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기&리치] 최강의 클리셰 데우스 SF 마키나 플레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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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클리셰 데우스 SF 마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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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싸라기눈이 흩날리는 음울한 검은 숲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이파리를 떨구고 빈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설원이라고 불러도 모자람 없는 넓은 공터
주리치와 선준기는 새하얗게 얼은 바닥을 딛고 섭니다.
시작부터 과격하지만, 맞은 편에는 13마리의 크리쳐가 버티고 있습니다.
 
주리치 사격
 
주리치: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31
 
우지끈, 와장창, 뚝. 그리고 쿠당탕.
 
kp:요란한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금속들이 나무를 긁고 땅을 파헤치며 산산이 조각나 천지에 뿌려진 별이 됩니다. 고통도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은 우는 대신 윤활유 따위를 흘리며 바닥을 더럽힐 뿐입니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별다른 바 없는 일상입니다. 그러나……
어라?
생존 크리쳐가 과반수 미만으로 떨어져도 그것들은 도망가지 않습니다.
 
끼익, 끼익, 끼이이익.
 
kp:낡은 경첩이 흔들리는, 불길한 소리만 잿빛 하늘을 긁어댑니다.
그리고 이상함을 감지하는 순간,
부서졌던 기계가 다시금 재생합니다.
선준기와 주리치가 분명히 핵을 파괴했음에도 불구, 본체를 되찾은 것들은 아까와 똑같이 날카롭고 흉흉한 금속 테두리를 빛내고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 두 사람
 
주리치 이성
 
주리치: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kp:주리치는 있을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핵을 파괴하면 크리쳐는 사망한다.
 
kp:이토록 확실한 대전제가 무너지다니!
그 사이 크리쳐들이 진화한 건가요? 아니면 주리치와 선준기의 솜씨가 엉망진창으로 퇴화한 건가요?
 
주리치:오..
 
kp:매끄러운 원기둥과 원뿔, 구로 이루어진 금속형 크리쳐는 날카로운 가시를 표면에 두르고 있습니다. 수은처럼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화하면서요.
불규칙하고 정형화된 모양새 사이, 핵은 분명히 새파랗게 빛나고 있습니다.
핵을 다시 부시겠습니까?
 
주리치:네에
 
사격
 
주리치: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6
 
kp:주리치의 탄환은 확실히 크리쳐의 핵에 직격합니다.
 
쾅!
 
kp:폭탄이 터지는 듯 요란한 굉음과 함께 크리쳐가 나가떨어집니다. 부서진 파편 사이로……
 
관찰
 
주리치: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핵의 생김새가 어딘가 이상합니다. 여태 주리치가 알던 것과 달리 긴 바늘과 둥근 태엽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꼭……
시계처럼 보이는 것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습니다.
일전의 핵은 하나의 구로 이루어져 있어 바로 파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것은 정교한 부품들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파괴하더라도 한 번에 박살 내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준기:저게뭐지?
 
주리치:어...?
 
선준기:왜 죽지않는거지..?
 
주리치:시계?
오빠도 몰라?
 
선준기:시계..?
나도 모르겠는데..?
 
주리치:그럼 어떡해?!??
 
선준기:새로운 변종 크리쳐인가..
 
주리치:난 멍청해서 몰라ㅠㅠ
 
지능
 
주리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멍청하다니까 ㅠㅠ
 
선준기:
괜찮아 리치야..!!
 
주리치:
ㅠㅠㅠㅠㅠㅠㅠ
 
선준기:흠..
 
주리치:오빠는 먼가 알겟지?
 
선준기:음..
알거같아.!
 
주리치:먼데?!?
역시 준기오빠야
 
선준기:저 부품들을 흩어두면 핵으로서의 기능을 못할거같아
 
주리치:오오
 
kp:재생까지는 기껏해야 3분 남짓이 소요됩니다. 개체에 따라 월등히 빠른 예도 있으니 여유롭지는 않군요.
 
주리치:듣고보니 그런거같다
 
선준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리치:역시 ㅋ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선준기:리치야 서둘러 부품들이 모이지 못하게 막자!
역시 리치야
 
주리치:ㅇ응응응 ㅋ
 
선준기 엄지척
 
주리치 코쓱~
 
kp:주리치가 뛰어 핵을 가로채면, 뛰어온 경로를 따라 발자국이 남고 흰 눈은 진흙이 섞여 온통 더러운 색으로 물듭니다.
그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최강의 크리쳐! 주리치가 핵을 박살 내는 순간!
긴 이명이 들리고,
 
째깍,
 
kp:심장이 쿵쾅거리더니
 
째깍,
 
선준기:주리치!!!
 
째깍,
 
kp: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주리치:어?
 
째깍,
 
kp:눈앞이 핑 돌며……
 
딸깍.
 
kp: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어떤 덩어리가 목구멍을 열고 왈칵 쏟아집니다.
그와 동시에 주리치는 눈밭에서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심장은 여전히 정신없이 쿵쾅쿵쾅 날뛰고.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전부 멀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꽤 익숙한 광경이지만 어딘가 다릅니다.
일어나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주리치:어..?
준기오빠는?..
??
 
kp:주리치가 준기를 불러보자 대답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눈밭에 파묻힌 걸까요? 최악의 상황이라면 폭발에 휘말려 흩어지고 만 것일지도 모릅니다.
 
