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리치]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20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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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규억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규억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문규억: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kp:이성치 감소 없음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안심, 안심하십시오."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안전지대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이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출생지, 부모,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이런 곳에 누워있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바짝 마른 입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치밉니다.
 
피 웅덩이 속에 계속 누워있다간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욕구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규억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상처를 보아하니 팔이 달랑달랑하게 달려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법 잘 움직이네요.
 
던져둔 총을 주워들어도 크게 부담 가지 않습니다.
 
사방에 눈이 쌓여 질리도록 새하얗습니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검은 눈보라 너머로 야경이 빛나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어둠이 잠식한 도시의 야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쓸쓸합니다.
 
문규억:
관찰력
기준치: 25/12/5
굴림: 2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고소한 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 앞에 앉은 낯선 사람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라디오 소리는 저곳에서 들리는 것 같네요.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와 살벌한 추위가 규억을 괴롭힙니다.
 
저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주지 않는다면 억지로 빼앗는다거나, 아무쪼록 총을 가진 당신에겐 많은 방법이 있겠죠.
 
두 사람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집니다.
 
매끄러운 눈의 등을 밟을 때마다 볼품없는 소리를 내며 발이 잠깁니다.
 
온기, 식량, 그 외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들뜨기까지 합니다.
 
어쩐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해요.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바로 뒤에 왔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레토르트 식품의 푹 익은 건더기를 일회용 포크로 휘저을 뿐,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문득 규억은,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이 사람에게 왔나요?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식량과 온기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무엇이든 좋으니 죽여버리고 싶어."라고,
 
생각해버렸는지도(어쩌면 말해버리기까지 했는지도!) 몰라요.
 
문득 규억은,
 
부추기듯 두드리는 심장 고동 소리를,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아니, 달려들었을 겁니다.
 
분명 달려들지 않았나요? 작동 방식도 알지 못하는 총은 내던지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잡는다거나, 없다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운다거나…….
 
대충, 그랬던 것 같은데…….
 
"―――!"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규억의 세상이 한 번 크게 뒤집히더니, 어느덧 낯선 사람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 그것들로만 이루어진 전부 잿빛인 세계에서…
 
홀로 살아서.
 
문득, 규억은 가슴이 허합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이를테면 심장이라거나.
 
이런, 내려다보니 정말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대단해요! 엄청난 위력이에요!
 
아마 거대한 주포 같은 것에 맞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가하게 이런 걸 추측하고 있을 땐 아닌 것 같지만요.
 
피를 토할 틈도 없이 시야 너머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며,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의식이 멀어집니다.
 
강렬한 충격과 온몸의 세포가 전멸하는 듯한 고통이란!
 
규억은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은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 정말? 당신의 삶이 마무리되는 걸까요?
 
END 6. 배드엔딩.
 
문규억 로스트.
 
……아니, 안 돼요!
 
문규억: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문규억: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kp:이성치 2 차감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혼란스러워할 무렵, 시야가 가물가물한 규억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낯선 사람의 손에 들린, 끝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검고 긴, 섬세하고 복잡한 기체는, 잠에서 깨어난 당신이 집어들은 총과 꼭 닮은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날파리처럼 웅웅거리던 지겨운 라디오 소리가 말을 끝맺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 아직 우리에겐 최강의 인류가 있습니다."
 
"문규억 씨와 주리치 씨에 의해, 제 80 번째 안전지대는 오늘도 지켜지고 있으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모든 것이 흐려집니다.
 
낯선 사람은 무전기를 고쳐 잡고 당신에 대해 보고합니다.
 
사무적인 어조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갑니다.
 
주리치:일단 한 번 리셋 했어요, 기억 상실처럼 보이는데... 전투에 대한 집착이 보이고요...
 
와우! 저 사람은 정말 어딘가의 SF 장르 클리셰 영화 등장인물처럼 말하는군요.
 
그런데, 방금 라디오가 뭐라고 말했죠?
 
정말, 이상…….
 
…….
 
[ SYSTEM : 꺼져가는 의식의 틈을 비집고, 규억의 '소중한' 기억이 회복됩니다. ]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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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소생과 돌입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규억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가슴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규억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문규억: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이성치 감소 없음
 
이전 소생 직후와는 달리, 혼란스러움은 한결 덜합니다.
 
짜증나는 라디오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규억이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은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묵직하게 눈 바닥을 밟는 군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주리치:기지배야.
정신이 좀 들어?
 
문규억:
 
주리치:
 
문규억:어어 주리치
 
주리치:정신 차려~~~!!
 
문규억:하늘이 좀 까맣네
 
총을 고쳐잡은 리치가 근처에 다가와 묻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 당장이라도 한 발 더 갈길 기세입니다.
 
주리치:한 방 더...?
 
문규억:아니요 언니
 
주리치:
잘 좀 하자?
 
문규억:넵.
 
주리치:죽이는 것도 일인데.. 으휴...
 
문규억:무서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
 
그래요.
 
리치는 규억을 처참하게 살해한 뒤에도 틱틱대며 말을 건네지만, 당신의 소중한 전우입니다.
 
아마도..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이전 임무를 끝낸 직후에 규억이 사망했던 것 같습니다.
 
소생 직후에는 10번 중의 1번꼴로 이번처럼 정신이 이상해지는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리치가 물리적인 '리셋'을 도와줬던 기억이 납니다.
 
죽음은 익숙하지만 다정하지 않고,
 
소생 직후의 첫 숨은 유난히 차갑습니다.
 
주리치:아무튼 전 임무는 완벽하게 끝났어
아마도....?ㅋ
 
문규억:
 
주리치:근데 김규억 니가 과다출혈로 죽었어...
원래 죽었다가 일어나는 시간이 복불복인건 아는데.... 뭔가 이번엔 유독 오래걸리더라구
니가 두 번이나 죽는 바람에 완전 늦었어 지금 ㅡㅡ
 
주리치 야려요
 
문규억 눈깔아요
 
문규억:ㅈㅅ..
 
임무가 끝나면 휴식기가 주어지니 느슨하게 풀어질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리치는 농담 도중에도 빈틈없는 모습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에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규억이 주변을 둘러보아도 음식과 모닥불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주리치:다음 임무할 준비됐어?
 
문규억:당근
 
주리치:그럼 빨리 가자 지금 쫌 급하거든?
누가 두번이나 죽어가지구
시간이 없거든;;
 
문규억:그렇게 오래 걸렸나?
 
주리치:아이참
 
문규억:네네 으쌰
 
주리치:누군진 모르겠지만
두 번이나 죽다니;;
 
문규억:아유 누가 그랬대 ;;;
진짜 개념없네
 
주리치:대체 어느 기지배래..
 
문규억:(자연스럽게 일어나면서 무릎꿇어요)
누구길래 참...
 
주리치:뭐야 힘 풀렸어?
 
문규억:
 
주리치:또 리셋해줘?
 
문규억:아아 응응 좀 일으켜줘 아니
그거말고
미친기지배야
 
주리치:
아이참..제대로 말하라니깐...
쏠뻔했네...
 
문규억:
 
주리치 일으켜줘요 ㅋㅋ
 
문규억 덜덜덜덜
 
주리치:아무튼 다음 임무 내용은 여기
잘읽어보라구
 
문규억:빨리 좀 나가시지
 
주리치:확인했어?
 
문규억:
 
주리치:그럼 가자
 
문규억:오케이
 
리치에게 지령과 지도를 전달받습니다.
 
이후 바로 메인 조사에 돌입합니다.
 
주리치:하.. 짱나네.
집가고싶다..
 
문규억:왜 또 왜
 
주리치:아니 넘 힘들자나
내가 이걸 어떻게하냐?
하... 팀이라고 붙여준게 김규억이라니...
 
문규억:너무 좋지
 
주리치:오빠보고싶..
 
문규억:
 
주리치:으응 ...
 
문규억:뭐라고?
 
주리치:
좋다고~
 
문규억:그럼그럼
 
주리치:으휴..먼 말을 못해요...
 
리치는 장비 점검을 끝내고 일어섭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반복 재생을 눌러둔 영상처럼 규칙적으로 머리카락이 흔들립니다.
 
A시의 오늘 날씨는 영하 20도, 방한복을 뚫고 싸늘한 냉기가 침입합니다.
 
리치가 무어라 더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지만, 이내 거대한 소음에 묻혀버립니다.
 
