위로 묵직하고 정갈한 발자국을 남깁니다.
 
숨을 들이마시면 여전히 폐의 깊은 부분까지 얼어붙는 듯한 추위, 안전지대의 겨울은 매섭습니다.
 
날카로운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신뢰감 넘치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이 그에 따라 휘날립니다.
 
회색 세계에 걸맞은 회색 건물,
 
그리고 청색 유리창,
 
정의와 안전의 상징인 특수 부대 AOC,
 
이제는 익숙하고 지겹고 끔찍한 당신의 예전 직장입니다.
 
몇 번의 추적자가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이곳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딜런, 각오는 되어 있나요?
 
지금부터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제티 할로웨이:춥다...
 
딜런 H. 바넷:크리쳐도 추위를 느꼈던가. (계속 걷는다.)
 
제티 할로웨이:흥. 본인이 크리쳐일 때는 기억이 안나나 봐?
 
딜런 H. 바넷:기억 안 나....
아픈 건 다 느꼈던 거 같은데.
 
제티 할로웨이:참나... 추위도 배고픔도 아픔도 다 느끼거든요...?!
...됐어, 딜런... 우리 어디로 들어가야 해?
정문으로 당당하게?
 
딜런 H. 바넷:흠... 본부에 무전이라도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골라 봐. 하나,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가서 곧바로 붙잡힌다.
둘, 쥐새끼처럼 몰래 들어가 이쪽에서 곧장 수뇌부를 찾아 간다.
 
제티 할로웨이:.... 선택지 준 거 맞아?! ... 하나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딜런 H. 바넷:쥐티 할로웨이... (중얼)
 
제티 할로웨이:...뭐라고???
내가 크리쳐인 건 잊지 않았겠지? 청각도 딜런보다 좋다,고. ㅡㅡ(노려봐요)
 
딜런 H. 바넷:아냐. 혼잣말이었어. 가자. (쥐새끼처럼몰래들어가기로)
 
제티 할로웨이:...
흥.
따라 오던가 말던가. 괜히 데려왔어 ㅡㅡ
 
길 안내는 제티가 앞장섭니다.
 
알려지지 않은 루트를 예전에 파악해뒀다고 꿍얼거리면서요.
 
제티 할로웨이:...쥐티 할로웨이? 어떻게 그런 말을...
됐어. 어이 딜런 힐 바넷 씨 .
기는 쪽이 좋아, 나는 쪽이 좋아?
 
딜런 H. 바넷:거 참 뒤끝 있네.
나는 쪽.
 
제티 할로웨이:흥. 본인은 박쥐신가보지?
 
AOC 본부 근처, 옆 건물로 올라선 뒤에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 길이야말로 무식하고 저돌적인 침입의 극치라는 사실을요.
 
아무도 제티에게 인간은 날 수 없다고 가르쳐주지 않았던가요?
 
딜런 H. 바넷:사람이 어떻게 박쥐야? (할로웨이가 들고 나르면 어떻게든 되겠지... 빠르고 확실한 길이니......)
 
안전장치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의심스러운 장치를 딜런의 조끼에 묶으며 제티는 당신을 안심시킵니다.
 
제티 할로웨이:사람이 쥐인 건 괜찮고?
..좀 삐걱대네...
괜찮아, 아직은 1명밖에 안 떨어졌대.
 
딜런 H. 바넷:너한테 쥐라고 한 적 없는데?
떨어져 죽으면 죽여 버릴 거야.
 
제티 할로웨이:...안 떨어져!! 딜런. 나 쥐라는 단어가 너무 싫으니까 그만 말하자... (어지러운 듯 고개 절레절레)
 
대답을 할 틈도 없이 제티는 딜런을 껴안고 뛰어내립니다.
 
어느새 반대편 건물에 고정해두었던 건지, 두 사람을 지탱한 와이어에 의지한 채 호를 그리며 날아갑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에 걸쳐 건물 외벽을 밟고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했을 때, 아까보다 한층 더 날 선 겨울바람이 매몰차게 얼굴을 때립니다.
 
휘날리는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제티의 두 눈은 근래의 1년 중 제일 반짝이고 있습니다.
 
제티 할로웨이:...재밌다...!!
난 어쩌면 줄곧 이런 날이 다시 오길 기다렸는지도 몰라.
 
당신을 안은 채 옥상으로 일절 충격 없이 가볍게 착지한 그는 가볍게 덧붙입니다.
 
제티 할로웨이:딜런이랑 같이 싸우는 거 재밌거든.
 
딜런 H. 바넷:(...)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데에서 재미 찾다간 훅 간다.
 
제티 할로웨이:...잔소리 듣는 건 재미없는데... (귀 막아버려요)
 
딜런 H. 바넷:(ㅡㅡ) 근데 쥐는 왜? 어릴 때 물리기라도 했어?
 
제티 할로웨이:그만 하라고 했지~~~!!! !!! 안들려 안들려!!! (귀 꾸우욱)
 
허공으로 떠올랐다 가라앉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흐트러지며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제티는 딜런의 조끼에 걸린 와이어 고리를 풀어주곤 그대로 등을 돌립니다.
 
여전히 귀는 꾸욱 막은 상태군요.
 
이곳은 AOC 건물의 옥상입니다.
 
딜런 H. 바넷:(왜이래??) 목소리 줄여. 쥐새끼처럼 들어간단 뜻을 몰라?
 
제티 할로웨이:듣기 싫다고 했는데 딜런이 자꾸 얘기하잖아!
 
딜런 H. 바넷:왜 듣기 싫은데? 알려 주면 그만 할게.
 
제티 할로웨이:싫은데 이유가 꼭 있어야 돼? (...귀 막았던 손 풀고 딜런 째려보며)
 
딜런 H. 바넷:그럼 그냥 싫다고 하면 되잖아.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피차일반임)
 
제티 할로웨이:예민한 건 딜런이잖아??? 원래부터 예민하면서 누가 누굴더러... (입술 삐죽이곤 휙 돌아서요)
...안 갈거야?!
 
딜런 H. 바넷:(한숨 쉬고) 애야 애.... 어, 가. (따라간다.)
 
제티 할로웨이:...한 살 밖에 차이 안 나거든!
...... 왜 이렇게 기분이 별로지.
아무튼 최상층으로 가야지.
거기 모여있지 않을까....
 
딜런 H. 바넷:시시각각 감정이 변하는 것도 애라서 그래.
 
제티 할로웨이:...아까부터 딜런이 기분 나쁘게 하고 있으면서...
 
딜런 H. 바넷:(모르쇠~) 요즘 같은 때에는 AOC도 비상일 테니까 모여 있을 확률이 크지. 내려가자.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문 찾으며)
 
제티 할로웨이:...내가 먼저 갈거거든!! (우당탕쿵탕)
 
딜런 H. 바넷:할로웨이 좀 살살!
어휴...! 나 없이 왔으면 어쩌려고 했어?
 
제티 할로웨이:...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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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과 제티가 최상층에 도달하면, 제티는 딜런을 뒤로 한 채 앞장섭니다.
 
몇 발자국 걷던 그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합니다.
 
누가 누굴더러...?
 
그저 돌입할 생각뿐이었는데, 소강당 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그 안을 본다면….
 
소강당 안에는, AOC의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열을 맞춰 정면을 보고 있습니다.
 
각 잡힌 자세와 특수한 제복, 분명 딜런과 제티가 입고 있는 특별 제작 군복입니다.
 
문득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들은 전부 당신과 같은 최강의 인류들이라는 사실을요.
 
총 100구역으로 나누어진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200명의 특수 부대원,
 
언제나 2인 1조로 행동하며, 하나하나가 일당백인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는 크리쳐와의 공방으로 바빠서 모일 일이 전혀 없는데, 어쩐 일로 한 곳에 모인 걸까요?
 
딜런 H. 바넷: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바쁘게 눈을 움직이던 당신은 군인 중 한 명이 딴짓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한 손을 뒤로 한 채 휴대폰으로 스도쿠를 하고 있네요.
 
과연 딴짓의 솜씨마저 최강입니다.
 
딜런 H. 바넷:(...다른 곳으로 눈 돌린다. 그나저나... 이렇게 다 모여 있으면 크리쳐는 방치해도 되는 건가?)
 
제티 할로웨이:저 사람 스도쿠 하네... 재밌나?
 
그들의 앞으로, 뒷짐을 진 사람이 걸어 올라갑니다.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탁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고쳐 잡자, 거슬리는 굉음이 울려 퍼집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AOC의 최고 권력자, 소장입니다.
 
딜런 H. 바넷: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소장은 연설하는 내내 어쩐지 자꾸만 땀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냅니다.
 
무언가 불안한 일이 있는 걸까요.
 
패트릭 할로웨이:이번 처형식에 관해서는 다들 보도를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저지른 행위가 다름 아닌 안전 지대의 정부에 반하는 테러나 마찬가지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고자 극단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누군가가 질문합니다.
 
요원 1: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일반 부대에게 맡기고 중심부로 전원 집합할 만큼의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층부에서는 대규모 폭동이라도 일어나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패트릭은 다시 한번 땀을 훔치곤 마이크를 고쳐잡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바닥으로 추락한 마이크가 또 요란한 소리를 빚어냅니다.
 
그는 벌벌 떠는 손으로 마이크를 탁상 위에 올리곤 말합니다.
 