주리치:아..여기 어디지
 
kp:온통 눈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 한 그루는커녕 시야를 들고, 들어도 끝없이 펼쳐진 설원이 전부입니다. 아까 그곳에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진 거죠? 바람의 냄새가 전혀 다릅니다. 더 건조하고 차갑습니다.
 
주리치 주위를 둘러봐요
 
주리치:아..선준기 어디갔어 ㅠㅠㅠㅠ
 
주리치 눈 파헤쳐봐요.';
 
주리치:묻혔나?
 
kp:리치가 눈을 파헤쳐보지만...눈 밑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주리치:머지ㅠㅠ
 
kp:어떤 덩어리 조사가능합니다
 
주리치:어떤 덩어리?
 
kp:리치가 일어나자마자 뱉었어요
 
주리치:ㅋ 아니ㄷ ㅇ저도 위에보고옴
ㅠㅠ
 
kp: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리치:내가..멀뱉엇지 ㅋ
 
주리치 뒤적..
 
kp:주리치가 토해낸 것은 다름 아닌……
시계입니다.
금속 재질로 은색을 띠고 있으며 내부에 든 것은 새파랗게 빛나는 점액질과 복잡다단한 태엽들입니다. 크리쳐의 핵과 똑같이 생겼군요. 작동하지 않습니다.
 
주리치:헐..
아무리 배고팠다지만..
이런걸 먹은 기억은..
없는데..
 
kp:ㅇ ㅏ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귀여워
 
주리치:언제먹었지..
 
건강
 
주리치:
건강
기준치: 99/49/19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kp:
 
주리치:
 
kp:아미친
 
주리치:응응
 
kp:
귀는 먹먹하고 심장은 쿵쿵 뛰는 데다 머리는 조금 어지럽습니다. 속은 메슥거리고요. 추위가 얇은 옷매무시 사이로 스며들어서 오한과 소름이 오스스 돋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배까지 고프네요.
 
주리치 체력 -1
 
주리치:아..
배고프다.. 준기오빠 보면 뭐 사달라해야지ㅠㅠ
 
kp:왜 추위를 느끼는 걸까요? 고통은 왜 이렇게 날카로운 걸까요?
AOC의 요원이 된 후 강도 높은 훈련을 거치며 이런 감각에는 무척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심지어 최강의 크리쳐가 되어버린 후로는 더더욱이요.
이상함을 느껴도 딱히 짐작 가는 구석은 없습니다. 음, 일단 선준기를 찾아야 할 것 같은데요.
 
주리치:ㅠㅠㅠㅠㅠㅠㅠ
선준기이...ㅠㅠ.
 
관찰
 
주리치: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주리치 에이씨 눈파요
 
kp:
 
주리치:나올떄까지 파면 되겠지
 
kp:다시다시 ㅋㅋ
 
주리치: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kp:
 
주리치:
 
kp:다시
진짜 마지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리치 진짜 나올때까지 파요
 
주리치: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으휴
 
kp:주리치는 눈을 파헤치다 문득 저 아래에 얼어붙은 호수를 발견합니다.
 
주리치:어라라?
 
kp:내려가보시겠습니까?
 
주리치 호수로 향해요
 
kp:얼어붙은 호수까지 내려가는 동안 세상은 고요하고 희디흽니다. 매서운 바람 소리만 귓가를 때립니다. 모자를 쓰는 게 좋겠어요.
눈은 높이도 쌓여 무릎까지 푹푹 빠집니다. 그것들을 해치고 걷자니 유난히 사지가 무겁고 축축 늘어집니다. 바지와 운동화도 축축하게 젖어버려서 불편하고요.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려가면……
얼어붙은 호수의 테두리에 닿습니다. 표면은 단단하게 얼어 물을 마실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 그래도 호수 건너편 저 멀리에 검은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가로질러 갈까요? 에둘러 돌아가는 것이 나을까요?
 
주리치:
역시 빠른게 최고지
 
주리치 가로질러가요
 
kp:주리치는 호수를 가로질러 가기로 합니다.
호수를 가로지르며 가는도중 호수를 살펴봅니다.
호수의 표면은 얼음 특유의 결이 생생합니다. 꽤 깊게 언 모양입니다.
그리고 주리치는 얼음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봅니다.
상당히 앳된 얼굴이네요. 지금의 주리치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콜록!
 
kp:생각을 방해하는 것은 낯익은 기침 소리입니다. 뒤를 돌아보면 내려오던 반대 방향으로 둥글게 솟은 눈무덤이 있습니다. 딱 사람 하나를 묻을 크기입니다.
 
주리치:아? 회춘했네..
어?
혹시 준기오빠?
 
주리치 파헤쳐봐요
 
kp:눈무덤을 헤집으면 그 안에 쓰러진 것은 뺨이 차갑게 얼어버린 선준기입니다.
 
주리치:
 
kp: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선준기지만 선준기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앳된 얼굴.
그리고…… 익숙한 군복.
 
주리치:준기오빠ㅠㅠ!!!!!
 
kp:AOC의 군복을 입고 있는 선준기대 크리쳐용 살상 무기를 쥔 채 눈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다행히 미약하나마 숨이 붙어 있군요.
 