문규억:뭐라는겨
 
쌓인 눈을 날려버리는 강한 바람, 그리고…….
 
헬기입니다.
 
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1주일 전 크리쳐에게 점령당한 A시, 전력이 채 끊기지 않은 유령 도시.
 
창 아래로 펼쳐진 야경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음울한 빛 사이 드문드문 자리 잡은 어둠은, 분명 도시의 예비 전력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겠죠.
 
문규억:예쁘네...
주리치 우리 걍 이거 타고 너네집 가면 안되냐
 
주리치:
내가 집이 어딨냐...
...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닙니다.
 
전력이 끊긴다면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는 확률도 떨어질 테니까요.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식는 것 같습니다.
 
발각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헬기는 착륙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낙하산 또한 없습니다.
 
내려갈 방법은 단 하나.
 
목표 착륙 지점이 점점 가까워지면…….
 
문규억:...인생 팍팍하다 참
 
주리치:
내려가
 
주리치 툭 밀어요
 
문규억:끄아아아아아아
 
...리치와 규억은 맨몸으로 도심에 뛰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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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빼앗긴 도시
 
쿵!!!
 
허공을 한 바퀴 돈 규억이 착지한 시멘트 바닥에 굉음과 함께 금이 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집니다.
 
파괴력과는 달리 미끄럼틀을 타듯 능숙한 착지입니다.
 
문제는 조금도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머리로 박을 수도 있지만, 뇌가 터져도 살아나는 체질이라 가능한 작전이죠.
 
사실, 이 소리 때문에 발각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헬기보다는 눈에 덜 띄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두 사람 몫의 짐가방은 내려두고, 아직 떨어지는 중인 리치를 받아볼까요.
 
문규억:
민첩
기준치: 99/49/19
굴림: 8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보리보리쌀
 
이제는 익숙한 낙법입니다.
 
턱, 소리와 함께 규억은 리치를 두 손으로 받아 사뿐히 안아 올립니다.
 
눈 내리는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건물의 옥상, 단둘이네요…….
 
물론, 낭만적인 구석은 없습니다.
 
주리치:... 이제 좀 내려주지?
 
문규억:아우 기지배
자기가 내려오면 될 걸 가지고
 
주리치:
 
문규억 툭
 
주리치:아오ㅡㅡ
 
주리치 먼지 털어요;;
 
문규억:오래도 턴다
 
주리치:
아..군인하기싫어..
적성에 안맞아..
 
문규억:
세질 말았어야지...
 
주리치:
세고싶어서 센것도아닌데
 
문규억:그럼 어떡해
 
주리치:복귀하면 바로 사직서낸다
 
문규억:그 힘으로
재단가위라도 잡았다간
가위 다 부서진다
 
주리치:ㅜㅜㅜㅜㅜ
아무래도..
재단가위는 섬세하니까..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굴지의 대기업, B사의 옥상입니다.
 
A시의 중심지이자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죠.
 
새벽 2시, 시야 아래로 새카만 밤의 어둠이 펼쳐지고, 그 위에 창백한 도심의 빛이 번집니다.
 
리치는 주변을 둘러본 뒤 지도를 펼칩니다.
 
탐사 구역이 공개됩니다.
 
주리치:아... 구출하기 싫어
 
문규억:
정신차려~!!
 
주리치:하아...
우리 조금 놀다가 그냥
구출실패했다고 하고 복귀할래?
ㅋㅋ
 
문규억:ㅋㅋ
근데 어차피
우리가 갈 때까지 살아있는 사람은...
혼자서도 잘 살아남을 것 같은데
 
주리치:그니깐;;
 
문규억:우리 필요없을듯
 
주리치:그사람들한테 이제
최강의 인류 자리 넘기고
 
문규억:ㅇㅈ
 
주리치:우리 일반인으로 돌아가면 될듯
 
문규억:민간인이다 민간인
 
주리치:..ㅋ
그래 너 똑똑하다 ㅡㅡ
 
문규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리치:나는 지능 40이다 ㅡㅡ그래 ㅡㅡ
 
문규억:됐어
백화점이나 보러가자
 
주리치:오..
 
문규억:구출은 아니고
재밌을것같아서
 
주리치:그치
하나 슬쩍해도 모를듯?
 
문규억:그니까
 
주리치:가자가자~
ㄱㄱ
 
문규억:맨날 이런 군복만 입고
ㄱㄱㄱ
 
주리치 백화점 가여
 
K백화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주차장입니다.
 
고층 백화점의 불빛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크리쳐들에게 노출되기 쉬우므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주리치:야 김규억~!!!
 
문규억:아우 쫌 조용히해~!!!!!!!
 
주리치:도와조
갇혔어
 
문규억:
 
입구의 회전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다섯 바퀴째 돌던 리치가 입을 뗍니다.
 
문규억:바보냐고
 
주리치:아이 진짜
 
문규억:기다려바
 
문규억 들어가요
 
주리치:이거 망가진거 아냐??
 
문규억 빙글빙글
 
주리치:...
 
문규억:엥 그런듯??
 
주리치:구하러왔구나? 아니 나도 갇혔어 이거냐고 지금 ㅡㅡ
 
문규억:더 빨리 돌려야하나
 
문규억 쐐액쐐액
 
주리치:아니
부숴 그냥
ㅡㅡ
 
문규억:
근력
기준치: 99/49/19
굴림: 1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주리치:오...
 
문규억:A시 핵주먹
 
주리치:뭐 출력할만한건 없다
왜냐면 애드립이거든
 
문규억:
 
주리치:
 
문규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리치:문규억 짱~
 
문규억:음음 잘부서졌네
안으로 가자 잊
이제
 
주리치:그래
아무튼 곧 어버이날이잖아
 
문규억:
 
주리치:선물세트 같은 거 팔겠네..
돈 좀 되려나?
 
문규억:선물세트는 말고
명품관 가야지
 
주리치:
하..아무튼
어버이날...
 
문규억:어버이도 없는데
 
주리치:우리랑은 거리가 멀군..
내말이..
 
문규억:어버이날 챙기네
 
주리치:
 
문규억:
 
주리치:
ㅡㅡ
너 지금. 나 엄마아빠없다구
꼽줘??
 
문규억:나도 아빠 없어
엄마였나
 
주리치:
아니 너 크리쳐잖아
ㅜㅜ
 
문규억:둘다없네.
 
주리치:설정지켜~!
넌 지금
오빠들도 없다구.
 
문규억:
오...빠?
 
주리치:세명쯤 있었던거같지만
없다구.
 
문규억 단어습득한 크리쳐처럼 웅얼대요
 
문규억:오...빠...
 
주리치:
ㅋㅋ
나는 오빠 있는데..ㅋ
 
문규억:자랑하네
재섭서.
 
주리치:
 
문규억: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시아 최강의 인류인 나를 막 놀리네
 
주리치:
뭐... 너에게도 오빠라는 존재가
찾아올지도 모르지..
 
문규억:오빠가 더 나중에
생길수도있는거였구나
 
주리치:그럼..
나도 원래는 없었는데
정신차리고보니까 있더라
 
문규억:
 
주리치:
 
문규억:인간은 참 신기해...
 
주리치:
아무튼
주차장에 사람 없는듯?
 
문규억:그러게
우리 이렇게 떠들었는데
아무도 안나오는거보면
 
주리치:내말이..
 
문규억:다른데갈까
 
주리치:그럴까 ㅋㅋ
우리 너무 막 일하는 듯
월급주나?
 
문규억:몰라
아니 근데
헬기에서 뛰어내리는데 돈 많이 안주면 양아치아님?
 
주리치:ㅋㅋ
근데
 
문규억:이정도 막 하는건 괜찮을듯
 
주리치:너 크리쳐라 무보수 아냐?
 
문규억:나 개손해네
에휴...연구소가뭐라고
 
주리치:
 
문규억:
기준치: 50/25/10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
rolling 1t[행운]
 
(
음료수
 
)
 
 
=
0
 
규억이는 주차된 차의 내부에서 음료수 한 팩을 발견합니다.
 
문규억:야 주리치 여기 먹을거있어!
 
주리치:
아니..
뭘 그렇게
신나서..
부르는거야..
 
문규억:
 
주리치:아무거나 주워먹고 다니지 말랬지.
 
문규억:아오
그게 아니라
산지 얼마나 됐지 이거
 
문규억 차갑나 주리치 얼굴에 대봄
 
주리치:아무튼 챙겨넣어 마시면 아마도 멘탈이
 
문규억:
 
주리치:미친거아냐??
야!!
너 그런 아무데서나 주운 걸 내 얼굴에??
댄거야 지금???
 