패트릭 할로웨이: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요즘 안전지대 정부의 대 크리쳐 정책에 반항심을 품은 불순한 단체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최강의 인류인 여러분을 선보이는 것으로 위기감을 줄일 시기입니다.
이번 처형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주목할 것이고, AOC와 정부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의심하지 마십시오, AOC야말로 정의입니다.
 
마지막 말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확고하게 들렸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 소장은 전원 AOC 본부 전체를 돌며 반란 분자가 잠입하지 않았는지 순찰할 것을 명한 뒤 자리를 뜹니다.
 
제티 할로웨이:뭐래...
지루해서 하나도 못들었어...
딜런은 뭐라고 하는지 들었어?
 
딜런 H. 바넷:대규모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네. 소장 말인데, 분명 너희 가문 사람이었지? 최근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알... 턱이 없구나.
흠, 처형식에 AOC 정예를 전부 세워 둘 생각인가....
 
제티 할로웨이:아마도....? 모르겠다... 당연히...!! 모르지 나는......
어떻게 해야되지?... 인질부터 구해야되나?....
우리 군복 입었으니까 사람들 속에 섞이면 잘 모르지 않을까?
여기 CCTV 화질도 별로거든 ....
 
딜런 H. 바넷:그게 최선이겠지. 다른 대원한테 우리 얼굴이 안 팔렸으면 좋겠네. 하지만 우선 소장과 접촉하자. 처형식을 중지시키면 위치도 모르는데 구하러 갈 필요가 없으니까.
 
제티 할로웨이:음... 알겠어. 그럼 일단 조사부터?
어디로 갔으려나....?
 
두 사람은 다른 대원들처럼 AOC 본부의 순찰을 시작합니다.
 
광기 어린 연설에 질려버린 자도, 감화된 자도 있지만, 입까지 올린 AOC 마스크 덕분에 딜런과 제티의 얼굴을 알아보는 대원들은 없습니다.
 
닮았다고 생각되더라도 금방 털어버리겠죠, 당신들은 대외적으로 1년 전에 죽은 사람들이니까요.
 
(GM):―현재 시각 오후 2시 45분, 딜런, AOC 최상층에 도달, 소강당의 집합을 목격.
 
딜런 H. 바넷:할로웨이. 따로 행동할까? 넌 인질의 위치를 파악하고, 난 소장을 찾고.
 
제티 할로웨이:여긴 위험해서 .... 따로 행동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딜런은 총 한 방만 맞아도 죽잖아?
 
딜런 H. 바넷:그 말은... 널 총알받이로 써도 된단 거지? 좋았어, 가자. 할로웨이. 이 층에서부터 내려가며 찾아 보자.
 
제티 할로웨이:... 원래 나는 그런 역할 아니었어?
 
지금부터 자유 조사를 시작합니다.
 
AOC의 건물은 최상층을 제외하면 총 36층이 있습니다.
 
소장의 연설을 들은 대원들을 무작위로 골라 대화할 수도 있고, 다른 층을 탐색할 수도 있습니다.
 
딜런 H. 바넷:(할로웨이 말대로 총도 위험하지만 대원에게 말을 거는 것도 마찬가지야. 최상층을 수색한다.)
 
최상층에는 함께 소장의 연설을 들은 몇몇 대원들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딜런 H. 바넷: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딜런은 근처에 있던 요원들의 대화를 슬쩍 엿듣습니다.
 
요원 1:상관의 명령이니 따르는 수밖에 없지만, 이런 정의를 따르기 위해서 들어온 게 아니었는데요...
제가 지켜야 하는 건 무엇이죠? 저는 지금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요?"
 
요원 2:봉급도 넉넉하니 괜찮지 않아?
그리고, 과시하기에 나쁘지 않거든.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왔는데 겸손하게만 사는 게 옳다곤 생각 안 해.
그거 아세요? 근래 들어 시체도 남기지 않고 사망하는 대원들이 늘었거든요.
 
요원 3:그래. 전부 탈영했다는 소문이 있더라. 윗물이 고여 썩어가니 흘러내리는 걸 참을 수 없었던 걸까...
 
요원들은 대화를 마치고선 발걸음을 옮깁니다.
 
딜런 H. 바넷:(...사망인지 실험체로 끌려갔을지는 모르는 일이지. 할로웨이 봄. 뭐 하고 있나?)
 
제티 할로웨이:(앉아서 개미관찰하ㅣ고 있다 )
딜런... 건물 안에도 개미가 살 수 있나봐...
 
딜런 H. 바넷:...내려가자. (아래층으로 내려갑니다.)
 
36층으로 내려갑니다.
 
(GM):시작 전, 크리그어2용 전투 특수 룰을 알려드립니다.
탐사자를 향해 들어오는 모든 공격은 KPC가 대신 맞습니다.
KPC에게 들어오는 공격은 탐사자에게 넘기지 않습니다.
KPC는 hp가 0이 되면 사망하지만, 1ROUND 후 부활합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복도를 바쁘게 뛰어다니는 대원들이 보입니다.
 
상관:뭐 하는 거야? 여태 무기도 안 챙기고 있다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지나가던 상관이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두 사람에게 탄환이 가득한 총을 넘겨줍니다.
 
당신과 제티에게 익숙한 대 크리쳐 살상탄과 라이플이지만, 소장의 연설에 따르면 상대는 사람 아닌가요?
 
대 크리쳐 살상탄의 위력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절대 대인용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은 계산으로 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AOC의 낌새가 이상하다, 말로 내뱉지 않아도 제티 역시 위화감을 눈치챈 듯 경각심을 뾰족하게 올립니다.
 
딜런과 제티가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예?
 
여기서요?
 
갑자기요?
 
당황스럽겠지만, AOC 본부 한복판에서 크리쳐와의 전투입니다.
 
소리를 들은 다른 대원들의 지원이 올 법도 한데, 오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침입한 걸까요?
 
딜런 H. 바넷:...!? 본부 건물 내에 크리쳐라니, 이게 무슨....
 
제티 할로웨이:...엄청 이상한데???
 
딜런 H. 바넷: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7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혼란스러운 와중 딜런은 깨닫습니다.
 
이 크리쳐, 처음 보는 형태입니다.
 
상급인가?
 
딜런 H. 바넷:할로웨이. 정신 똑바로 차려. 평소에 상대하던 만만한 크리쳐가 아닐지도 몰라.
 
제티 할로웨이:...옛썰!!
그래도 총을 받아서 다행이다. 그치?
우릴 진짜 못 알아보나... (목티 끝까지 올려요)
 
딜런 H. 바넷:못 알아보면 잘된 일이니까. (크리쳐에게 총 겨누고 행동을 관찰한다...)
 
적의 수, 35마리
 
(GM):딜런-제티-크리쳐로 진행합니다.
딜런 턴
전투 탭에 대 크리쳐 살상탄이 추가되었습니다.
 
딜런 H. 바넷: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2
 
오랜만에 잡는 총임에도 그 감각은 낯설지 않습니다.
 
화려하게 포화가 터지고, 12마리의 적들이 괴성을 지르며 터져나갑니다.
 
남은 적, 23 마리
 
(GM):제티 턴
 
제티 할로웨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4
 
침착하게, 한 번에 하나씩? 아니요! 14마리씩!
 
콰광, 펑!
 
요란한 소리와 함께 14마리의 적들이 나가 떨어집니다.
 
남은 적, 9마리
 
(GM):적 턴
 
???:
촉수
기준치: 45/22/9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제티 할로웨이:...엄청 느린데?
얼마 안 남은 거 같은데.. 선배가 마무리 해!
 
(GM):딜런 턴
 
딜런 H. 바넷: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피해: 11
 
제티 할로웨이:...어디다 쏘는 거야?!
 
딜런 H. 바넷:......
 
제티 할로웨이:비켜 봐!!!
 
(GM):제티 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7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1
 
투둑,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고, 약간 늦게 총알이 무작위로 날아갑니다.
 
허공을 가로지르던 총알들이 남은 적들을 일제히 격추시킵니다.
 
남은 적, 0마리
 
제티 할로웨이:...뭐해 선배?
 
딜런 H. 바넷:...오랜만이라 그래.
 
제티 할로웨이:오랜만이긴 한데...
...알았어, 큰 맘 먹고 모른 척 해줄게!
...근데 도대체 얘네는 뭐지?
처음 보는 생물 같은데...
 
딜런 H. 바넷: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4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딜런이 적의 시체를 조사하면, 핵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크리쳐가 아닌 건가?
 
인간은 아니지만 크리쳐 역시 아닌 것, 이들의 정체는 도대체….
 
딜런 H. 바넷:이게 뭐인지도 중요하겠지만 왜 이곳에 나타났느냐도 의문이네. 다른 대원들과도 대치하고 있는 건가?
 
제티 할로웨이:으음,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위에선 이걸 알고 있는 걸까?
아무래도 알겠지...
겸사겸사 이거 처치하라고 불러모았다던가?
 
딜런 H. 바넷:겸사겸사라면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을까? 숨기는 게 한두 개여야지.... 하여튼 뒤가 구리다니까. 내려가자. (아래층으로 간다...)
 
35층으로 내려갑니다.
 
AOC 곳곳에서 발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내려온다면 총을 든 세 명의 대원과 마주합니다.
 
아니, 이걸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중 한 명은 이미 명을 다해 뒹굴고 있으며, 한 명은 도망치는 중이고, 남은 한 명은 이미 전투 불능 상태입니다.
 