주리치:준기오빠 정신차려바ㅠㅠ
 
kp:얼마나 오랫동안 이 눈 속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걸까요? 아무리 흔들고 깨워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시체처럼 차갑습니다. 우선 몸을 데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주리치 뺨때려요
 
주리치:
 
주리치 안아줘요 ㅋ
 
kp:
ㅇ ㅏ
 
주리치:이게 아닌가
 
kp:선동기는 미동도 없습니다.
아니 선준기
 
주리치:선동기머임?
 
kp:
 
주리치: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p:선준기는 미동도 없습니다..
 
주리치:아..
무기는 머지..
 
주리치 뒤적..
 
kp:전직 / 현직 군인인 주리치는 그것을 보는 순간 직감합니다. 이건 현재 보급되는 무기가 아닙니다. 몸체에 쓰인 모델 넘버는 A-O19-C1015. ……약 4년 전에 사용하던 구형입니다.
낡은 후드와 패딩. 해진 운동화마저 어쩐지 낯익습니다.
앳된 얼굴의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조금 전과는 다르고,
무기의 연식은 분명히 4년 전의 것입니다.
……4년 전으로 타임리프한 주리치
 
이성
 
주리치:아....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럴수있지..
 
kp:리치는 멀쩡합니다 ㅠㅠ
 
주리치:아 인장도 바꿔주네
친절하다
 
kp:그럼그럼
 
kp 뿌듯
 
주리치:
준기오빠어떡하지?
 
kp:4년 전 일이기에 기억이 완전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어떻게 잊겠어요.
선준기와의 첫 만남이기도 할뿐더러 뼈에 사무치는 추위였는 걸요. 탐사자는 기억을 가다듬을 필요도 없이 이다음의 일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커다란 동굴이 있습니다. 겨울에 먹을거리가 모자라 사냥을 나오게 되면 사용하던 쉼터이기도 했었죠.
그때 분명히, 선준기를 이고 져서 그 동굴로 향했습니다. 추위를 피하고 불을 때고…….
그렇게 간신히 선준기를 살리고, 다른 AOC 요원들과 합류해서 Z시의 피난민을 보호, 이송했었습니다. X시에 무사히 도착하며 터지던 안도의 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마 주리치가 AOC에 입대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였을 수도 있겠죠.
자, 주리치. 이제 어떻게 할까요?
 
kp:당신은 AOC를 동경하던, 4년 전의 순진한 이가 아닙니다.
얼음송곳 같은 눈발이 흩날리고 칼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몸은 주리치가 구하지 않는다면 얼어붙은 설원에 버려진 채 시체가 되겠지요. 최강의 인류라는 명성이 애석하게도 무덤 하나 없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최강의 크리쳐니 뭐니 하는 끔찍한 실험의 희생자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주리치:...
에이씨
아..
죽는 것보다 낫지
일단 살고 봐 ㅠㅠ
 
kp:주리치는 준기를 이고 동굴로 향합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피부가 갈라지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최강의 인류도, 최강의 크리쳐도 되지 못한 신체는 연약하기 짝이 없군요. 들춰 맨 선준기의 무게가 자꾸만 무릎을 꺾습니다.
 
건강
 
주리치:아..개무겁다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kp:주리치는 선준기의 무게를 감당하지못하고 그만 넘어지고 맙니다.
 
주리치 체력 -1
 
주리치:아이ㅠ
 
kp:기억을 따라 걸어도 동굴은 나오지 않습니다. 분명 얼마 걷지 않았던 것 같은데. 추억의 미화일까요?
정신을 잃은 선준기는 갈수록 무겁고 걸리적거리기만 합니다.
아, 그냥 버리고 가고 싶다…….
주리치의 힘듦이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
 
주리치:ㅋ ㅋ ㅋ생각 읽지마세요
 
kp:
 
주리치:
 
kp:죄송합니다
 
주리치:
 
k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리치:ㅠㅠㅠㅠㅠㅠㅠㅠㅠ
 
kp:커다란 동굴의 입구가 보입니다. 눈과 바람을 피할 수 있을 거예요. 바닥이 좀 딱딱하겠지만 설원에 눕는 것보단 훨씬 호사스럽겠죠.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어둑하고 서늘합니다.
벽에는 꺼진 횃불이 걸려 있고, 짐승이 건드리지 못하도록 높은 곳에 선반이 설치돼 있습니다. 모포, 난로와 비상식량 따위를 구할 수 있습니다.
 
주리치 모포 준기오빠한테 덮어줘요
 
kp:낡고 얇은 모포 몇 장. 케케묵은 냄새도 조금 납니다.
리치는 준기에게 모포를 덮어줍니다.
 
주리치:으..냄새
난로 작동 되는건가?
 
kp:기름을 넣어 불을 때는 구식 간이 난로. 기름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주리치:흐음 ㅠㅠ
 
주리치 선반 살펴봐요
 
관찰력
 
주리치: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눈.이..침침하네
 
kp:리치는 선반안에있는 성냥을 발견합니다.
 
주리치:와우
이걸로..횃불 켜?
 
kp:주리치가 횃불에 불을 붙이자 천천히 내부가 밝아옵니다.
 
주리치:
비상식량은 뭐있지...
 