문규억:
 
주리치 손수건 꺼내서 벅벅 닦음 ;;ㅡㅡ
 
문규억:(휴 총꺼내는줄)
 
주리치:트러블 올라오면
권총세방이야
 
문규억:여기 화장품 많다 ;;;;;;;;;;
이거봐 시..카 진정 크림
 
주리치:
챙기도록 해.
 
문규억:
 
주리치 도도
 
문규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규억 주머니에넣음
 
주리치:아무튼
볼거없다
딴데가자
 
문규억:오케이
 
주리치:어디
 
문규억:
근데 뭐... 아직살아있을까싶긴한데
있으면 지하철에 있지않을까 생각 중
 
주리치:왜?
 
문규억:여기서 나갈려다 갇혔을수도?
어때 내 추리
 
주리치:오오~
구려~
 
문규억:아오진짜
 
주리치:
 
문규억:완전 그럴듯했는데?
 
주리치:가자가자
 
문규억 주리치보다먼저가요
 
주리치:기지배.. 젊다고 저거저거
 
문규억:
 
지하철역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A역입니다.
 
두 사람은 역 내부로 이어지는 계단을 밟고 진입합니다.
 
앞서 걷던 리치가 규억이 있는 쪽으로 돌아보며 묻습니다.
 
주리치:김규억 지하철 타본 적 있어?
 
문규억:언제추월했대 헉헉 빠르기도해라
나 표 살 수 있나
 
주리치:
 
문규억:(지금 놀리는거?)
 
주리치:
아니아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건데...
 
문규억:
없어
주리치 지하철 타본 적 있어?
 
주리치:있지.
돈없어서
 
문규억:
 
주리치:택시못탈 때
타지..
 
문규억:근데 지하철 타는 것보다
뛰는 게 빠르지 않나
 
주리치:그건
너고 ㅡㅡ
 
문규억:ㅋ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계단
개기네
 
주리치:우리가 지금
가위바위보해서 한칸씩
내려가고있자나
 
문규억:
 
주리치:몰랐냐?
 
문규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리치 보
 
문규억 가위
 
문규억:내려가
 
주리치:ㅜㅜ
니가 이겼는데
내가 왜내려가
 
문규억:아그러네
몰라 우리 연구실 룰은 이랬어
 
문규억 일단우김
 
주리치:오..
아무튼 지하철 타면 안전 구역 내에서는
아무데나 다 갈 수 있을 걸?
면허가 없어도....
 
문규억:
경력자다 이거지
근데 지금
운전하는 사람 있나
 
주리치:아니 나는 대체로 남한테 차 태워달라고 빌붙는다.
 
문규억:
 
주리치:왜? 너 가고싶은 데 있어?ㅋ
 
문규억:
몰라..그냥 임무 때려치고
쉬고싶어
 
주리치:머하고 쉬고싶은뎅
 
문규억:...
 
문규억 곰곰...
 
문규억:어디 뭐...
유령이 나온다는 호텔이나 가서
며칠 묵고 올까
 
주리치:
 
문규억: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주리치:
 
바보 같은 소리입니다. 목줄을 차고 있는 한, 규억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텐데요.
 
문규억:지하철 탈 때
신발벗고타야하던가
 
몸속에 뿌리 내린 혈관 전부를 불쾌한 감정이 틀어막는 것처럼 답답합니다.
 
주리치:
 
문규억:ㅋㅋ
 
주리치:혹시 다음에 타면 조심해
양말은 벗을 필요 없구
신발만
 
문규억:(i'm fine 표정으로 주리치안보는곳에서 얼굴일그러뜨리고잇음)
오케이 다음에 탄다면...
 
주리치:
 
역 내부로 들어서면, 비어있습니다.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문규억:
기준치: 50/25/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야 철수해 철수
 
kp:
rolling 1t[행운]
 
(
비상식량
 
)
 
 
=
0
 
규억은 지하철 내부의 자판기에서 비상식량 하나를 발견합니다.
 
kp:인벤토리에 추가됩니다 (hp 1d3회복)
 
문규억:
 
주리치:왜 또
 
문규억:좋은거 주웠어
 
주리치:너 사람 찾을 생각은 없고
 
문규억 소매로 벅벅닦아서보여줌
 
주리치:먹을 것만 줍고다니네
 
문규억:사람은 못 먹잖아
 
주리치:
크리쳐도 사람은 못먹는구나..
 
문규억:먹으면
리셋시킬거잖아
 
주리치:
응..
 
문규억:응 이러네
무서운기지배
 
주리치:
 
문규억:뭐 더 안나오나
 
문규억 자판기 두들겨요
 
문규억:
근력
기준치: 99/49/19
굴림: 9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규억이는 자판기로 태고의 달인을 하다가 자판기를 부숴버립니다ㅡ
 
문규억:아잇
야 들키기전에 빨리 나가자
 
주리치:
뭘들켜
여기 어차피 망한도신데
 
문규억:그러네
 
주리치 자판기 발로 까요~
 
문규억:
 
주리치:가자가자
근데 어디
갈건데?
 
문규억:...
......
생존자...학생이었으려나
그럼...다같이 대피했겠지?
 
주리치:...오~
 
문규억:...
의사였을수도
 
문규억 우뚝서서 코카콜라 함
 
주리치:의사면 군의관으로 포섭하면 되겠다
 
문규억:어느쪽을 갈까요...알아 오
천잰데?
먼저 그럼
동료부터(ㅋㅋ)찾고 가자
병원 고
 
주리치:ㅋㅋ
고고
 
병원
 
J대학 병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대기실입니다.
 
한 걸음 들어서면 익숙지 않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대피하지 못한 중환자가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던 도중, 문득 리치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주리치:넌 오래 아파본 적 없지?
 
문규억:그치 뭐
알아서 재생되니까
 
주리치:흠... 그건 좀 부럽네....
 
문규억:왜?
오래 아팠었어?
 
주리치:뼈라도 부러지면 엄청 아프잖아
 
문규억:그건 맞지...
 
아무리 최강의 인류라곤 해도, 리치 역시 인간입니다.
 
임무에서 뼈가 부러지거나 내장이 손상된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요.
 
고통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통각 수단이라고 했던가요, 물론 당신은 인간이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규억의 경우 긴 치료가 필요한 부상은 죽었다 살아나는 쪽이 '효율이 높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을지도요.
 
물론 규억이 아픔을 못 느끼는 건 아니지만…….
 
주리치:아픔을 못 느끼는 건 아니지만...
 
주리치 본인이 총으로 몇번 쐈나 생각해보는중
 
문규억:
 
주리치:
야~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지
 
문규억:
말할 틈도 안줬잖아!!!!
 
주리치:그건 뭐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문규억:아오
 
주리치:어쩔 수 없지...
 
문규억: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일리있네
 
주리치:
 
이렇게 설계된 삶이 좋을 리 없죠. 바보같은 생각입니다.
 
조심스럽게 대기실로 들어서면, 사람은 커녕 옷자락 하나 없이 휑하니 비어있습니다.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문규억:
기준치: 50/25/10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군의관 포섭 실패다...
 
주리치:너 진짜
먹을거 주우러 온거야?
 
kp:
rolling 1t[행운]
 
(
비상식량
 
)
 
 
=
0
 
문규억: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어떢해
 
주리치:신기하네...
나 전에 오빠랑 왔을 때는
음식이라곤 코빼기도 안보였는데...
 
문규억:
 
주리치:운이..좋구나 너.
 
문규억:임무 여러번 하네...
 
주리치:
선배라고 불러라
 
문규억:
예 선배님.
 
주리치:아무튼 여기도 없는 거 같은딩
학교...만 남은건가
 
문규억:네 선배님
 
주리치:
 
문규억:선배님은 학창시절 공부 좀 하셨습니까
 
주리치:야~ 말단~ 앞장 서
 
문규억:
 
주리치:
당연하지 아
전교 1등이었지~
 
문규억:공부도 잘했는데 왜
여기서 일해
 
문규억 절레절레 고개 저으며 앞장 서서 걸음
 
주리치:
너 AOC 무시해??
위에 꼰질러야지
 
문규억:아우 그래 찔러라 찔러
죽는것보다 더하겠냐
 
주리치:
...
미안합니다아
 
문규억:
미안하면 앞장서
 
주리치:네네... 네 후배님..
 