제티 할로웨이:헉.
 
인기척을 느낀 듯, 살아남은 대원의 배에 주둥이를 대고 쩝쩝거리던 괴물이 고개를 듭니다.
 
당신을 본 대원이 손을 뻗습니다.
 
구해줘, 입이 벙긋거립니다.
 
예?
 
여기서요?
 
갑자기요?
 
당황스럽겠지만, AOC 본부 한복판에서 크리쳐와의 전투입니다.
 
앞선 36층에서의 일과 마찬가지입니다.
 
곳곳에 이상한 괴물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대원들 역시 전투 중입니다.
 
제티 할로웨이:딜런 선배.... 어떻게 해?????
 
딜런 H. 바넷:...전투는 최소한으로 하면서 소장을 찾는다. 크리쳐가 이쪽을 인식하면 빠르게 상대하고 넘어가자. 전투 준비해, 할로웨이.
 
제티 할로웨이:(진지한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곤 총 잡아요)
 
적의 수, 22마리
 
(GM):딜런 턴
 
딜런 H. 바넷: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0
 
굉음과 함께 탄환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듭니다.
 
다시 한번 딜런이 찰칵, 하고 방아쇠를 당기자 발사된 탄환이 쪼개지며 각기 다른 일직선의 방향으로 향합니다.
 
남은 적, 2마리
 
제티 할로웨이:오오...
아까 실수 만회하는 거야?
 
딜런 H. 바넷:시끄럽고 마무리해.
 
제티 할로웨이:...넵...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3
 
가볍게 탕, 탕
 
남은 적 0마리
 
제티 할로웨이:헉, 아까 그 사람 괜찮나..??
 
딜런 H. 바넷:곧 죽겠지.
 
제티 할로웨이:아니 아무리 그래도...
 
딜런 H. 바넷: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대원들의 시체는 처참한 상태입니다.
 
홀로 살아남은 대원 역시 그 사이에 숨이 끊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같은 AOC, 같은 최강의 이름을 지녔다고 해서 두 사람과 같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요.
 
크리쳐가 아닌 이상 더욱 그렇겠죠.
 
제티 할로웨이:아무래도 늦은 것 같네...
조금 더 빨리 봤더라면 구할 수 있었을까?
 
딜런 H. 바넷:그건 당연한 얘기야. 이미 지나간 일에 하나하나 후회할 시간 없잖아?
 
제티 할로웨이:그건 맞지만... (시체 홀깃)
음... ....편히 잠드소서.... (가볍게 묵념하고는)
갈까....
 
딜런 H. 바넷:할로웨이, 정신 차려. 죽음을 한 두번 보는 것도 아니잖아. 네가 각오한 일이야.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제티 할로웨이:안다구요....
그냥 생각이 많을 나이라구.
 
딜런 H. 바넷:사춘기?
 
제티 할로웨이:그게 뭔데?
 
34층으로 내려갑니다.
 
16층에 도착하자 어둑한 복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곳곳에 폐기물들의 종류를 써 붙인 문패가 붙은 철문들이 있고,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복도는 쥐 죽은 듯 고요합니다.
 
그리고 벽과 바닥에는 해괴한 문양과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문양은 어딘가를 향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티 할로웨이:....
 
딜런 H. 바넷:이런 곳이 있었나? 넌 본 적 있어?
 
제티 할로웨이:어디서 본 거 같기도 하고...?
 
눈으로 문양을 쫓아가다 보면, 문양들이 중심부의 호실과 연결된 것이 보입니다.
 
제티 할로웨이:들어가볼까...?
 
딜런 H. 바넷:(고개 끄덕이고 진입한다.)
 
중심부의 호실로 들어가면, 사무실 전체를 사용해 빼곡하게 그려진 주문진을 발견합니다.
 
딜런 H. 바넷: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딜런 H. 바넷: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딜런은 방 안에서 대단한 마력의 흐름을 느낍니다.
 
어쩐지 이 방은 다른 공간보다 기이하게 온도가 낮은 것 같아요.
 
원형으로 짜인 주문진의 중심에는 네모난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이 진에서는 위화감이 가득합니다.
 
딜런 H. 바넷:대체 누가 이런 걸.... (상자를 확인해 본다.)
 
상자의 뚜껑을 열자,
 
마력의 흐름이 뒤틀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곧 천장에, 바닥과 같은 모양의 주문진이 그려지며 빛나더니 바닥, 천장 할 것 없이 촉수와 정체 모를 관절들이 튀어나옵니다.
 
제티 할로웨이:뭐, 뭐야?
깜짝 상자???
 
딜런 H. 바넷:겠냐? (일단 피하면서 상자를 다시 닫는다...)
 
딜런은 바닥에서 뚜껑을 집어 급히 상자에 다시 덮습니다.
 
그러자 촉수들이 다시 들어가고, 천장의 문양이 사라집니다.
 
제티 할로웨이:... 딜런 마법사야?
혹시. 마법학교 출신이라던가... 그래?
 
딜런 H. 바넷:...그런 꿈을 꾼 적이 있긴 해.
 
제티 할로웨이:꿈이 야무지네...
 
딜런 H. 바넷:부엉이를 데리고 기차를 탔었지.... (주문진을 봅니다.)
 
가까이 가 바라보자, 딜런은 진의 글씨가 전부 거꾸로 적혀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딜런 H. 바넷: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딜런은 거꾸로 쓴 글씨로 만든 부적이나 마법진은 '역주문'으로, 불러들이는 쪽이 아닌 쫓아내는 쪽에 가깝다는 정보를 떠올립니다.
 
딜런 H. 바넷:확실한 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또 있고, 나름대로 대처를 하고 있다는 거네. 이거, 너희 가문 사람이 만든 걸까?
 
제티 할로웨이:으음...~~ 어디서 본 거 같기도 하고...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도움이 안돼서 죄송합니다아....
 
딜런 H. 바넷:응 아니 괜찮아. 익숙하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일개 개인이 준비하기엔 사전 준비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그렇다면 AOC 측에서?
 
…소환은 AOC가 저지른 짓이 아닌가요?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제티 할로웨이:(익숙?) 조사하다 보면 뭐가 더 나오겠지!
딜런은 똑똑하니까 할 수 있잖아.
 
딜런 H. 바넷:조사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면... 아직은 정보가 부족해. 해야 할 일도 다르고. 이동하자.
 
제티 할로웨이:...넵!
 
딜런 H. 바넷: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보입니다.
 
지금 당장 알아낼 수는 없지만요.
 
제티 할로웨이:어디로 갈까요 대장님?
 
딜런 H. 바넷:이 층에 소장은 없어 보이지?
 
제티 할로웨이:...인기척은 안 느껴지는데...
크리쳐인 내가 말하는 거니까 믿어도 좋아!
 
딜런 H. 바넷:그럼 내려가자.
 
제티 할로웨이:오케이~ (우당탕 달려가요)
 
딜런 H. 바넷:(이젠 잔소리도 안 함. 어차피 다른 데도 다 시끄럽겠지...)
 
33층으로 내려갑니다.
 
상관:이 층은 순찰할 필요 없다.
 
딜런과 제티가 진입하자, 낯선 상관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상관:다른 층으로 가라.
 
제티 할로웨이:으음? ...왜요?
 
상관:순찰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게 하지 마라.
 
제티 할로웨이:(아무 말 없이 딜런 쳐다봐요)
(어떻게 해?)
 
딜런 H. 바넷:지원이 필요하단 무전을 받았습니다만, 상황 종료되었습니까? (태연하게 거짓말한다.)
 
상관:아, 지원팀인가? 예상보다 빨리 왔군. 방금 막 요청한 참인데. (딜런과 제티를 훑어봐요)
들어가서 대기조와 교대하면 된다.
 
상관은 안으로 들어가라는 듯, 몸을 틀어 길을 내어줍니다.
 
딜런 H. 바넷:알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며 제티에게 눈짓해요)
 
제티 할로웨이:우와, 넵. 수고하세요! (상관에게 인사하고 따라 들어가요)
(어느정도 멀어지자 소곤대며) 대박! 이게 통하네. 딜런 짱이다...
 
딜런 H. 바넷:괜한 소리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소곤) (대기조에게 다가간다.) 수고하십니다. 무전 받고 왔습니다. 인수인계 부탁드립니다.
 
조금 더 들어가자 대기 중이던 요원 2명이 보입니다.
 
그들은 딜런과 제티에게 IC카드를 내밀고는, 수고하란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주위를 살펴보자, 모든 호실의 불이 꺼져 있습니다.
 
본래 이 층은 전부 사무용으로 사용했을 텐데.
 
문은 당연하게도 전부 잠겨 있습니다.
 
딜런은 이곳 역시 34층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구석구석에 주문의 흔적 또한 보입니다.
 
딜런 H. 바넷: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 34층과 진의 중심부에 사용된 것은 기이한 아티팩트였습니다.
 
자세한 내용물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분명 상식적인 물건이 아니었죠.
 
33층에도 진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특별한 무언가가 중심에 있지 않을까요?
 
33층의 대략적인 구조도는 머리에 있습니다.
 
중심부에 있는 장소는 3304호 사무실입니다.
 
원래는 상관의 ID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지만... 방금 받았잖아요?
 
딜런 H. 바넷:(3304호로 향한다.
)..
 
ID카드를 사용해서 편안하게 입장합니다.
 
사무실 안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으며, 안에 있던 데스크 및 설비들이 전부 비워진 상태입니다.
 