주리치 뒤적
 
kp:봉지 라면과 동결 건조 수프, 하이라이스, 육포와 초콜릿 바 조금이 남아있습니다. 낡고 더러운 양은 냄비도 하나 굴러다닙니다.
 
행운
 
주리치: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kp:한쪽에 쌓인 마른 장작더미를 발견합니다.
 
주리치:와ㅏ
 
주리치 장작에 불붙여요
 
kp:장작을 켠 덕에 추위도 한결 가십니다. 물론 몸이 으슬으슬 떨리긴 하지만…… 배까지 채운다면 더 나아지겠죠. 눈을 퍼와 냄비에 넣고, 동결 건조 식품을 끓이면 좁은 동굴 내부에는 음식 냄새가 자욱하게 퍼집니다. 맛있다고는 차마 못 해도 맡을 만은 합니다.
 
주리치:준기오빠야...
안 일어나면 내가 다 먹는다...
 
kp:선준기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은 꽁꽁 얼어 체온이 극단적으로 낮은 상태입니다.
 
주리치:아아
ㅠㅠ
 
주리치 안아줘요..
 
주리치:불 붙일수도없구
 
k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시팔
 
주리치 불가로 끌고와요
 
kp:주리치가 안아줘 보지만 선준기는 아직까지 미동이 없습니다.
 
주리치 안타게
 
선준기 oO(고맙다 리치야)
 
주리치 인공호흡하는 척 혀넣기
 
k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치는 혀를 넣어 보지만 준기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주리치:아 안 일어나네.. 진짠가보다
 
주리치 혼자 먹어요
 
kp:너무오랜시간동안 눈밭에 방치되어있었나봅니다.
주리치는 밥을 먹는동안 상황을 정리해봅니다.
당신은 분명히 숲에서 크리쳐와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핵을 부숴도 되살아나는 변종이 생겨났다는 것을 알게 됐죠. 핵의 부품을 흩어 놓기 위해 손에 쥐는 순간…… 요란한 초침 소리와 함께 암전. 그다음은 4년 전의 어느 날.
핵을 쥐는 순간 신체 내부에서 격렬한 반응이 일었던 것으로 보아, 크리쳐 간의 무언가가 공명을 일으킨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탐사자가 토해낸 시계는……
크리쳐의 핵이겠죠. 어떻게 해야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보글보글.
 
타닥타닥.
 
`깜빡깜빡
 
kp:눈보라와 어울리지 않는 조용하고 얌전한 효과음이 동굴 안을 채웁니다.
잠깐. 무언가 이상한 의태어가 섞이지 않았나요?
 
주리치:아?
 
kp:깜빡깜빡?
 
주리치:깜빡깜빡?
 
선준기:..누구야,..?
 
주리치:
준기오빠!!
 
kp:눈을 뜬 선준기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주리치는 여러 가지 의문 중 하나의 답을 얻습니다. 선준기는 4년 전의 사람이 분명합니다. 전혀 모르는 눈으로, 낯설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선준기:네?
저를 아세요?
 
주리치:오빠...
기억 안 나?
 
선준기:누구시죠...?
 
주리치:우리 미래를 약속한 사이잖아 ㅠㅠ
 
선준기:네..네..?!?!
제가요..!?
그 쪽이랑요!?
 
주리치:ㅠㅠㅠ?!!? 몰라?!
 
선준기:네...?
 
주리치:나 진짜 속상하다...
...
 
선준기:누..누구세요 저는 오늘 당신을 처음보는데..
 
주리치 훌쩍
 
선준기:아 아 ...
아 울지마세요...
 
선준기 토닥여줘요
 
주리치:오빠....ㅠㅠ
 
선준기:네..네?
 
주리치:아 됐어 일단 머라도 먹어
됐다싶다...
 
주리치 현타와요
 
선준기:ㅇ ㅏ 감사합니다..
ㅠㅠ
잘먹을게요
 
선준기 젓가락들어요
 
주리치:몸은 괜찮고?
 
선준기:네 괜찮은거같아요
그쪽이 절 구해주신건가요?
 
주리치:다행이네.. 오빠 무겁더라..
으휴..
 
선준기:아 감사합니다 생명의 은인이시네요 ㅠㅠ
 
주리치:나 오빠 때문에 다쳤어ㅠㅠ
 
선준기:네!?
다치셧다고요?!
 
주리치:알면 책임져
 
선준기:어디한번봐요
네 네 책임질게요
ㅠㅠㅠ
 
주리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무릎아파
ㅠㅠ
호해조
 
선준기:
네네
 
선준기 호~
 
선준기:아픈거 날아가라
ㅠㅠㅠ
 
주리치 만족
 
주리치 체력 + 2
 
주리치:아?!?
오빠 의사구나
 
선준기:네?
아뇨 군인이에요
기본적인 응급처치는 할줄알아요
 
주리치:짱이다......
 
kp:최강의 인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선준기의 회복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꽁꽁 얼어서 괴사를 걱정해야 했던 피부는 금세 핏기가 돌고 뻣뻣하던 손끝은 부드럽게 짐을 움켜쥡니다.
허기를 대충 해결하자마자 선준기는 동굴 가에 섭니다.
바깥을 살피면 인기척은 들리지 않고, 블리자드는 지나갔지만 바람은 여전히 흉흉해서, 눈이 내리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인 수준입니다.
 