문규억:
 
주리치 건중건중
 
문규억:
건중건중건 걷네 막
 
학교
 
C고등학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강당입니다.
 
잠기지 않은 정문 너머, 운동장은 티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여있습니다.
 
규억이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두툼한 군화 아래로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주리치:학교라.. 옛날 생각 나네... ㅋ
 
문규억:
라떼다 라떼
 
주리치:
좋았지..
아직
아니다
 
문규억:
 
주리치:우린젊다..ㅡ
 
문규억:아 웃겨
 
주리치:학교 다닐 때
학교가 폐교될뻔 했거든..
그래서 스쿨아이돌을 결성 했었지..
 
문규억:
 
주리치:
 
문규억:아이흐바
뭔가 이름도 약간...
사랑을 담아서 라이브할것같고...
 
주리치:
 
주리치 창피하다
 
문규억:
사진 없어 사진?
 
주리치: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문규억:
 
주리치:
rolling 1d3
 
(
3
 
)
 
 
=
3
 
문규억:정신차리라고 아
그만 얘기해 됐어 됐어
 
주리치 어질어질..
 
문득 이야기를 듣던 규억은 학교의 꼭대기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시린 바람에 휘청이듯 흔들리는 깃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문규억:어라 저 깃발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주리치:
 
목구멍 아래서부터 낯선 감정이 치밀어오릅니다.
 
문규억:
 
어쩐지 간지러운 이 기분은, 마치…….
 
그리움 같습니다.
 
돌아갈 곳도 없는 당신에게는 과분한 감정이네요.
 
주리치:졸지에 깃발이 그리운 사람됨
 
문규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질간질하네...
 
문규억 괜히 기침함
 
문규억:그래서 저거 뭘까
깃발 세운 거 보면
생존자가 있다는 뜻인 거 같기도 하고 ...
 
주리치:ㅜㅜ
그냥 학교휘장 아냐?
 
문규억:똑똑하네?
나 오늘 관찰 안들고와서 잘 안보였어
 
주리치:
아몰라 빨리
뒤져봐 강당
 
문규억:오케이
 
주리치:먹을거 찾지말구
 
문규억 킁킁거리면서 감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휑한 어둠만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문규억:공쳤네
기준치: 50/25/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주리치:
아 먹을거
그만찾으라구
 
문규억:뭔가가...느껴져
 
문규억 무거운 주머니 쥐고 여기저기 둘러봄
 
낮은 울음 소리와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온다,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규억과 리치가 등을 맞댑니다.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가 바닥이나 벽에 닿을 때마다 뿌연 연기와 함께 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퇴로를 막아선 생체형 크리쳐와 조우합니다.
 
문규억:좃됏다
 
주리치:전투를
하긴해야지..
 
문규억:에휴...
 
주리치:지금까지 피한 것도 재주다..
 
문규억:그건 인정
 
생체형 크리쳐 23마리가 다가옵니다.
 
문규억:미쳤나
 
주리치: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지?
그냥 다 갈기면 돼
 
문규억: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55/27/11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9
아'씨빠
취소
취소
이거 한발뿐인거아니었나
 
주리치:
맞는데
잘굴렸는데
 
문규억:아그래?
그럼 뭐
 
문규억 구경
 
복잡한 수식 계산에 걸리는 시간은 단 0.01초, 규억은 세차게 바닥을 걷어차며 공격을 피해 뛰어오릅니다.
 
거꾸로 시야가 뒤집힌 상태로, 계산된 궤도에 탄환을 박아넣은 뒤 또다시 찰칵.
 
탄환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으므로 찾아오는 것은 적의 죽음뿐입니다.
 
주리치: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피해: 24
 
하유:아 주리치 좀 잘 쏴~!!
 
문규억:
 
주리치:....
누구..세요?
 
문규억:ㅁㄹ
생존자 있었나
 
주리치:생존자인가..?
 
문규억:요즘 크리쳐는 말도 하네
 
주리치:
너도 크리쳐잖아
 
문규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ㅜㅜㅜㅜㅜㅜㅜㅜ
그러네... 나 말도 하네
 
주리치:몇마리 남은거지?
나 숫자를 못세서
문규억 니가 세바
 
문규억:
 
주리치:알앗다..내가센다..
하나..둘..
 
문규억 손가락 하나씩 접다말고 쳐다봄
 
주리치:14마리?
 
문규억:질기기도 해라
 
크리쳐:
비무장
기준치: 25/12/5
굴림: 34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주리치:쟤도
 
문규억:좃밥이네
 
주리치:잣밥이네
 
문규억:
 
주리치:야야
빨리끝내~
 
문규억: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55/27/11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1
 
딛고 선 바닥에는 '크리쳐였던 것'의 잔해만이 가득합니다.
 
전투 종료
 
문규억:다 해치운건가...
 
주리치:
그런 클리셰 대사 하지 말아줄래?
 
문규억:
 
주리치:또 나올 거 같잖아
 
문규억:에이 설마~
 
주리치:흠..
근데 아까 그건 진짜 크리쳐야?
생존자인줄 알았는데
사라졌네
 
문규억:
신기하네...
 
주리치:흠..
 
문규억:뭔가 아직 쳐다보고있는것같기도하고
 
주리치:
 
문규억:
 
주리치:그럼 우리 생존자
한명도 구출 못한거네
ㅋㅋ
 
문규억:ㅋㅋ
 
주리치:...
 
문규억:뭐...그럴수도있는거아닌가?
 
주리치:짤리겠네
 
문규억:
 
주리치:아싸.
 
.
 
.
 
.
 
3. ???와의 조우
 
어느 정도 탐색이 끝나면, 리치는 다시 지도를 꺼내 생각에 잠깁니다.
 
그는 긴급 대피 구역을 하나씩 짚으며, 의문을 꺼냅니다.
 
주리치:근데 진짜 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
....
다 당했나?
 
문규억:그러네
...
 
주리치:그럼 우리가 놀다가 늦게 간 죄?
 
문규억:어라라..~
 
주리치:
 
문규억:그정도는 좀 늦을수도있는거아닌가?
 
주리치:너 이거 어디가서 말하면 안된다..
 
문규억 모르쇠
 
문규억:
어 나 친구 없어서
어차피 말 할 데도 없어
 
주리치:우리는.. 엄청 빨리빨리 움직였다고
알지?
 
문규억:그럼그럼
누구보다 신속하게
생존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주리치:그럼그럼... ㅋㅋ
뭔가 이상하긴 하다... 대피구역 안에 들어가기 어려울텐데
뭐... 잘 모르겠다~ 복귀 연락 할테니까 기다려 봐
 
문규억:그래애
 
문규억 철푸덕 앉아서 기다림
 
문규억: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귀좀파고올걸...)
 
주리치:
...??
무슨 소리 안 들려?
 
문규억 후비
 
문규억:무슨소리?
 
지도에 집중하던 그때, 리치가 의심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입니다.
 
아, 그제야 규억은 웅웅거리는 듯한 미약한 소리를 듣습니다.
 
문규억:어라
이거 뭔소리지
 
어쩌면 생존자가 보내는 구조신호일 수도 있겠네요.
 
규억과 리치, 두 사람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문규억:복귀연락 아직 안했지?
 
주리치:..웅
 
문규억:완수할수있을듯
가자가자
 
주리치:에에
 
규억과 리치가 도착한 곳은 빈 공터이며, 공교롭게도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거짓말처럼 끊겨버린 신호에 리치가 의문을 품고 총을 고쳐잡습니다.
 
주리치:뭐야?
완수할 수 있다며
 
문규억:어라
 
주리치:구라쟁이야
 
문규억:당했나?
 
주리치:
함정인가?
 
문규억:
 
그때,
 
주리치?:야! 여태 어디 있었어?
 
또 다른 리치가 저 너머에서 걸어 나옵니다.
 
그는 당신의 옆에 있는 리치를 보고 사색이 되어 이렇게 말합니다.
 
문규억:어라
 
주리치?:뭐야?? 도망쳐!! 그 녀석은 가짜야!
 
문규억:이거 돗치스키?
맨슬로터?
 
주리치?:
 
그 말을 들은 리치 (여태까지 당신 곁에 있었음)의 표정이 해괴해집니다.
 
주리치:엥?
 