손목과 발목이 묶인 채로 쓰러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까 본 것과 같은 거꾸로 적힌 주문진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제티 할로웨이:헉.
 
쓰러진 사람들은 모두 정신을 잃은 상태입니다.
 
오늘 자정 처형이 예고된 당신과 제티의 동료들로, 무고한 최강의 인질이네요.
 
목숨은 붙어있지만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딜런 H. 바넷:(우즈키와 아이군과 쇼이치와 라이진을 보며...) 이렇게 생겼었군. 할로웨이, 이 사람들의 상태를 주시하고 있어.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말해. (주문진의 중심을 본다.)
 
윗층과 동일한 내용의 주문진 같습니다.
 
방의 온도는 여전히 서늘합니다.
 
제티 할로웨이:저기요!!... 살아계세요?
(아이 군 얼굴 두드려요 )
딜런... 이 사람 머리카락 모양 신기해.
 
딜런 H. 바넷:머리띠를 하고 있을 뿐이잖아. (온도가 중요한 요소인가? 방 안을 확인해 본다.)
 
방 안에는 주문진이 가득합니다.
 
그 중심에는 최강의 인류들이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습니다.
 
제티 할로웨이:일단 이 사람들 옮겨야 하지 않을까...?
상태가 엄청 나빠보이는데...
 
딜런 H. 바넷:어디로? 보아하니 우리가 여길 감시하는 역인가 본데, 방 밖으로 데리고 나가면 다른 대원이 의심하지 않겠어?
눈치채지 못하게...가 가능하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제티 할로웨이:밖에 사람 한 명 밖에 없었잖아?
...기절 시키면 될 것 같은데
 
딜런 H. 바넷:...그래 그럼. 기절시키고 와.
 
제티 할로웨이:알겠어, 일단 이 사람들 의식부터 돌아오게 해야될 것 같은데... 4명이나 옮길 수 있으려나?
인당 둘?
아니 계속 여기 내버려 두면 죽을텐데...
(아이 군 다리 붙잡고 질질 끌어내요)
 
인질을 중앙에서 끌어내자, 또 다시 마력이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천장과 벽을 타고 촉수와 정체 모를 관절들이 자라납니다.
 
딜런 H. 바넷:힘도 좋으면서 뭐가 걱정이야? 하... 빨리 움직이자. (쇼이치 질질...)
 
그때, 끌려나오던 남자가 눈을 뜹니다.
 
그리고 촉수를 피해 쇼이치를 끌어내던 딜런과 제티를 보고는, 사색이 되어 소리칩니다.
 
모치즈키 아이 :어째서 여기까지 왔어요? 이건 함정이라고요!
 
딜런 H. 바넷:함정이라고?
 
그 말에 본능적으로 전투 태세를 취한 순간,
 
그리고 남자가 외치는 순간,
 
여러분에게 달려들던 괴물들의 머리가 일제히 터집니다.
 
그 파괴력,
 
탄환 특유의 굉음,
 
분명히 대 크리쳐 살상탄입니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여러분들의 맞은편,
 
사무실의 문가에는 AOC 제복을 입은 여섯 명의 대원들이 라이플을 든 채 서 있습니다.
 
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혼란함으로 인해 생긴 느슨한 1초,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탄환은 다시 한번 찾아옵니다.
 
여섯 명의 대원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 발포합니다.
 
딜런에게?
 
아뇨,
 
다른 사람도 아닌 제티에게요.
 
"―――!"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또다시 붉은 액체가 튑니다.
 
어쩐지 익숙한 상황이지 않나요?
 
누군가의 세상이 한 바퀴 돌고,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펼쳐집니다.
 
가슴을 꿰뚫린 제티가 주저앉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제티는 붉은 선혈을 머금은 입가가 오므려지고 펴지며 말을 전하려 하지만, 치미는 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쏟아냅니다.
 
그와 동시에 쿵! 3304호 사무실 문가에 두꺼운 철책이 연달아 3개나 내려옵니다.
 
6명의 대원 앞에 나타난 소장이 철책의 틈 사이로 여러분을 보고 있습니다.
 
소장은 앞으로 한 발짝 걸어 나오더니,
 
제티의 머리를 향해 라이플을 두어 번 더 발사합니다.
 
소장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명백한 공포, 그리고 혐오입니다.
 
도로 제티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습니다.
 
소장은 라이플을 내린 뒤 철책을 한 번 걷어차곤 등 뒤의 대원들을 향해 돌아봅니다.
 
패트릭 할로웨이:먹잇감을 문 건 둘 뿐인가요. 뭐, 됐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함구해주세요.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당장 목숨은 보전해드리겠지만, AOC 전원은 자정까지 이곳에 있어 줘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당신을 예의 그 표정으로 쳐다보고는, 다시 한 번 손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으며 서둘러 방을 나가버립니다.
 
딜런 H. 바넷:....... (둘뿐? 불특정 다수에게 적용되는 함정이었나? 소장이나 되는 사람이 나와 할로웨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아니...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건가? 여러모로 귀찮게 됐군.... 내가 안일했어. 우리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도 예상했어야 했는데.)
(철책을 사이에 두고 대원들과 대치한 상태로 제티를 힐끔 쳐다봅니다.)
 
딜런은 본인 앞에 쓰러진 제티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제티는 눈을 반 정도 내리 깐 채 그대로 사망했습니다.
 
뚫려버린 가슴께에선 여전히 분수처럼 피가 샘솟고 있습니다.
 
근래 이렇게 끔찍하게 죽어버린 적이 있던가요.
 
동료의 시체를 본 딜런,
 
딜런 H. 바넷: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이성치 감소 없음
 
철책을 살펴보자 대 크리쳐 살상탄 방호용으로 제작된 철책인지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당장 죽어버렸기 때문에 제티의 힘으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소장이 떠난 뒤 제티의 시체를 지키고 있으면, 의식을 되찾은 요원 중 하나가 자초지종을 털어놓습니다.
 
그 이름은 안전 지대의 또다른 최강자, 센리 우즈키입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딜런 H. 바넷:이제 막 의식을 차려서 정신없겠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우즈키는 잠시간 당신을 쳐다보더니, 썩 내키진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엽니다.
 
센리 우즈키:너희들이 떠났을 무렵, 많은 크리쳐 대원들이 탈영을 시도했어.
AOC가 저지른 크리쳐 실험의 자세한 내막이 암암리에 밝혀졌거든. 나 역시 확 조져버릴 심산으로 소장을 찾아갔었지. 설마 이런 식으로 모든 걸 덮으려 할 줄은 몰랐지만.
한순간이었지. 순식간에 습격당해서 눈을 떠보니 이런 꼴이 되어버렸던 건.
 
딜런 H. 바넷:(단신으로? 무모한 성격이군...) 그럼 다른 대원들도 비슷한 이유로 붙잡혔겠군요. 소장이 이런 함정을 설치한 까닭도 아십니까?
 
센리 우즈키:AOC는 과도한 크리쳐 실험으로 인해 인간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분야의 지식과 너무 밀접하게 접촉해버렸어. 신을 부르기 위한 소환 의식과 연구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지?
그건 우리에게 신앙을 바라는 게 아냐. 그저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인기척을 느꼈기에 찾아올 뿐이지. 존재만으로 안전지대만의 모든 인간들이 멸절하겠지만...
정부 측에서는 이것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사흘 전에 알게 됐어. 저지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란 것도 알았지. 그러니 AOC 대원들이 필요했던 거야. 듣기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더군. 자기들만 살아남기 위해 대원들을 방패로 쓰려는 거지.
일단, 역주문을 발동하는 아티팩트가 부족해 함정을 설치한 건 확실해. 진상을 알아버린 녀석들을 포함해서, 탈주한 대원들을 이곳으로 소환해 마력을 바치도록 한 거지. 이대로 여기 갇혀 있으면 마력을 전부 빼앗겨 결국 뒤져버리겠지.
이런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텐데. 신을 쫓을 방법은 없어.
 
딜런 H. 바넷:(시체도 없이 죽었다던 대원들은 탈영도 못 하고 붙잡혀 죽었겠군. 하지만 마력을 보충한다고 해서 결국 아티팩트가 없으면 주문을 발동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가만히 죽을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제티를 본다. 부활은 아직인가?)
 
대화를 나눈 뒤에도 제티는 깨어나지 못합니다.
 
상처를 살펴보면 회복이 턱없이 느립니다.
 
아까 제티가 죽을 때 느꼈던 기시감, 익숙한 감각입니다.
 
문득, 딜런은 1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어쩌면 제티의 크리쳐로서의 삶도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 절망감, 그리고 끔찍한 침묵이 분위기를 잠식할 무렵, 철책 너머로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살짝 절뚝이는 걸음걸이, 회색 중절모, 두꺼운 정장 코트를 걸친 자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딜런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떻게 된 건가 살펴보러 왔는데.
 
미고:이런, 어떻게 된 건가 살펴보러 왔는데.
 
외알 안경 속 침침한 눈은 더듬더듬 당신의 얼굴을 훑습니다.
 
아픈 다리를 두어 번 주무른 이는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철책 건너편의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미고:저는 여러분이 크리쳐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인간들은 저희 종족을 '미고'라고 부르더군요.
 
그는 딜런이 대꾸하지 않아도 꿋꿋하게 말을 이어나갑니다.
 