선준기:저.. 해가 지기전에 하산할까요?
 
주리치:으음
그래그래
오빠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래야지
가자 더 할거 없으면
 
선준기:좋아요
어서 가요 저 화장실좀 다녀오고요
ㅈㅅ
 
주리치:
이 동굴 좋네..
화장실도 있고..
 
선준기:아아 죄송합니다
너무급해서 ㅋㅋ
다녀왔ㅅ습니다
 
주리치:잘쌌어?
 
kp:상황을 보던 선준기가 먼저 앞장섭니다
 
선준기:
 
주리치 엉덩이 두들겨줘요
 
선준기:시원해요
손도닦았어요
 
주리치:
 
선준기:감사합니다
 
주리치:아구 장해
 
선준기:눈보라와 온통 평평한 설원이라 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네요..
 
주리치:흠흠 ㅋ
그렇군요..
 
선준기:
 
주리치:..
 
선준기:그쪽은 어쩌다 이런곳에 낙오되셧나요?
 
주리치:음...몰라요 눈떠보니까 여기던데?
 
선준기:네?
크리쳐의 습격을 받으신건가요!?
 
주리치:머였지? z시?
네에..벙커 못들어가서...
 
선준기:z시..
아 이런...
제가 책임지고
안전하게 모셔드릴게요
일단 본부로 같이 귀환합시다
 
주리치:와아~ 좋아요
 
관찰
 
주리치: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주리치는 눈에 파묻힌 나뭇가지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부자연스럽게 꺾여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주리치:음?
오빠
 
선준기:네?
 
주리치:여기 나뭇가지가...
마치 누가 꺾은 것처럼..
뭐지?
 
선준기:아..!
 
주리치:일부러?
 
선준기:동료들이에요! 후발부대를 위해서 길을 표시할떄 이런식으로 하거든요!
서쪽으로 조금 더 걸으면 될 것 같아여. 멀리 떨어진 건 아니라 다행이다..
 
주리치:그걸 이제 알았어?
내가 더 낫네
 
선준기:네?!
아 눈보라때문에
발견을 못했어요
 
선준기 긁적
 
주리치:아아아아랏어...
 
선준기:죄송합니다
 
주리치 엉덩이 토닥여줘요
 
선준기:이런 무능한 모습이라니 창피하네요
 
주리치:그럴수잇지 응응
 
선준기:위로 감사합니다
 
주리치:걱정마 내가 있잖아~
 
선준기 든든해요
 
kp:신호를 따라 걷다 보면 높은 절벽이 나옵니다. 길이랄 것이 없는 막다른 곳이네요.
 
주리치:아?
 
선준기:아 이런..
 
주리치:어떻게 가?
 
관찰
 
주리치: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리치 유심히..봐요
 
kp:절벽으로 가까이가 살펴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찍힌, 눈이 떨어져 나간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선발 부대가 어떤 길을 가로질러 갔는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AOC! 최강의 인류 집단에겐 막다른 곳조차 또 다른 길이 되는 법입니다. 절벽을 오르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죠. 하지만 문제라면……
주리치가 연약한 민간인이 되어버렸단 거예요. 최강의 인류도, 최강의 크리처도 아닌걸요.
 
주리치:아 세상에
 
kp:선준기는 익숙하게 품에서 벨트를 꺼냅니다.
버클을 열고 길게 늘인 후…… 주리치를 묶네요.
 
주리치:어?
 
선준기:가요 !
제가 당신을 업고 갈게요
 
주리치:뭐뭐뭘 어떻게 가???
 
선준기:절벽으로 가는거죠!
 
주리치:아...
짐덩이가 되어버렸네
 
선준기:괜찮아요
제 은인이시잖아요
 
주리치:그래 나도 괜찮은 것 같다
 
주리치 냉큼 업혀요
 
kp:이 시절의 선준ㄱ니는 최강의 인류지만 최강의 크리처는 아닙니다. 괜찮을까요?
 
주리치:준기오빠 힘내...
 
kp:벨트를 다 장착하고 나면 선준기와 주리치는 무척 가깝게 밀착합니다. 선준기의 등에 달라붙은 모양새가 새끼 원숭이 같기도 하고 새끼 거북이 같기도 하네요. 최강의 인류이자 최강의 크리처였던 주리치에겐 낯선 자세입니다.
 
선준기:네!!
 
주리치:떨어트리면 죽일거야
 
선준기:네...
 
kp:주리치를 짐짝처럼 매단 선준기는 거침없이 절벽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크랙에 손가락을 걸고 훌쩍 뛰어오르는가 하면 책의 펼쳐진 면처럼 매끈한 코너를 온전히 팔 힘으로 딛고 기어오릅니다.
 
주리치:와아...
 
kp:뒤에 매달린 주리치는 이리저리 흔들리느라 멀미에 시달릴지도 모르겠어요. 점점 지면이 멀어집니다. 예전에는 이보다 높은 곳에서도 선준기를 믿고 훌쩍 뛰어내릴 수 있었는데 말이에요…….
 
행운
 
주리치: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kp:선준기가 붙잡았던 크랙이 갈라지면서 아래로 주르륵 미끄러집니다.
 
선준기:아 이런..!
 