주리치?:저 녀석이 내 장비를 훔쳐서 달아났다고;
 
주리치:뭔소리야;; 어린 애도 그런 거짓말에 안 속겠다
 
문규억 진짠가?
 
주리치?:절대 속지 마, 널 속이고 외진 곳에 데려가 살해하려는 속셈이라고.
 
주리치:살해는 이미 몇 번 했거든?
 
문규억:그러니까
안외진곳에서도 잘만하던데
 
주리치:
 
똑같은 얼굴의 두 사람, 그 논쟁은 혼란스럽지만 꽤 좋은 볼거리네요.
 
아니, 이럴 시간이 아닙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문규억: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아유...이게 다 무슨 일이람
 
이게 뭐죠? 주리치가 둘이라니, 둘 중 하나는 크리쳐가 아니고서야 이런 일이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문규억:그래그래 나도 동의해
 
주리치:어이없네
 
주리치?:뭐래 빨리 내 총이나 내놔
 
규억아 돗찌스키?
 
문규억:
...
싸워서 지는 쪽이 아무래도 인간이려나
 
주리치?:너랑 싸우면 다 지지 않을까..
 
문규억:
 
주리치?:아무래도..
 
문규억:오...
똑똑한 게 찐리치 같기도 하고
 
주리치:미친거아냐?
ㅋㅋ
 
문규억:
욕하는 게 찐리치 같기도 하고...
근데 뭐
지금까지 계속 같이 있었던 게 주리치 아닐까
얘는 지하철도 타봤대
 
주리치?:나도 지하철 타봤거든?ㅡㅡ
삑하고 띡하고
타는거잖아 ㅡㅡ
 
문규억:
무슨
이하온이냐
삑그리고다음
 
주리치:
 
문규억:그럼 대답해봐
지하철 탈 때 신발 벗고 타 신고 타
(신고 타면 짭이다 이건)
 
주리치?:당연히 신고타지
너 어디 아프니?
 
문규억:이 가짜!!!!!!!!!!!!!!!!!!
 
주리치:
 
다른 누구도 아닌 리치를 헷갈릴 리가 없잖아요.
 
그는 긴 시간 함께해온 당신의 동료인걸요.
 
진짜 리치를 짚어내자, 가짜 쪽은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찰나의 순간이 흐른 뒤, 리치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문규억:어우쒸
 
퍽!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리치가 반쯤 날아갑니다.
 
규억이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고치던 그때, 크리쳐가 규억의 방향으로 몸을 돌립니다.
 
문규억:아미친 지하철탈때신발벗고타는리치야-!!!!!!!!!!!
 
크리쳐는 어째서인지 공격하지 않으며,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문규억:(하씨 독순술 안갖고왔는데)
뭐라는거야
 
주리치:
 
규억이 얼떨떨하게 서 있는 사이, 그는 천천히 팔(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당신의 양어깨를 움켜쥡니다.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크리쳐: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신호를 보낸 거야. 크리쳐의 몸이면 공격당할 테니까.
이런 미세한 소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는 건, 역시 문규억, 네가 인간처럼 살고 있다는 크리쳐지?
널 여태 찾았어.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쪽이 크리쳐라는 건 도시 괴담처럼 돌아서 알고 있어.
너도 크리쳐잖아, 부탁이 있어.
제발, 나 좀 살려줘. 나도 사람처럼 살 수 있어. 응?
 
문규억:뭐, 뭔소리야
안사요!
 
크리쳐:나도 사람처럼 살 수 있다고...
제발, 제발 도와줘.
 
문규억:그건 이런 유령도시에나 있는 괴담이겠지
에잇
 
문규억 밀쳐요
 
크리쳐:여기 유령도시인데.;;
 
여태껏 단 한 번도, 크리쳐가 의사소통을 시도해온 적이 없었습니다.
 
문규억: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문규억:제법 말 잘하는걸
 
문규억: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kp:이성치 1 차감
 
문규억:엣,
 
공교롭게도 그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마가 찢어진 리치가 흉흉한 표정으로 총구를 내립니다.
 
조금 전 공격으로 인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친 모양입니다.
 
주리치:하... 진짜 거지같네;;
 
문규억:조심성없는기지배
낙법을 써야지
 
주리치:야!! 헛소리를 왜 들어주고 있어
참나 ㅡㅡ
 
문규억:
시카크림 발라라
 
무언가 이상합니다.
 
마땅히 제거되어야 할 대상을 제거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리치가 말하는 대로 정말 당신을 현혹하기 위한, 쓸데없는 소리였을까요?
 
상념이 이어지기 전,
 
주리치:아무튼 이쪽으로 와 봐.
 
리치가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내며 조금 전까지 넘어져 있던 바닥을 가리킵니다.
 
빼곡하게 타일로 채워져 있으나, 리치가 가리키는 곳의 타일만 다른 칸과 재질이 다릅니다.
 
문규억:
 
주리치:열어 ㅡㅡ
 
문규억:네 선배님
 
문규억 꿍시렁대면서 열고잇음
 
문규억:참나 진짜
 
규억이 손끝을 밀어 넣고 타일을 걷어내면,
 
아! 생존자들이 숨어있던 벙커를 발견합니다.
 
대피 구역이 전부 크리쳐에게 점령되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숨어있었군요.
 
쓰러진 와중에 바로 재질 차의 이상함을 알아차리다니, 역시 리치입니다.
 
문규억:쫌 하네
 
이것으로 구출 성공입니다.
 
규억과 리치에게 구해진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계속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주리치 가오살아요
 
문규억:경력직이다 이거지
 
주리치:
뭐 뭔 경력직이야~ㅋ
 
문규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살았어요."
 
"말로만 듣던 분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문규억 어깨으쓱
 
"이제 우린 안전해!"
 
"아아, 신이시여……. "
 
주리치: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존자들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z
 
문규억:오호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존자들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문규억:제법 감성적인데
 
주리치:상황중계
 
주리치 무전하는척 ㅋㅋ
 
문규억:
전화할때 목소리 조 ㅁ
좀 달라지는 편이네
 
주리치:이거 본부담당자
목소리인데 ㅡㅡ
 
문규억:요즘 가는 귀가 좀 침침해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규억과 리치를 신기한 듯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인을 요청하거나, 심지어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들이밀며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물론 규억과 리치는 거절해야 합니다.
 
연예인이 아닌걸요!
 
주리치:너무 예뻐도 탈이네...
 
문규억:
 
주리치:ㅋ비웃냐?
 
문규억:촬영 안되실게요
(갑자기 말 돌림)
 
거절당한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 않습니다.
 
문규억:찍지 마실게요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악에 물든 것 같아, 민망할 지경입니다.
 
문규억:
 
덩달아 이쪽을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최악이네요.
 
그래요, 벙커 안에만 있기 힘들었겠죠.
 
그래요, 벙커 안에만 있기 힘들었겠죠.
 
전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규억의 마음까지 덩달아 쓰라려 옵니다.
 
울컥,하고 혈액 덩어리를 뱉은 규억은 그제야 '뾰족한 무언가'가 가슴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호흡이 어렵습니다.
 
아, 상급 크리쳐의 숨이 붙어있었군요.
 
간신히 고개를 돌린 규억은 원망스러운 듯 당신을 바라보는 크리쳐의 형형한 두 눈과 마주합니다.
 
주리치:야!! 문규억!!
 
문규억:주..리치...좀 제대로 쏠..것이지....
 
뒤늦게 리치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만…….
 
아무래도 늦은 것 같습니다.
 
불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규억의 의식이 멀어집니다.
 
그래도 생존자들을 구출한 후에 죽어서 다행이에요.
 
임무의 절반은 성공했으니, 규억이 아주 잠깐 쉬는 것 정도는 용서해주겠죠.
 
풀린 눈으로 쓰러지는 규억을 리치가 받아냅니다.
 
.
 
.
 
.
 
4. 변화와 위험
 
당신은 눈을 뜹니다.
 
폐부에서부터….
 
이런, 이제는 이 상황도 지겨울 정도네요.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던 규억은 찌릿한 통증에 힘을 잃고 도로 누워버립니다.
 
가슴 부근이 숨을 쉴 때마다 칼로 살을 저미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이건…….
 
이상합니다.
 
소생 후의 컨디션은 최고조여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규억은 자신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문규억: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kp:이성치 감소 없음
 
낯선 천장과 함께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해보지만, 이곳은 규억이 모르는 사람의 방입니다.
 