미고: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인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하나 없이, 그리고 비교적 멍청하게 태어난 탓에 동족들에게 비웃음을 샀지만… 이런 저라도 부정당할 이유가 없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 있거든요.
예,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저는 인간이 만든 영화를 보고 변했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게 되었고, 부족한 지식이나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몇몇 인간은 제가 본 게 고작 클리셰 SF 영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말이죠, 그런 작품에도 감화되는 자가 있다는 걸 아십니까?
 
미고:흔한 구조, 뻔한 전개, 유치한 연출, B급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비록 이 땅에 정착한 이후 인간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믿고 기대하며 여러분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조차 저를 비웃더군요. 영화 속 이야기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요. 그런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할 세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기술과 과학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음에도.
저는 줄곧,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용기를 보여줄 사람을,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만용을, 다시 한번 그날의 감동을 제게 보여줄 사람을.
 
철책이 내려간 바닥의 틈새로 무언가 굴러옵니다.
 
작은 쇠붙이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곧 딜런은 새파란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손에 넣습니다.
 
미고:오늘 자정, 소환된 무지성의 신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합니다.
예방 차원에서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인간들에게 제 말은 역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거든요. 이곳을 오래오래 사랑했지만 이만 떠나볼까 합니다.
어디에 있든 저는 그날 저를 바꾼 메시지를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작별 선물이에요,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역시 첫 번째 인간 알파인 당신에게 드리는 쪽이 좋을 것 같군요.
 
차가운 물체를 손바닥에 쥐면, 수정은 희미하게 빛을 발합니다.
 
그 용도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열쇠를 사용하면 철책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딜런 H. 바넷:...이 목걸이는 어떤 의미입니까?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왔던 것처럼 3304호의 문을 열고 조용히, 절뚝이며 사라집니다.
 
달칵.
 
문이 닫히는 그때, 제티가 눈을 뜹니다.
 
딜런 H. 바넷:(할로웨이에게 다가갑니다.) 할로웨이. 정신이 들어?
 
제티 할로웨이:...아야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왜 죽었지...? 얼마나 누워있었어?
 
딜런 H. 바넷:함정이야. 소장에게 당했어. 세 시간 정도 지났고....
 
제티 할로웨이:함정이라고? ... 날 노린건가? 어차피 크리쳐인데...
뭐 그 사실까지는 몰랐을테니까...
 
딜런 H. 바넷:마력을 노린 거니까 대상이 누구인지는 상관없지. ...처형식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탈출할 방법은 나한테 있으니까 서두르자. (인질들 봄. 같이 탈출하나?)
 
제티 할로웨이:그냥... 완전히 죽일 생각이었구나 싶어서...
어디로 탈출하면 되는데?
탈출해서, 어디로 가?
주문진이 있었던 층 말인데... 여기가 함정이라면... 그 위는?
 
딜런 H. 바넷:아마 그게 본체겠지. 경비를 세우지 않음으로써 의심하지 않게 만든 건가.... (열쇠를 보여주고) 누구 덕에 여기서 나갈 수 있게 됐어.
 
제티 할로웨이:그럼 거기 다시 가봐야 하는 게...
누구? 그게 누군데??
 
딜런 H. 바넷:나도 몰라.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져 버렸어. (열쇠를 사용해 철책의 잠금을 풉니다. 밖으로 나오며) 저 사람들도 데리고 나와.
 
제티 할로웨이:그게 뭐야... 궁금하게. 핏
(아이우즈 쇼이진 보며...) 저기...!!?? 딜런이 나오래...!!
근데 딜런 선배. 쟤네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한국?...(소곤..)
 
딜런 H. 바넷:나도 몰라. 생긴 걸로 봐선 동양인 같긴 한데. 이름이라도 알면 유추하겠다만... 그게 중요해? (제티 꿀밤 딱) 위층으로 올라가자.
 
제티 할로웨이:아야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 가지고.. 아프잖아~~!! (엄살 부려요)
 
역주문이 발동된 층수는 두 층뿐, 한 층이 함정이었다면 나머지 한 층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었을까요.
 
34층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구출된 요원들은 다른 대원들에게 위기를 알리기 위해 흩어집니다.
 
윗층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아까 본 괴물들의 소환 빈도는 확고하게 늘었습니다.
 
거듭되는 전투에 두 사람의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력은 흔들립니다.
 
제티 할로웨이:헉헉.. 왜 이렇게 많아???
 
마침내 34층에 도달하면....
 
딜런 H. 바넷: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복잡한 진의 문양, 약간의 주문, 그리고 착시를 교묘하게 이용해 가린, 숨겨진 이 공간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탐지 후 딜런은 심지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까지 깨닫습니다.
 
제티 할로웨이:여긴 어디야...?
나도 처음 보는 곳이 있다니...
 
딜런 H. 바넷:대가리들만 살아남기 위해 꾸민 곳이지. (안으로 들어간다.)
 
제티 할로웨이:대가리...
 
공간을 들어가기 위해선 마력 2을 지불하며, 마력 사용에 반응한 듯 수정 목걸이가 푸르게 빛납니다.
 
이 아티팩트 덕분에 이곳을 찾아낼 수 있었군요.
 
다만, 평범한 입장은 아닙니다.
 
딜런과 제티는 불청객이며, 마력을 사용해 공간을 찢고 침입하는 것뿐이니까요.
 
간신히 침입한 공간은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습니다.
 
이곳은 평범한 도서관이 아닌 사이버 데이터로 빼곡한 도서관입니다.
 
수록된 데이터는 어림잡아도 테라, 페타, 엑사, 제타, 요타바이트를 넘어선 용량으로,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광경이네요.
 
딜런 H. 바넷: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이성치 감소 없음
 
제티 할로웨이:이게 뭐야...??????!??
 
딜런은 간신히 상황을 파악합니다.
 
이곳은 하나의 방주입니다.
 
인류 멸망 후 한 조각이라도 더 정보를 남기기 위한….
 
꽂힌 자료를 무작위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딜런 H. 바넷:정말 멸망인가... 하하. (아무 자료나 확인해 본다.)
 
책을 파라락 넘기다 보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느 학자의 수기를 발견합니다.
 
dr
 
딜런 H. 바넷:(이런 상황이 아닌 걸 알지만 도서관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두근거림....)
 
제티 할로웨이:(딜런 표정이 묘하네...)
 
도서관의 중심에는 수백 명의 아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정부 요원으로 보이는 한 명의 나이 든 여성만이 눈을 감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아이처럼 자고 있나요?
 
아닙니다.
 
그는 눈을 감고 이 어마어마한 정보의 방주를 단신으로 관리하며, 계속해서 채워 넣고 있습니다.
 
방주의 관리자:누구신가요? 어른이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아이와 데이터만으로도 방주는 이미 만원이니까요.
 
딜런 H. 바넷:미고에게서 목걸이를 받았습니다. (다시 정신 차리고) ...이 방주는 어디로 갑니까? 아니면 곧 닥칠 멸망에서 이곳만 멀쩡하게 살아남는 건가요.
 
방주의 관리자:수정을 넘기다니, 그도 결국 이곳을 떠났나 보군요.
저는 마력으로 운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 방주의 관리자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당신들이 뚫은 구멍을 보수하느라 연산이 밀려서요.
 
제티 할로웨이:(누워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유심히 봐요)
뭔가... 낯이 익은 거 같은데....
내가 아는 애들이야, 딜런...!! (소근소근)
 
딜런 H. 바넷:뭐...? 어떻게 아는데?
 
제티 할로웨이:높은 집 아저씨들 아들 딸...
 
딜런 H. 바넷:허. (아이들을 쭉 본다.) 다 높으신 분들의 자제는 아니겠지?
 
각 분야 권위자들의 아이들입니다.
 
방주의 관리자:학문, 예술, 정치 등, 분야별로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아이를 선별해서 실어두었습니다.
그들은 최후의 인류이자 최초의 인류가 되겠죠.
이 방주에 누구를 실을지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했지만, 썩어버린 정치인들조차 인류의 미래를 위해 제 목숨을 포기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딜런 H. 바넷:(그건 동의...) 분야 권위자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받지 못한 아이들이 부모처럼 성장할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컴퓨터인 당신도 멸망을 막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와서 여기 있는 거겠지?
 
방주의 관리자:여길 알아차리고 들어올 정도라면 이미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곳은 인류 멸망을 예감한 정부와 AOC의 긴급 프로젝트로, 통칭 《인류 생존 작전》의 중심인 방주. 저는 이곳을 관리하도록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제 일은 이 세계의 중요 정보, 지식과 문화를 전부 문서화 해서 저장하는 것입니다. 무지성의 신이 지구를 휩쓸고 멸망시켜도 일부나마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말을 마친 방주의 관리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이어나갑니다.
 
방주의 관리자:여러분의 침입을 감지, 제 관리자에게 송신했습니다.
강제 보안 해제로 방주 운용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외부로부터 무작위로 발생한 CCTV 영상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관리자의 손짓 한 번에 인터페이스 위로 화질 나쁜 영상이 재생됩니다.
 
AOC의 수뇌부, 그리고 정부 요인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회의실이 촬영된 영상입니다.
 
상당히 흐트러진 분위기입니다.
 
어찌나 거센 회의가 오갔는지, 어떤 사람의 관자놀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제티 할로웨이:고모다...
 
"앞으로 사흘이라니, 턱없이 부족합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여태 이야기를 귀로 듣긴 들은 겁니까? 방법이 없다니까요."
 