주리치:
 
선준기:괜찮으세요 !?
 
주리치:떨어뜨리면 죽인댓지!!!
 
선준기:아 죄송합니다...
잘 갈게요
 
선준기 울상
 
주리치:뻥이야 안죽일게 조심해ㅠㅠ
 
선준기:
오르기
기준치: 50/25/10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칼날 같은 바람이 머리카락을 헤집고, 찬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 드디어 정상입니다.
 
kp:평평한 땅에 몸을 올린 선준기가 주리치를 풀어주지도 않고 드러눕습니다.
샌드위치가 된 채로 호흡을 가다듬으면 자연히 시야에는 하늘이 들어옵니다.
회색 하늘, 흰색 눈송이.
 
주리치:
 
kp:4년 전이고 4년 후이고 조금도 다르지 않은 풍경.
그때 보았던 하늘이 정말로 이랬던가. 조금쯤 그리운 느낌이 듭니다. 그래요, 분명히 그랬던 때가 있었어요. 우연히 AOC 요원이던 KPC를 구하고, 단둘이 한겨울을 걷던 때가.
 
선준기:“괜찮다고 했잖아.”
 
kp:처음 만났던 선준기는 이런 얼굴로 웃고 있었죠.
당신이 AOC 요원이 되고자, 그 정의를 수호하고자 했던 계기였습니다.
 
주리치:...
 
선준기:이제 가요 리치씨
쉬었더니 괜찮은거같아요
 
주리치:그래 오빠
안 죽여서 고마워...
 
선준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그쪽을 죽일리가 없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반드시... 안전하게 귀환시키겠습니다!
 
주리치:...
 
kp:절벽 위도 눈투성이인 건 여전합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목이 빠질 정도로 켜켜이 쌓인 눈은 차고 단단합니다.
나뭇가지는 여전히 한 방향으로 꺾여있습니다. 벨트를 풀고 두 사람이 떨어져서 그 간격을 따라 걸으면,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붑니다. 건조한 눈 냄새가 납니다. 술렁거리는 공기는 꼭 짐승의 울음소리 같습니다.
 
자연
 
주리치:
자연
기준치: 10/5/2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휘잉
 
주리치:음음 머냐~
 
kp:거센 눈보라가 밀려오고 시계가 하얗게 물듭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온통 순백 일색이라 원근감이 사라집니다. 흰 세상에 오점처럼 남은 것은 주리치와 선준기뿐.
주위로 두르고 섰던 나무들이 갑자기 창살처럼 탐사자의 주위를 둘러쌌다가, 손을 뻗으면 또 저 멀리 사라져버려 허공만 움켜쥡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한여름의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는 공간.
눈을 깜빡이면 선준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kp:아까부터 점차 멀어지더니 완전히 사라진 걸까요? 주리치를 놓치고 홀로 나아가거나, 헤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주리치:어?
 
kp:눈보라를 가르며 나아가고 나아가도 보이는 이가 없습니다. 이 설원에 다시금 혼자 버려진 겁니다. Z시의 안전지대까지는 크리쳐가 득시글할 텐데……
선준기없이, 당신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요?
 
이성
 
주리치: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2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떻게든 되겠지 뭐..
 
kp:리치는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합니다.
주리치의 부름에도 대답이 없습니다. 목소리마저 먹히는 대자연의 백색은 이토록 깨끗하고 순수합니다.
 
듣기
 
주리치:선준기....
안ㄴ전하게 귀환시켜준다며..ㅡㅡ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선준기의 목소리는커녕 바람 소리만 먹먹하게 귀를 메웁니다.
 
완벽히 조난 당했다.
 
kp:그때,
뒤에서 누군가 주리치의 손을 낚아챕니다.
 
주리치:아?
 
선준기:괜찮으세요!?
 
주리치:
깜짝아
오빠!!
ㅠㅠ
 
선준기:
아 !!
네네
휴..잃어버린지알고
한참찾았어요
 
주리치:어디갔었어?!?!?!?
안전하게 보내준다며!!
 
선준기:아 아 죄송해요
ㅠㅠㅠ
 
주리치:거짓말쟁이...
 
kp:언제, 어느 때고 당신의 곁에 섰던 사람. 폭주와 죽음 후 깨어날 때마다 자리를 지키던 파트너. 당신이 그의 소생을 지켜보듯 그 또한 당신의 소생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몇 번이고 다시 만났던 그 얼굴입니다.
 
비록 4년 전이라 조금 앳되지만요…….
 
선준기:화이트 아웃이에요
안개가 가라앉으면 괜찮을거에요
다시 잃어버리지않게 잘 잡고계세요
 
주리치 선준기 엉덩이 잡아요
 
선준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쪽은 좀
그런데
 
선준기:
 
주리치:싫어?
 
선준기:아 아니요
좋아요..
 
주리치:좋대...
ㅋ...
 
kp:주리치는 선준기의 엉덩이를 잡고 선준기는 감각에 의존해 근처의 커다란 나무 근처로 이동합니다.
새하얀 시야를 앞에 두고 유일하게 새까만 나무. 빛이 들지 않아 거무죽죽한 뿌리 근처에 등을 기대고 앉으면 영하의 날씨에 새삼스레 체온이 뚝뚝 떨어집니다.
 