머리맡에 있는 귀여운 곰 인형이 리치의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어두컴컴한 창문 너머로 푸른 조명이 넘어오는 것을 보니, 일단 규억은 여전히 A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리치가 죽은 규억을 길바닥에 둘 수 없어 적당한 민가 안으로 들어온 것 같네요.
 
거실로 나가자, 머리에 붕대를 감은 리치가 소파에 앉아 무전기를 보고 있습니다.
 
규억의 기척에 고개를 든 리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문규억:
관찰력
기준치: 25/12/5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리치의 심기가 불편해 보입니다.
 
규억이 그렇게까지 잘못한 걸까요….
 
주리치:ㅡㅡ
 
문규억:왜..왜 또 눈을 세모낳게 뜨고 봐
 
주리치:너 지금 나 눈 째졌다고 꼽주니?
 
문규억:아 십
그게 아니라요 선배님
 
주리치:너 지금 3일만에 일어났다고ㅡㅡ
 
문규억:
어버이날 지났겠네
 
주리치:
...지금 그게 문제야?
 
문규억:
...
사람들은?
 
주리치:헬기 태워 보냈어ㅡㅡ
나도 갈걸..
 
문규억:
 
주리치:
 
문규억:미안미안
가지마
사람들 우리 규리치라고 부르는 거 못들었어?
 
주리치:나참...
 
문규억:우리 페어라서 째지면 안돼 ;;
 
주리치:그게...뭔데.....;;
 
문규억:
 
주리치:;;
 
문규억:
 
주리치 이상한 눈으로 봐요
 
문규억:(저런...그게뭔데십크리쳐야 같은 눈이라니..)
 
주리치:
(그뭔크..;;)
 
문규억:
 
주리치: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우리 큰일남
 
문규억:아우 무슨 맨날 큰일이 나
 
주리치:지금 너 잠든지 3일이나 지나서
 
문규억:이 직업은 안되겠어
 
주리치:크리쳐가 너무 많이 증식해서
상부에서 이 도시를 그냥 폭파하겠대
ㅋㅋ
 
문규억:ㅋㅋ
 
주리치:ㅋㅋ
 
문규억:....
 
문규억 웃다보니웃을때가아님
 
주리치:ㅋㅋㅋㅋㅋ
 
문규억:야미친그럼빨리나가야지
 
주리치:그니까;;
 
문규억:어디서 곰인형같은거나 머리맡에두고말이야
 
문규억 재빠르게쓰다듬음
 
주리치:근데 지금 구조요청하나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
 
문규억:크리쳐 아니야?
 
주리치:헬기가 폭탄싣고 이쪽으로 오는 중
 
문규억:아이미친
 
주리치:한시간 남음...
 
문규억:우리가 구조요청해야할판인데
 
주리치:
x 제약 회사 쪽인거 같은데..
 
문규억:여기랑...가깝나
 
주리치:헬기 타려면 어차피 고층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야 하긴 하거든?
 
문규억 지도 봄
 
문규억:
 
주리치:...어쩔래?
 
문규억:...
 
주리치:그쪽에 고층건물 많긴 한데...
 
문규억:에휴
며칠 전에 크리쳐한테 못되게 굴었다가
백지영된거생각하면
가는게나을것같기도하고...
 
주리치 솔직히 귀찮아서 규억이가 그냥 가자고하면 좋겠음
 
문규억:
근데 뭐...
 
주리치:가는게..나을 거 같다?
 
문규억:구멍나면 또 살면되지
무시하자
나 또 죽기 귀찮아
 
주리치:흠...
제약 회사니까 돈 좀 많을 거 같기도..
 
문규억:
왜케 돈에 집착해
 
주리치:집 사려구
ㅋㅋ
 
문규억:
가족관계증명서에
나도 좀 끼워줘
같이 좀 살자
 
주리치 이뭔크...
 
문규억:
됐어 다음에
백화점 근처로 임무 배정되면
몇 개 슬쩍하면 돼
 
주리치:
아니 여기 폭파되는데
뭔 배정이야
ㅜㅜ
 
문규억:아니 여기 나가서 말이야~!!!
 
주리치:ㅜㅜ
그래서 그냥 가자고?
 
문규억:좋지
 
주리치 찝찝..
 
문규억:
무시해무시해
 
주리치:흠...
 
문규억 주리치 등 밀어요
 
문규억:근데
구조요청 하나 뜬 거
상부에서도 다 알까
 
주리치:
..아무래도?
 
문규억:
....
 
주리치:
그냥
 
문규억:좀 까이면 되지 뭐
 
주리치:짤리면 됨
 
문규억:ㅋㅋ
 
주리치:아..아닌데 나 집사야되는데
하 어떡하지??
 
문규억:
 
주리치:어떡해 규야? 근데 고민할 사이에 이미 갔으면
 
문규억:됐어 가도 어차피
 
주리치:도착했을듯?
 
문규억:금고로 잠겨있 아
 
주리치:
 
문규억:...
뭐 다음에 이런 일 있으면
그 때는....
 
주리치:야 아냐
가보자 그냥
 
문규억:
(자가에 눈 먼 기집애.....)
 
주리치:
 
문규억 중얼중얼
 
문규억:
 
주리치:암것도 없으면 째면 되지
 
문규억:에휴 알겠어
실랑이하다가 폭탄터지겠다
 
주리치:크게 안 바라 한 5억?
 
문규억:개크잖아
 
주리치:안전지대 집값 비싸;;
 
문규억:
노른자다 이거네...
 
주리치:야 아무튼 서둘러
 
문규억:알겠어알겠어
 
주리치:1시간 남았당;;
 
문규억:
아까도 1시간이라고 안했어?
 
주리치:
 
문규억:약간...아침 엄마st이네
 
주리치:야~ 메타발언하지마~
 
문규억:어어 그럼
난 엄마가 없는데 왜 알고 있지
 
주리치:
 
문규억 암튼 감
 
주리치:나도 없는데..
 
5. X제약회사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규억과 리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크리쳐들과 마주합니다.
 
문규억:아이xx
 
전투 생략 (사유: 귀찮음)
 
문규억:
 
거듭되는 전투에 두 사람의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력은 흔들립니다.
 
X 제약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치료용 연고의 판매로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신호가 나오는 곳은 X제약의 지하입니다.
 
1층까지 진입은 수월했으나, 지하로 가는 길은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막혀있습니다.
 
개폐를 해제하기 위해선 경비실로 들어가야겠네요.
 
주리치:야야
빨리 찾아봐라
 
문규억:그냥 부수면 안되나
 
주리치:
부숴보든가
 
문규억: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아야야 ㅅㅂ
 
주리치:
ㅜㅜㅜㅜㅜ
얌전히 찾으라고~
 
문규억:경비실 어디야!!!!
 
주리치:스위치 같은 거 있나?
 
문규억 괜히씅냄
 
문규억:보통 이런 벽에 없나
(더듬..더듬)
 
규억은 벽에 손을 짚고 내부를 빠르게 훑어봅니다.
 
개폐 버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던 중, 책상 위의 컴퓨터를 발견합니다.
 
수십 개의 화면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입니다.
 
회사 외부 곳곳에 있는 감시카메라는 사람이 없는 지금까지도 작동 중이지만, 내부의 카메라는 대부분이 작동되지 않습니다.
 
문규억:
관찰력
기준치: 25/12/5
굴림: 1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주리치:문득, 규억은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주차장 너머로 작게 보이는 곳은 분명 3일 전 규억이 죽어버린 곳입니다.
 
문득, 규억은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문규억:기억력도좋다
 
주차장 너머로 작게 보이는 곳은 분명 3일 전 규억이 죽어버린 곳입니다.
 
익숙한 장소를 비추는 영상의 확대가 가능합니다.
 
두어 번 클릭하자, 그 영상이 촬영된 날짜와 시간대를 전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규억의 사망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는 설명받지 못했었죠.
 
3일 전 날짜를 입력한 뒤 확인해볼까요?
 
문규억:어라 이게 뭐지
 
문규억 딸깍딸깎
 
입력한다면, 다음 내용의 저화질의 영상이 재생됩니다.
 
사방에서 안타까운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리치가 쓰러지는 규억의 몸을 받아내며, 군화 굽으로 쓰러져있던 상급 크리쳐의 핵을 터뜨립니다.
 
주리치:.... 핵 터트리는 거 까먹었당 ㅋ
 
주리치 딱콩
 
멋쩍은 듯 웃은 리치는 규억의 눈을 감겨주곤 시체를 바닥에 눕힙니다.
 