"적어도 이 사실을 아는 자들과 그 가족만큼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조치를,"
 
"안 됩니다. 이번만큼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조용히!"
 
가장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어섭니다.
 
"우리는 어찌나 무지한 인간들이었습니까, 후회가 막심합니다. 명예도, 부도, 권력도 재해 앞에서는 다 아무 소용 없는 것을…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 말에 일동, 침묵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과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을, 책임지지 못한 불편한 죄책감을.
 
입을 뗀 자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사흘, 저는 책임지고 이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에게 저지른 대죄는 속죄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남은 시간 동안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전원, 인류와 함께 죽어주십시오. 적어도 수 천 년의 지식과 가능성의 씨앗을 품은 우리의 아이들만이라도…… 남길 수 있도록."
 
방주의 관리자:추가 전송된 메시지가 32건 있습니다.
169건 있습니다.
429건 있습니다. 일괄 확인 요청.
 
그 말이 끝나자, 딜런과 제티의 주위로 청색 스파크가 일며 수백 개의 화면이 나타납니다.
 
LOADING
 
하나하나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영상은 저절로 흘러갑니다.
 
지나치게 많은 화면은 화면 위에 겹쳐지며 또 다른 화면을 만들어내고,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성이 귀를 괴롭힙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에서 발생하는 괴물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어째서 자신이 방주에 탑승할 수 없냐고 항의하는 고위층 인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방주에 딸을 태우고 흐느껴 우는 과학자 부부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상층 구석에 처박혀 머리를 감싸 쥐고 벌벌 떨고 있는 소장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 대원들에게 "우리를 지켜라!" 라고 연신 연호하는 정부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망치는 AOC 대원들이, 어떤 영상에는 패배하고 죽어버린 AOC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비명을 지르는 시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심에서까지 소환된 괴물들이 주위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상황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전방에서 생체형 크리쳐와 싸우는 일반 대원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를 누리는 안전지대 외곽지역의 주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당신의 가족이, 지인이, 친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수백, 수천 마리의 괴물에게 맞서 싸우는 영상이 보입니다.
 
누군가가 말합니다.
 
"나는…"
 
그 다음은 잡음이 섞여 들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영상의 화면은 두 사람의 시야을 꽉 채울 정도로 커집니다.
 
AOC의 옥상, 그 위로 검은 번개가 내리치더니 하늘이 개벽합니다.
 
무언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고작 신체 일부가 드러났을 뿐인데도 안전지대 하늘의 1/4을 덮습니다.
 
그 이름은 무지성의 신,
 
목도한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공포,
 
인간의 멸망을 예감한 딜런.
 
딜런 H. 바넷: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방주의 관리자:설정값 변경.
푸른 수정의 주인인 여러분을 방주의 수호자 자격으로 동승 허가합니다.
승인 및 입력 완료까지 앞으로 10분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메시지의 앞에 팝업 메시지가 발생합니다.
 
ㅇ
 
인간이 감히 생존할 인간의 기준을 제단하고 정하는 것만큼 오만한 일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제티 할로웨이:딜런...
방주의 수호자라는게 뭐야?
우리더러 여기를 지키라고?
... 이 애들을?
 
딜런 H. 바넷:지금부터 선택해야지. 이 방주를 지킬 건지, 얘네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지킬 건지.
......모두를 지킬 수 없다면 난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쪽을 선택하겠어.
 
제티 할로웨이:그럼 나머지 사람들은 죽는 건데도?
...이게 맞는 거야?
이런 허허벌판만 남는다면... 난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윗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너무 무모한 거 아니야?
 
딜런 H. 바넷:여기에 있으면 멸망으로부터 살아남는다고 판단했겠지. 정말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당장 우리가 나머지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 사람들을 포기하고 싶진 않아. 뭔가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제티 할로웨이:..그걸 없애면 되잖아. 아까 동영상으로 보였던... 검은색 괴물
....너무 무모해? 그래도 나.. 나 힘낼 수 있는데...
 
딜런 H. 바넷:그게 가능하면 이미 시도했겠지. ...막대한 마력을 쏟아서 신을 쫓아내는 주문의 위력을 높인다면 가능할지도... 아니면 범위를 확대...? (중얼거리며...)
 
제티 할로웨이:.... 선배는 똑똑하잖아.... 선배가 할 수 있다고 말해주면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딜런 쳐다보곤 )
뭣보다 이대로 끝내버리면 윗사람들 뜻대로 끝나는 것 같아서 싫은데....
나는 한 번 힘내보고 싶은데... 안 돼?
 
딜런 H. 바넷:어떻게 없앨 건데? '그냥, 잘, 열심히' 이런 말 하기만 해 봐....
 
제티 할로웨이:........
힘내서?
 
딜런 H. 바넷:하...
어이, 컴퓨터. 지구 전체가 멀쩡하도록 이 방주처럼 안전한 공간을 만드려면... 얼마나 많은 양의 재료가 필요하지?
 
방주의 관리자:시스템 에러. 계산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수치 계산 중. 딜런, 제티 님의 신체 능력, 그리고 적의 능력을 대조했을 때, 승률은 0.000194%입니다.
생명 부지를 위해 가지 않는 쪽을 권장합니다.
 
딜런 H. 바넷:할로웨이. 모든 사람을 구할 방법은 없어. 이 목걸이를 넘겨받은 이상, 난 이 방주를 택한다. 대책도 없으면서 버티지 말고 이만 포기해.
 
제티 할로웨이:왜 시도도 안해보고 포기해? 확률이라는 건 말 그대로 확률일 뿐이잖아. 저딴 컴퓨터 말을 믿어? 인간도 아니잖아!
 
딜런 H. 바넷:지금까지 니가 본 건 뭔데? 아까 그 요원도, 너희 고모도 방법이 없다고 했잖아. 그 사람들 말은? 나도 한 고집 한다고 생각했는데 너도 진짜 만만치 않구나. 아무리 말해도 난 굽힐 생각 없어. 그렇게 싸우고 싶거든 너 혼자 가든가.
지금까진 네가 사고칠까 봐 같이 따라다녀 줬지만... 이렇게 된 마당에 더 신경쓸 게 있을까 싶어. 때려 부수는 거 잘 하잖아? 실컷 날뛰어 봐.
 
제티 할로웨이:.....겁쟁이!!! ! 내가 인류 구하고 나서 다시 얼굴 보게되면 머쓱해서 어쩔래???? 설마 여기가 도서관이라서 쳐박혀있고 싶은 건 아니겠지?
됐어... 나도 이제 딜런이랑 얘기 안할래. 혼자 베이비시터 역할이나 잘 하던가? 잘 하잖아;? 애 돌보는 거. 이제 익숙하지????
(나가려다 실컷 날뛰란 말에 울컥해서 정강이 한 번 걷어 찬다) 내가 알아서 해!!
 
딜런 H. 바넷:괜히 열 올리지 마. 니가 모든 사람을 구한다면 인정해 줄게. 아무 계획 없이도 뭔갈 할 수 있다고. 돌아오면... 최강의 파트너 님이라고 칭찬이라도 해 줘? 맛있는 과자 사 줄까?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아...! (정강이 부여잡고 주저앉음) 이게 진짜...!
 
제티 할로웨이:흥 하긴. 정강이 한 대 맞고 주저 앉기나 하는데. ...전력에 도움이 안될지도 모르겠네. 나 혼자 가는 편이 나을지도? (메-롱 하고는)
여기서 혼자 심심할텐데. 많이 먹어~ 먹고 힘내서 애들 깨면 육아해야지. (가방에서 비상식량이랑 음료수 꺼내서 딜런한테 마구 던짐)
 
딜런 H. 바넷:(쟤 진짜 사춘긴가?? 황당하게 쳐다봄) 갈 거면 빨리 가, 할로웨이. 여기서 노닥거릴 시간 없잖아. (탈탈 털고 일어난다...)
 
제티 할로웨이:흥. 혼자 잘 먹고 잘 살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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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런은 이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에, 가장 기꺼운 답을 골랐습니다.
 
바야흐로 세계는 멸망하겠지만, 인류는 살아남았습니다.
 
모든 것이 지나간 폐허에, 새 시대의 미래를 짊어진, 선택받은 아이들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더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라디오에서 우리는 소식을 전해줄 이들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저 끝없이 넓고 추운 벌판에서 가끔 그리운 듯 고향이 있던 남쪽을 바라볼 뿐.
 
신인류의 터전을 갈고 닦고, 새로운 세상의 개벽에 기뻐하세요.
 
딜런은 신인류의 수호자입니다.
 
ED 1. 빨리 가, 할로웨이. 여기서 노닥거릴 시간 없잖아
 
딜런 생환, 제티 ???
 
구인류는 멸망했습니다.
 
선택받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류의 사회가 시작됩니다.
 
.
 
.
 
.
 
r
 
인간이 감히 생존할 인간의 기준을 제단하고 정하는 것만큼 오만한 일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제티 할로웨이:딜런은 육아나 해. 나는 갈 거야.
 
딜런 H. 바넷:무슨 소리야, 갑자기.
...방주의 관리자라고는 해도 내 생사와 방주의 안전은 관련없는 거 맞지?
 
방주의 관리자:방주의 안전은 제가 책임집니다. 여러분은 방주의 수호자 자격으로 동승해주시면 됩니다.
 