선준기:큰일이네요 해가지기전에 어서 내려가야하는데
 
주리치:응.. 어딘지도 모르겠고
oO(오빠 엉덩이 튼실하네)
 
선준기:
ㅋㅋㅋㅋㅋㅋㅋ
저 엉덩이에 손좀..
 
선준기:ㄴ이제 내려주시면
 
주리치:
그..그래..
 
선준기:
 
주리치 손 떼요..
 
주리치 아쉽
 
선준기:제 엉덩이만 잡고있으면 손시려우실거에요
 
선준기 손잡아줘요
 
주리치:아?!?
그래 이것도 좋네 ㅎㅎ
 
주리치 찰싹 붙어요
 
선준기:
 
주리치:
 
선준기:저체온증에 걸리면안돼니까
붙어있어요
 
주리치:그래애 아까처럼 쓰러지면
내가 안아줄게~
 
선준기:ㅇ ㅏ?
감사합니다
친절하시네요
 
kp:화이트아웃이 끝난 후, 반대편을 내려다보면 저 멀리 도시가 보입니다.
주리치가 나고 자란 Z시입니다. 크리처에게 쫓겨 이만큼이나 멀리 떨어졌던 거네요. 새삼스럽게 그 거리가 실감이 납니다. 나뭇가지를 꺾은 흔적은 더 보이지 않습니다. 목적지가 이토록 선명하기 때문이겠죠.
 
선준기:가요 !
 
주리치:아... 응
 
선준기:Z시 17번게이트 근처레 잔적본부를 꾸리기로했어요
 
주리치:응응
가자...
 
kp:다행히도 절벽을 다시 내려갈 필요는 없습니다. 완만한 비탈길이 나타났거든요. 두 사람이 부지런히 걸으면 곧 Z시 외곽에 도착합니다. 높이 쌓았던 바리게이트는 무너지고, 뼈대를 드러낸 건물의 잔해 사이로는 크리쳐가 돌아다닙니다.
선준기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일지도 모르겠어요. 탄환이 모자랄 수도 있고, 민간인인 주리치를 달고 무리할 수는 없으니 조심해야 할 텐데요.
외곽에서 17번 게이트로 향하는 길은 3갈래로 나뉩니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길, 학교를 가로지르는 길, 놀이터를 가로지르는 길.
 
선준기:어느길이 안전할가요 리치씨
 
주리치:
 
지능
 
주리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오빠..
나 멍청해서 몰라
 
선준기:네?
아 아..그렇군요
 
주리치:미안해...
 
선준기:그럴수도 있죠 괜찮아요
 
주리치:코카콜라하자
 
선준기:그래도...어디로 가는게 좋을가요
코카콜라요?
좋아요 전 리치씨의 선택에 따를게요
 
주리치:코카콜라 맛있다...맛있으면 또먹어 어쩌구저쩌구
학교로 가자~
 
선준기:학교요?
아아 좋아요..!
 
주리치:응응
가자아~
 
행운
 
주리치: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학교를 가로지르는 길에는 크리쳐가 있지만, 이리저리 몸을 숨길 구간이 많아 마주치지 않고 쉽게 피해갈 수 있습니다. 크리쳐가 득시글거리는 정문 대신 구교사의 담벼락을 넘어야 합니다
 
오르기
 
주리치:오르기?!
오르기
기준치: 20/10/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음~
체면 안서는데~
 
선준기:제 등에 업히세요 리치씨
 
주리치:그래오빠
 
주리치 냉큼 업혀요
 
선준기:잘 붙잡고계세요
오르기
기준치: 90/45/18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리치:짱이다
 
kp:리치는 선준기의 도움으로 무리없이 담벼락을 넘어갑니다.
교사 안으로 진입하면 몇 학년 몇 반인지 적혀있던 팻말은 형편없는 모양새로 바닥을 뒹굴고 있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두 사람의 발소리만 저벅저벅 울립니다
 
듣기
 
주리치: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kp:사람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1…… 3…….”
“4…… 16…… 5… 20…….”
 
주리치:아?!
 
kp:근처의 교실에서 들리는 목소리입니다. 어눌한 발음과 느린 억양이 숫자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주리치:설마 로또번호?
아 아니구나
 
선준기:저게 무슨소리죠?
 
주리치:사람..인가?
 
선준기:어떡하죠? 들어가볼까요 아니면 바로 본부로 갈까요?
 
주리치:들어가자
사람이면 어떡해?구해야지
 
선준기:네 좋아요!
 
kp:두사람이 교실을 들여다본다면……
칠판 앞에서 배회하는 생체형 크리쳐를 발견합니다
거대한 살덩어리는 끊임없이 녹아내리고 응고하며 모양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역한 냄새가 닫힌 문 너머로 밀려옵니다. 산성액에 녹아내린 칠판 틀은 이미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웅얼거리는 목소리는 생체형 크리쳐의 것입니다.
 
은밀행동
 
주리치:엄메야?!
은밀행동
기준치: 60/30/12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생체형 크리쳐는 칠판에 적힌 숫자의 배열에 정신이 팔렸는지 두 사람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한 마리뿐이니 처리하기 어렵진 않겠지만…… 총성을 듣고 다른 개체가 쫓아오면 곤란하죠. 서둘러 지나가는 게 좋겠어요.
 