주리치:뭐 일단 푹 쉬어... 젤 중요한 건 끝났으니까
 
이변은 잠시 후에 발생합니다.
 
분명 죽었을 터인 규억의 몸이 두어 번 움찔거립니다.
 
리치가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늘어져 있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거리는 규억을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리치의 표정이 경악에 물듭니다.
 
주리치:엥? 김규억 벌써 일어난 거야?
 
시민들이 웅성거립니다.
 
"이상하네요, 방금 목숨이 끊어진 게 아니었나요?"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는 거지?"
 
그때, 규억이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리치는 규억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방어하지 못하고 규억에게 걷어차입니다.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리치는 마른 땅바닥을 뒹굽니다.
 
규억은 리치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을 공격하지만, 몇 초 뒤 달려든 리치에 의해 저지됩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리고, 내동댕이치고, 엉겨 붙어 목을 조르고, 끔찍한 파열음이 들리는…….
 
그 모습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문규억: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kp:이성치 2 차감
 
영상은 리치에 의해 중간에 종료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이 흐릅니다.
 
주리치:오...
 
문규억:...
 
주리치:스위치 찾으랬더니
아까부터 쓸데없는 것만 찾네?
 
문규억:죄송합니다
 
문규억 존내 눈치봐요
 
주리치:
아야..아야...
아유 갈비뼈
아야
 
문규억:죄송...죄송합니다.....
 
주리치:병원비로 한 5억 나올 듯..
아야아야
 
문규억 대가리 벅벅긁어요
 
문규억:이 미친기지배야
 
주리치:
 
문규억:
 
주리치:자기소개 잘 들었습니다
 
문규억:
맞습니다...제가 미친기지배입니다......
 
주리치:
나중에 병원비 받을거임ㅡㅡ
 
리치가 규억을 흘겨보며 어느덧 찾아낸 개폐 버튼을 누릅니다.
 
문규억:무보수로 일하는 크리쳐한테 돈이 어딨다고...
 
주리치:대출해~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두 사람은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문규억:(장기 하나씩 팔면 개이득아닌가?)
 
주리치:(오...)
 
문규억:이제 막 속마음도 듣고
 
주리치:
 
문규억:니가 더 크리쳐같다 야
 
주리치:너 지금 입밖으로 중얼거린거 모름??
 
문규억:
 
주리치:너 그거 습관이야 고쳐~
 
문규억:계속 상황중계하는 게 누군데 막
도리어 성을 내네
;;;
 
주리치:아 그거 무전이라니까 ;;
 
문규억:
 
주리치:참나 ;;
 
주리치 궁시렁
 
주리치 연구실 문 열어요
 
주리치:5억 없기만 해봐라
 
문을 열면 황량한 연구실의 내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엎어져있습니다.
 
문규억:오 사람
 
문규억 툭툭쳐요
 
문규억:저기요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50대로 보입니다.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습니다.
 
문규억:
관찰력
기준치: 25/12/5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주리치:쯧쯧...
 
문규억:세상이 나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어
 
주리치:뭐 니맘대로
뒤져봐
난 5억 없나 찾아볼테니까
 
문규억 남자 가운 뒤짐
 
주리치:말걸지마ㅡ
 
문규억:
살아있었으면 금고 위치라도 아나 물어볼 수 있었을텐데
 
문규억 핸드폰 들고 구경함
 
규억이 남자의 가운 주머니를 뒤지자 열쇠 하나를 발견합니다.
 
문규억:
 
핸드폰에 찍힌 구조신호를 보낸 시각은 리치의 무전기에 신호가 도달한 시각과 일치합니다.
 
문규억:열쇠 이거 어디쓰는거지
 
문규억 열쇠 좀 자세히 봄
 
문규억:(혹시 금고열쇠?)
 
옆쪽 서랍 열쇠인듯...
 
문규억:
옆쪽 서랍 열쇠인듯...
 
문규억 당장열어
 
[엎어진 남자/테이블/벽면의 서랍] 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문규억:찾은 단서부터 쓴다
 
문규억 서랍에 열쇠 끼움
 
빼곡한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그중 한 칸만 잠겨있는데, 규억이 열쇠를 사용한다면 서랍 안에서 편지 꾸러미를 발견합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장의 편지입니다.
 
kp:읽음?
다른거 보고 읽어도되는데
 
문규억:남의 편지 막읽어도되나 ㅋㅋ 핫참
 
문규억 펼쳐요
 
(1):보내주신 새로운 C.V의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실패작은 늘 그렇듯 안전지대 밖으로 전부 폐기했습니다.
상급은 그나마 성공한 편이지만, 하급은 정말로 쓸 게 못 되는군요.
다음 달 중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AOC에서 협조를 승낙했으니, C.V의 추가적 공급을 요청합니다.
해당 밀서는 확인 후 소각하십시오.
 
(2):확인했습니다. 다만, 너무 위험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들어 추가 공급 요청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러다 도심지에 C.V가 유출되기라도 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
부디 진행 속도를 늦춰주십시오.
적당한 위기감을 조성해 민간인을 통제하는 정도로만 사용한다고 하셨잖습니까.
요즘은 연구 보고서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규억:(어라...)
 
문규억 고개 갸웃거리면서 다시 남자 뒤짐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반쯤 구겨져 있습니다.
 
작성자가 보내지 못하고 보관한 것 같네요.
 
날짜는 1년 반 전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이건 명백한 밀서였습니다.
 
kp:남자...
 
문규억:
 
문규억:
세상이나에게너무많은것을어쩌구...
의료 지식은 없는데
응급처치정도는 할 수 ...
안되겠지?
교육
기준치: 50/25/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세상이 규억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어쩌구...
 
규억이는 봐도 모르겠습니다.
 
문규억:(이뭔교)
 
kp:핸드폰 더 볼 수 있음
 
문규억:어디 뭐 게임 안깔려잇나...
 
문규억 뒤적
 
문규억: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에휴...
 
세상이 규억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어쩌구...
 
kp:다시 볼래? 아님 다른 거 봐도됨
 
문규억:
....
일단그럼
테이블을.
 
연구 일지를 정리한 종이가 늘어져 있습니다.
 
연구 일지:학회의 낯선 이는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그의 소지품 중 작은 금속 크리쳐의 암수 한 쌍을 손에 넣은 이후, 나는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었다. 크리쳐의 무한한 재생 능력은 경이로웠으나, 핵이 제거되면 사망해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나는 이것을 보완할 방법을 찾기 위해 금속 크리처 핵의 중심 물질, C.V를 채취해 다양한 실험체에게 주입했다. 대부분이 견디지 못하고 흉하게 녹은 채 움직였으며, 핵이 제거되면 사망하는 성질은 유사했다. 종종 특수한 능력을 갖춘 채, 다른 녀석보다 지능 있는 개체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이들도 역시, 핵의 제거와 동시에 죽음에 이르렀다.
그런데, 실험생물 5000마리 중 단 한 마리, 알파만이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며 월등한 능력을 보였다. 알파에게서는 핵을 찾을 수 없었으며, 아주 작은 생체기관만 남아있어도 충분히 시간만 주어지면 신체를 재생해냈다. 그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 가장 영생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알파는 무리의 우두머리로 군림하던 녀석이었다. 나는 알파를 통해 실험체가 우수한 생물일수록 완전한 크리처 생성의 성공률이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1년이 넘어갈 무렵,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사건'이 일어나버렸다. 실험실로 돌아왔을 땐 알파가 실험체 대다수를 학살한 후였다. 그건 그야말로 '폭주'였다. 알파가 자신의 동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저능한 크리쳐처럼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후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하던 중, 알파는 숨을 거두었다. 사인은 과다출혈. 마지막에 있던 폭주 이후 알파는 평범한 실험생물로 돌아갔고, 평범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 전조는 거의 없었다. 사망 후 재생 속도가 차츰차츰 느려지기 시작했던 것 외에는…….
부작용 없이 인간에게 C.V를 쓸 수 있다면, 국내의 군사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겠지.
 
연구 일지를 다 읽는다면, 규억은 생각해냅니다.
 
자신이 이전,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당신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당신은 C.V의 첫 실험체입니다.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만들던 나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날이나, 지하철에서 창밖을 바라본 일, 귀신이 나온다는 호텔에 묵었던 일, 규억은 전부 기억해냅니다.
 