딜런 H. 바넷:그럼 이쪽은 걱정할 필요 없겠네.
AOC에 돌아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전선에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할로웨이, 넌 싸우러 갈 거지? 모두가 입을 모아서 이길 수 없다고 하는 상대여도 말이야.
 
제티 할로웨이:...당연하지. 윗분들 의견대로 고분고분하게 사는 건 1년 전에 도망칠 때부터 그만뒀다구!!!
힘내서 안 된다고 하더라도, 난 시도해볼래.
잘, 열심히...
하면 될 걸?
 
딜런 H. 바넷:그래... 명석한 계획이 있으리라곤 기대도 안 했어.죽을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지?
너도 눈치챘겠지만 너 말야, 회복 속도도 느려지고... 마치 1년 전의 나처럼 말이야. 이번엔, 다시 깨어날 수 없을지도 몰라.
 
제티 할로웨이:딜런, 걱정하는 거야? 죽을 지도 몰라서? 흠. 안 죽으면 되잖아...! (주먹 꽉 쥐곤) 죽더라도...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더 마음 편할 거 같은데....
여기 있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딜런은 어때?
 
딜런 H. 바넷:이런 상황에서까지도 긍정적인 게 참... 대단하네. 멸망으로 죽든 신한테 얻어 터져 죽든 그게 그거 같으니까 미련은 없어. 후회도 없고. 음... 아니다, 하나 하자면... AOC에 들어온 거? (...제티 빤히 보다가) 지나간 일은 후회해 봤자지만.
그럼 갈까... 파트너....
 
제티 할로웨이:선배가 너무 사서 걱정하는 건 아니고?
....파트너라니.... 딜런이 그런 말도 다 하고... ... 진짜 죽을 생각하는 건 아니지? ??
임무 끝난 뒤에 한 번 더 말해 줘. 응? 응?
 
딜런 H. 바넷:니가 그렇게 반응할 때마다 정말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쏙 들어가니까 얌전히 있어라.
...무사히 살아남으면 최고의 파트너 님이라고 해 줄게.
 
제티 할로웨이:... 그냥 잘해주면 어디 덧나나...??
나는 딜런한테 늘 최고로 잘해주는데 ... (본인 미화 세게하며...)
흥 , 꼭 살아 남아야겠다. 딜런한테 경어 듣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은 몰랐어!!
가자, 최고의 파트너 님께서 에스코트 해줄테니까!
 
딜런 H. 바넷:(옥상으로 갑니다.)
 
.
 
.
 
.
 
방주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남은 시각은 10분 남짓, 거대한 신이 AOC 위에 완전히 착륙하면 그땐 모든 게 늦습니다.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졌음에도 이 도시를 지키고자 했다면, 당신의 머리는 가장 빠르게 회전합니다.
 
최속으로 '그것'에게 닿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창밖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헬기를 운전 중인 센리 우즈키와 그 파트너, 모치즈키 아이입니다.
 
둘다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기의 사다리를 창가 쪽으로 던집니다.
 
센리 우즈키:저쪽으로 가려는 거지?
 
모치즈키 아이 :우리는 지금부터 근처 시민들을 대피시킬 거예요. 끝나는 대로 도우러 오겠습니다.
 
센리 우즈키:그때까지 여기 좀 맡아라?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은 헬기에 탑승한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태여 지적하지 않습니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은 진짜니까요.
 
그 마음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행동은 전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딜런과 제티가 사다리를 붙잡으면 헬기는 높게 치솟습니다.
 
하늘 위에서 잿빛 도시를 내려다보면, 어두컴컴한 도시의 곳곳에는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메아리칩니다.
 
그야말로 인류 멸망에 걸맞는 풍경입니다.
 
딜런 H. 바넷: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이성치 1 차감
 
옥상 부근까지 접근하면 제티가 당신을 붙잡습니다.
 
제티 할로웨이:딜런!
가자!!
 
"라는 말이 떨어지면, 장애물 하나 없는 하늘 위로 두 사람이 뛰어내립니다.
 
헬기는 점점 멀어지고, 가속도가 붙은 몸뚱이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면……
 
딜런과 제티는 맨몸으로 전장에 뛰어듭니다.
 
때는 자정, 장소는 옥상, 하늘 가득히 차지한 무지성의 신은 안전 지대를 집어삼키기 위해 악몽 같은 몸체를 부풀립니다.
 
딜런과 제티는 1년 전 그 날처럼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최강의 적이었던 서로가 등을 지켜준다는 점일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공포조차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승리의 길은 없습니다.
 
집중하세요.
 
자정 이후의 내일을 그리세요.
 
반드시 찾아올 아침을 소망하며, 인류를 위해 맞서 싸우세요.
 
d
 
(GM):지금부터는 일반적인 CoC의 전투룰을 사용합니다.
대신 KPC는 모든 공격을 대신 맞으며, 이번만큼은 죽어도 즉시 부활합니다.
KPC의 크리쳐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안전지대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완전히 각성했습니다.
KPC는 오로지 의지만으로 소생 주기를 컨트롤하며 최대한 당신의 앞을 막아섭니다.
 
딜런 H. 바넷:가자, 할로웨이.
 
제티 할로웨이:딜런, 겁나?
..딜런 선배.
 
딜런 H. 바넷:안 나.
 
제티 할로웨이:뭐?? 겁나??
겁내지 마, 내가 막아줄테니까. (자길 믿으라는 듯이 눈 빛내며 쳐다봐요)
 
딜런 H. 바넷:안 난다니까... 뭐, 이번만큼은 믿음직해 보이네.
 
제티 할로웨이:표적이 엄청 크네... 당연히 맞출 수 있겠지?
 
딜런 턴
 
딜런 H. 바넷: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6
못 맞추면 군복 벗어야지.
 
하늘로 솟구친 16 개의 탄환이 검은 촉수에 들러붙어 터집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HP -16 (HP 84)
 
제티 턴
 
제티 할로웨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피해: 17
총이..
총이 이상해...~~!!!;;
 
딜런 H. 바넷:믿으라더니...
 
[공격횟수 1(#"style="text-decoration: none; color: inherit; font-style: normal; margin-left: -30px;)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제티 할로웨이, HP -1
 
딜런 턴
 
딜런 H. 바넷: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8
 
폭죽처럼 쏘아진 탄환은 열 갈래로 나뉘어 각각의 촉수를 파고듭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HP -18 (HP 66)
 
제티 할로웨이:딜런... 이거 될지도..???
아니아니 당연히 믿고 있었지만~~???
 
제티 턴
 
제티 할로웨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3
 
아자토스의 찌꺼기 HP -13 (HP 53)
 
공격횟수 5
 
아자토스 턴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1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4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8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8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9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8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3
 
작은 총알들을 내리찍으며, 검은 줄기들이 내려옵니다.
 
제티가 당신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당신이 허공으로 던져진 것과, 제티의 몸이 검은 줄기들에 짓눌려 터져버린 것은.
 
그럼에도 당신은 줄기들이 지나간 자리, 붉은 선 위에서 꿈틀거리는 것들을 봅니다.
 
딜런 턴
 
딜런 H. 바넷: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5
 
멀어지는 줄기들을 탄환이 득달같이 따라붙습니다.
 
(GM):아자토스의 찌꺼기 HP -15 (HP 38)
 
제티 할로웨이:아야야,,
엄청 아프네...
(그럼에도 총을 쥐어 잡습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피해: 17
아..
아직 아프다..
 
딜런 H. 바넷:믿을 만하단 말 취소.
 
제티 할로웨이:아니!! 아파서 그래!!!!!
그래도 막아줬음 됐잖아!!
 
아자토스 턴
 
공격 횟수 4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4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0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7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4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
 
검은 것 하나가 제티의 다리를 짓뭉갭니다.
 
그대로 끌려간 제티가 피를 토하며 쓰러집니다.
 
딜런 턴
 
딜런 H. 바넷: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5
 
아자토스의 찌꺼기 HP -15 (23)
 
제티 턴
 
제티 할로웨이:하...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6
 
아자토스의 찌꺼기 HP -16 (7)
 
제티 할로웨이:오...
곧 죽을 거 같은데???
 
딜런 H. 바넷:이게 되네....
 
아자토스 턴
 
아자토스의 찌꺼기:
회복
기준치: 100/50/20
굴림: 4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9
 
아자토스의 찌꺼기 HP +29 (36)
 
공격횟수 4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4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4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1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3
공격
기준치: 100/50/20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6
 
그대로 끌려간 제티가 피를 토하며 쓰러집니다.
 
그 몸을 한 번, 두 번, 그리고 다시, 검은 촉수가 뚫고, 자르고, 베고, 뜯어내며,
 
당신의 앞, 허공과 바닥에는 어느새 붉은 핏덩이들이 만개합니다.
 
압도적인 패배, 그리고 끝을 예감합니다.
 
당신의 예리한 감은 어떻게 해도 이 상황의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무뎌져만 갑니다.
 
쓰러진 제티의 위로 다시 한번 공격이 내리쳐옵니다.
 
너덜너덜한 몸에 저 공격을 맞으면 아무리 알파형 크리쳐라도 수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 역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미 부러진 다리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라이플의 탄환은 전부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끝입니다.
 
주마등이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겠네요.
 
패배를 직감한 순간, 제티를 내리치던 끈적한 검은 촉수가 굉음과 함께 궤도를 틉니다.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잿빛 하늘 위로 수십 대의 전투기가 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고개를 내밉니다.
 
조금 더 보고있자니 우즈키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잽싸게 총을 쥐어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라?
 
분명히 아까 우즈키는 헬기를 조종하고 있지 않았나요?
 
딜런 H. 바넷: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이 군이 당황한 얼굴로 황급히 사이드 스틱을 넘겨받습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는 계획된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이로써 추락은 피했으니 다행인가요.
 
설령 추락하더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긴 하겠지만.
 
그도 그럴 게, 여기서는 아이우즈도 최강의 인류잖아요?
 
우즈키는 곧 이어 소장의 머리에 총을 대고 무어라 소리칩니다.
 
꽤나 분위기가 험악한 것이, 협박이라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소장은 벌벌 떨다가, 눈을 꾹 감고 외칩니다.
 
패트릭 할로웨이:전원, 표적에 사격 개시!
 
안전지대의 총 전력,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맞서 싸웁니다.
 
벼락이 내리치고 땅이 쪼개지는 듯한 폭발음, 그리고 어마어마한 화력에 거대한 괴물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칫합니다.
 
행동을 멈춘 틈을 타 몇몇 대원들이 전투기에서 뛰어내리며 계속해서 사격합니다.
 
"포기하지 마, 맞서 싸워!!"
 
찢어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딜런은 깨닫습니다.
 
당신은 홀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와 동시에 깨닫습니다.
 
이 전력으로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1
 
딜런 H. 바넷:(상부에서 시키니까 싸우는 거라고, 내 의지는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구한 사람들 때문인 거 같네.... 감사 인사라도 받게 되면 묘한 만족감이 들었으니까.
민간인이 말고 옆에서 계속 시끄럽게 굴던 사람도 있고.)
 
2
 
딜런 H. 바넷: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죽어야지.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3
 
딜런 H. 바넷:뭘 자꾸 물어보는 거야? 내가 한 선택에 책임을 진다. 겁쟁이처럼 도망가지 않을 거라고.
 
수정이 한층 더 달아오릅니다.
 
4
 
딜런 H. 바넷:...어떤 모습으로라도 죽을 수 있다면야.
 
수정은 불에 타는 듯한 열을 내뿜습니다.
 
닿은 살갗은 녹아내립니다.
 
5
 
딜런 H. 바넷:하하. 소중한 사람은 만든 지 오래 됐어.
 
당신의 주변으로 증기와 함께 세찬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열기는 당신의 온몸에 전이됩니다.
 
6
 
딜런 H. 바넷:멸망을 멈추고, 저들이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지 않을 힘을.
 
대답한 순간, 수정은 철컥, 소리와 함께 네 조각으로 나뉘며 작은 바늘을 드러냅니다.
 
당신이 이걸 받아들인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이성도, 모든 기억도 전부 휘발된 채 크리쳐로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싸우겠다면, 포기하지 않고 싸울 만큼 당신에게 지킬 것이 있다면.
 
그 바늘을 사용하세요.
 
수정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아니, 당신 내부에 남은 크리쳐 세포가 속삭였을지도 모르죠.
 
온 세상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도핑
 
명심하세요.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바늘이 몸에 주입된 순간 피가 뜨겁게 끓어오릅니다.
 
그림
 
단순명료한 이야기, 이것으로 당신은 다시 알파형 크리쳐가 됩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힘이 찾아옵니다.
 
수십, 수백 번을 죽어도 죽지 않는 그 모든 생명력이 단 한순간에 집약된, 셀 수 없이 목숨을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는 끔찍한 힘이, 지금의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광기가 치솟습니다.
 
이 세계를, 곁에 있는 존재를 파괴하고 싶어.
 
하지만 그만큼 강한 의지가 치솟습니다.
 
이 도시를, 곁에 있는 존재를 지키고 싶어.
 
고출력의 힘을 채 감당하지 못한 당신의 몸이, 그릇이 부서져 갑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다잡으세요.
 
자신을 놓지 마세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영웅이 될 시간입니다.
 
d
 
또다시 찾아온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혈관을 타고 흘러온 기계 장치의 신이 당신을 장악합니다.
 
바늘이 꽂힌 자리 주변으로 수백 개의 새파란 인터페이스 창이 발생합니다.
 
근력, 정신력…?
 
이게 다 무슨 소리죠?
 
인터페이스 위에 적힌 단 하나의 문장만이 당신을 독촉합니다.
 
이미 탄환은 바닥이 났습니다.
 
믿을 것은 알파의 힘 뿐.
 
자, 딜런, 더욱 강한 힘을 보여주세요.
 
더욱 더 강한, 전 인류를 지킬 힘을요.
 
딜런 H. 바넷:
도핑:알파
기준치: 100/50/20
굴림: 4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405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당신의 뒤로, 음속과도 같은 충격파가 퍼져나갑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에서 몸을 굽힙니다.
 
딜런은 새까만 신의 형체를 향해 주먹을 내리칩니다.
 
세상이 흔들리는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타격의 충격으로 AOC 본부가 붕괴합니다.
 
신의 절명과 함께, 하늘을 차지하던 악몽은 산산조각 납니다.
 
충격의 여파로 딜런의 몸 역시 튕겨 나가, 아래로 추락합니다.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몸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떨어지는 당신의 손목을 잡습니다.
 
제티입니다.
 
덜덜 떨리는 팔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분명한데도, 놓지 않습니다.
 
놓을 수 없습니다.
 
그 표정은 절박합니다.
 
제티 할로웨이:딜런...!!...
 
잿빛 도시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제티가 이제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깨닫습니다.
 
이것으로 원점입니다.
 
회색 도시, 눈보라, 겨울, 크리쳐인 나와 인간인 너.
 
죽어가는 나.
 
살아갈 당신.
 
제티 할로웨이:거짓말...
딜런, 아니 선배. 어떻게...? 아니... 왜? ....
아니야,, 다 좋으니까... 괜찮아???
 
딜런 H. 바넷:...할로웨이. 아니... 안 괜찮을걸.
 
제티 할로웨이:무슨..!!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괜찮지?? 빨리 괜찮다고 말해 선배.... !!!!
살아남아서 최고의 파트너라고 말해준다며. 거짓말쟁이야!!!
 
딜런 H. 바넷:살아 있잖아. 지금 여기.
...할로웨이. 좀 헛짓이 많았지만, 넌 최고의 파트너였어.
 
제티 할로웨이:....왜 죽을 사람처럼 말해... 그리고 나 최고의 파트너 아니야.
...이것보다 더 잘해줄 수 있어. 진짜 최고의 파트너가 뭔지 보여줄 수 있어. 그러니까.... (움직이지 않는 팔로 딜런을 끌어올려 봐요)
무슨 일 있으면 청구한다며!! 청구 하기로 했잖아....
이럴거면 진짜로 데려오지 말 걸.... (울먹여요)
그냥 방주에 두고 올 걸...
 
딜런 H. 바넷:내 상태는 내가 가장 잘 아니까. 괜히 힘 빼지 마, 할로웨이....
됐어. 내가 선택한 거야.
 
딜런의 몸은 발끝부터 잘게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지만,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오로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합니다.
 
제티가 무언가 말하지만, 잘 와닿지 않습니다.
 
이것이 끝임을 직감합니다.
 
눈이 내립니다.
 
살아남은 안전도시의 눈입니다.
 
이 세계는 영원히 겨울일 것만 같습니다.
 
마침내 되는 것은 타고 남은 재일까요, 세상에 내려앉는 눈일까요.
 
자, 작별 인사를 읊을 시간입니다.
 
딜런 H. 바넷:청구는... 너한테 달게. 코코아 사 마셔.
 
제티가 당신을 놓은 게 먼저였을까요, 당신의 손끝까지 전부 흩어져버린 것이 먼저였을까요.
 
딜런은 이제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재가 휘날리는 눈밭을 맨손으로 할퀴듯 긁으며 당신을 찾는 제티의 모습을 봅니다.
 
멀지 않은 미래,
 
안전지대는 영웅의 이름을 칭송하며 역사에 기록합니다.
 
당신은 오래오래 기억될 거예요.
 
ED 3. 청구는... 너한테 달게. 코코아 사 마셔
 
딜런 로스트, 제티 생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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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딜런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간신히 제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요란한 색의 조명이 눈을 찌릅니다.
 
당신은 눈밭이 아닌 번화가 한복판에 누워 있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구토감이 밀려옵니다.
 
"괜찮으세요?"
 
누군가가 말을 걸지만, 그 얼굴은 두 겹, 세 겹으로 겹쳐집니다.
 
하늘을 나는 승용차가 빠르게 그 옆을 스쳐 지나가고, 드론이 거리 한복판에 신문을 배부합니다.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걸린 전광판에 제티의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잠깐, 할로웨이의 얼굴이라고요?
 
애초에 여긴 어디죠?
 
이 초등학교 과학 상상화에 나올 법한, 과하게 발전된 SF 도시는 도대체 뭔가요?
 
딜런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전광판 속 제티는 낯선 모습입니다.
 
그는 검은 코트를 입은 채 느슨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제티 할로웨이:크리쳐 사태 종식 이후 100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 마침내 선포합니다.
안심하십시오, 시민 여러분. 세계는 영원히" '안전'할 것입니다.
 
―그날로부터 시간이 흘러, 마지막 이야기의 배경은 100년 후.
 
준비되었다면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And 나를 두고 영웅이 된 너에게.
 
딜런 생환? 제티 생환?

 

 

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