규억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당신은 이제 괴물이 아닙니다.
 
문규억: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이성치 1 차감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시 전체를 폭파하겠다는 극단적인 선택, 여태껏 안전지대는 유지되며 한 번도 시 전체가 점령된 적 없었습니다.
 
시내에 지나치게 많은 크리쳐들.
 
당신에게 살려달라고 말하던 상급 크리쳐.
 
문규억: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잘은 모르겠지만, 도시에 C.V가 누출되었고, 그로 인해 A시의 시민들이 크리쳐로 변해버린 게 아닐까요?
 
문규억: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kp:이성치 3 차감
 
C.V에 노출된 사람은 크리쳐가 됩니다.
 
그 기간은 규억으로서 짐작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3일 이상 노출되었던 리치는?
 
리치의 뺨은 상기되어 있습니다.
 
이마에 감겨있던 붕대가 느슨하게 내려옵니다.
 
머리의 상처는 어느덧 사라졌습니다.
 
아니, 오히려 리치의 컨디션은 한결 좋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주리치:...여기 5억 없네....
 
문규억:....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리치의 얼굴 위로 다양한 표정이 교차합니다.
 
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쪽은, 몸의 주인인 리치일 게 뻔합니다.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리치는 어차피 언젠가 당신처럼 크리쳐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단순히 그 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진 것 뿐이고요.
 
문규억: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kp:이성치 1 차감
 
d
 
d
 
어느 순간, 리치의 눈에서 빛이 꺼집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규억이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리치가 규억의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규억은 대응할 틈도 없이 리치에게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집니다.
 
다시 한번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 규억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당신을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는 리치의 얼굴이 비칩니다.
 
kp:HP 1 차감
 
이내, 리치는 당신을 내동댕이칩니다.
 
강한 충격과 함께 당신의 시야와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립니다.
 
머릿속 내내 이명이 들리며 규억의 코에서부터 혈액이 흘러내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다시 리치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면…….
 
리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위에서부터 쿵, 쿵, 쿵, 하고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과 벽을 전부 파괴하고 부수고 있군요.
 
규억을 공격한 리치는 폭주 상태로 건물의 가장 높은 곳까지 향합니다.
 
규억은 그를 뒤쫒아가나요?
 
문규억:아이 썅 ......
저 또라이같은 기지배..................................
 
문규억 어기적어기적 일어남
 
kp:가 말아
 
문규억:................................................................
 
문규억 ..........................쫓아감
 
문규억:지는 이제 또 산다 이거지......미친기지배
..........또라이같은기지배....미친.....주리치미친거같애진짜....
 
문규억 중얼중얼
 
주리치 귀간지러움
 
.
 
.
 
.
 
6. 옥상
 
후들거리는 다리는 규억이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위로, 위로, 더 위로.
 
리치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규억은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잠겨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너덜너덜한 문짝을 걷어내면,
 
리치가 있습니다.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눈이 쏟아지고,
 
하늘은 새카맣지만,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리치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리치는 힘이 주는 권력에 반쯤 취했습니다.
 
건물의 가장 높은 곳에서 자신의 우월감을 만끽합니다.
 
97%의 헛소리를 하며, 자신을 찾아온 규억을 귀찮게 여기고 공격합니다.
 
문규억:미친x...........................
 
리치와 규억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kp:z
 
문규억: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55/27/11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7
 
kp:해당 판정으로 주리치가 완전히 죽길 바라시나욤?
 
문규억:..
............................
또라이같은기지배....
바이러스안들어오게 꽁꽁싸매고있었어야지....
(죽진말았으면좋겠기도하고...)
 
kp:정해주시길바랍니다ㅡ
 
문규억:세상이 나에게 어쩌구저쩌구....
알아서 피해
 
문규억 죽지마라 눈꼮감고비는중
 
굉음과 함께 탄환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듭니다.
 
규억이 찰칵, 하고 방아쇠를 당기자 발사된 탄환이 쪼개지며 각기 다른 일직선의 방향으로 향합니다.
 
주리치는 옥상 난간 뒤로 넘어가 빌딩 아래로 추락합니다.
 
규억이 리치를 두고 간다면 A시의 멸망과 함께 사라지겠죠.
 
내려가 생사를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진 않을까요?
 
문규억:...
 
문규억 씨바 말없이 내려감
 
주리치:ㅋㅋ...
미친 기지배.......
 
문규억:ㅋㅋ...
니가 더......
 
주리치:주우러 내려왔냐?
 
문규억:입은 안맞았나보네
 
주리치:ㅡㅡ 심장이 다이너마이트가 터진 것처럼 너덜너덜하게 아프잖아 ;
 
문규억:
 
주리치:기지배 복수 제대로하네 ;;
 
문규억:이게 역지사지라는거야 ...
 
주리치:참나... 오빠한테 일러야지...
 
문규억:얼씨구...
 
주리치 벌떡 일어남
 
문규억:아씨바 제발 누워있어
 
주리치:왜?
나 지금 멀쩡한데ㅋㅋ
 
문규억:또 훼까닥해서 아오
술자리에서 저런 말 하는 애들 다 안멀쩡함
묶을만한거없나
 
주리치:아니 진짜 멀쩡하다구ㅡㅡ
 
문규억:얌전히 업혀서 몰래 나가면 위에선 아무도 모를것같은데
 
문규억 미심쩍...
 
주리치:아 맞다
야 빨리 나가야지;; 미친기지배야 지금 몇분 남았어?
 
문규억:어라라
 
전투가 종료되면 A시가 폭파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이후,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전장을 이탈하거나, 다시 AOC로 돌아갈 수도 있겠네요.
 
문규억:야 이딴 곳에서 더 일 못해 나
 
혹은 상부에 침입해 이 일을 꾸민 사람들을 전부 죽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문규억:죽이자 죽이자
 
선택은 자유롭게 해주세요.
 
문규억:뭘망설여
가자 지상최강의크리쳐
 
주리치:
아..
크리쳐같은거 되고싶지 않았는데 ㅡㅡ
 
문규억:아까는 좋아서 날뛰어놓고...
 
문규억 중얼
 
주리치:
야ㅡㅡ 지는 안 그런줄??
 
문규억:
야 그럼 이걸로 퉁치고
일단 여기서 빨리 나가자
 
주리치:내 갈비뼈 니가 신나서 날뛰다가 부러트렷자나ㅡㅡ
 
문규억:
 
주리치:나는 누가 냅다 총부터갈겨서
 
문규억:야 나는 옴므됐어 ㅡㅡ
 
주리치:공격도 못해봤구만 ㅡㅡ
 
문규억:심장이없어
문규억이부릅니다
 
주리치:참나 어이없네
그래서 뭐 어쩌자구
 
문규억:뭘 어쩌긴 어째
다 죽이고
5억으로 집 사야지
 
주리치:
사실...
 
문규억:
 
주리치:그거밖에 없긴해
 
문규억:
 
주리치:죽여야지
 
문규억:그럼그럼
 
주리치:아오 ㅡㅡ짜증나네
야 가자가자
총들어
 
문규억:가자가자
다 죽이자
 
.
 
.
 
.
 
탕!
 
검은색 의자에 앉아있던 마지막 사람이 뒤로 넘어가며, 회의실 내부는 혈향과 살덩어리로 채워졌습니다.
 
코를 찌르는 냄새에 미간을 좁히며 밖으로 나간다면 총을 느슨하게 든 리치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주리치:이쪽은 정리 끝~
얼씨구... 돈은 쪼금 밖에 없네;
 
문규억:하 참나'
다 어따 썼대
 
문규억 쯧쯧
 
주리치:짜증나네...
 
복도 너머에서부터 리치가 있는 곳까지, 길게 핏자국이 이어집니다.
 
이걸로 당신과 리치의 복수는 종료되었지만…….
 
뒤이어 찾아올 혼란은 아무것도 모르는 안전지대 시민들의 몫이겠죠.
 
창밖, 검은 어둠 위로 새파란 야경이 번집니다.
 
목줄이 사라진 목은 허전할지언정 춥지 않습니다.
 
리치와 규억은 가볍게 손을 맞댑니다.
 
그렇게 혼돈에 빠진 세상을 뒤로하고, 앞으로, 또 앞으로.
 
ED 2. 클리셰 SF 세계관의 인간도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어!
 
문규억, 주리치 생환. 규억과 리치는 안전지대를 벗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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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