주리치:오빠 가자!!
 
선준기:네 얼른가요!
 
주리치 호다닥
 
선준기:이런.. 큰일날뻔햇어요!
 
선준기 같이 달려요
 
주리치:내말이! 무슨 크리처가 로또번호를 읊고 난리냐
아오
 
kp:두사람은 서둘러 교실을 나옵니다
 
선준기:적어두셧어요 리치씨?
돌아가서 로또한판땡겨요
 
주리치:ㅎㅎ
좋아
내가 대박나면
 
선준기:벼락부자의 꿈..멀지않았따..!
 
주리치:오빠 집사준다
 
선준기:
감사합니다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군요
 
선준기 감동
 
주리치:ㅎㅎ
머..이런걸로..오빠도 나한테 집사준다고 한적 있어
오빠는 기억못하겟지만..
 
선준기:제..제가요!?
 
주리치 아련...
 
주리치:그래..
 
선준기:그랬군요...
 
주리치:배는 잘 있지?
..
 
선준기:배요?
제가..배가 있던가요..그정도로 부자는 아닌데..
 
선준기 긁적
 
주리치:아니
배..
 
선준기:어..?
 
주리치 준기 배 통통
 
선준기:먹는 배요?
 
주리치:잘있으면 됐고....
 
선준기:아 아 !
네네
맛있죠 배..
 
kp:두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자 저 멀리 AOC 작전 본부가 보입니다.
몇 개의 텐트와 바쁘게 오가며 무기의 상태를 확인하는 사람들은 모두 AOC 앰블럼을 달고 있습니다. 선준기는 그들을 발견하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선준기:다왔어요 이제 안전해요!
 
kp: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수호하는 인류의 영웅.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인류.
 
주리치:우와아
 
kp:이 정의에 오점은 없습니다.
그렇게 믿는 선준기의 눈동자는 의심 한 점 없이 반짝거리겠죠. 좀 염세적인 타입이라도, 4년 전의 선준기보단 분명히 신뢰하고 있을 겁니다.
 
aoc요원:선준기!!
살아있었구나!!
그럴 줄 알았어! 거봐, 내가 선준기라면 살아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주리치:oO(내가 살렸다 짜식아...)
 
kp:거리가 이렇게 먼데도 용케 알아본 사람들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옵니다. 주리치가 아는 얼굴도 모르는 얼굴도 섞여 있습니다. 누군가는 선준기의 생환을 두고 내기를 했는지 동전을 던지고 받기도 합니다.
 
선준기를 둘러싸고 웃고 환영하고 안도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주리치는 오롯한 외부인입니다.
한참 복귀를 반기던 사람들이 진정하면, 그제야 누군가
 
aoc요원:생존자가 남아있었어?
 
kp:주리치의 존재에 의문을 품습니다.
선준기에게 자초지종을 들으면 최강의 인류라는 녀석이 민간인에게 역으로 구조 당하다니, AOC의 수치라는 놀림이 돌아옵니다.
 
aoc요원:그런데, 이를 어쩌지
Z시의 생존자는 이미 진작 차량에 탑승, X시로 이송했어.
지금 남은 인원은 전투에 투입될 소수 정예랑 정찰 담당뿐이라……
 
kp: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곤란한 얼굴로 턱을 굅니다.
주리치를 배제하고 몇 마디를 나누던 사람들은 곧 대화를 마치고 흩어집니다
 
선준기:저 리치씨...
본부를 경비하기 위해 소수인원이 남아있을테니
이곳에서 대기 하실래요?
 
주리치:오빠는?
 
선준기:아 저는..임무로 복귀해야해요
 
주리치:그럼 나도 갈래
 
선준기:안돼요
 
주리치:나 데려가
왜애
 
선준기:민간인을 최전선에 데려가다니..
그럴순없어요
 
주리치:아 왜애 ㅠㅠ
 
선준기:저희의 임무는 민간인을 보호하는거지
위험에 빠뜨리는게 아닙니다
 
주리치:나 민간인 아냐
 
선준기:여기는 안전하니까 여기에 계세요
네?
 
주리치:아 나도 갈래ㅠㅠ
아몰라 나 갈래
 
선준기:임무가 끝나면 x시로 데려다드릴게요
 
주리치:결정
 
선준기:안돼요
 
주리치 탕탕
 
선준기 리치 텐트로 데려가요
 
주리치:아아아아아으아앙
안가
 
선준기:여기서 대기하세요..
 
주리치:나 데려가ㅠㅠ
 
선준기:여기는 안전해요
 
주리치:아 뭘 안전해
오빠 가자마자 크리처온다
 
선준기:네?
아니에요
안와요
 
주리치:
ㅠㅠㅠㅠㅠㅠㅠㅠ
 
선준기:여기에도 요원은 많은데요
 
주리치:아....
가라가
ㅡㅡ
나 데리러와
알았지
 
선준기:네 꼭 데리러올게요
꼭 x시에 모셔다 드릴게요!
 
kp:텐트는 두꺼운 천막을 사용했는지 바깥의 횡횡한 겨울바람도 제법 훌륭하게 차단합니다. 내부에는 의자와 침낭, 몇 가지 식량과 조리 도구 등이 있습니다. 가운데 놓인 이동식 난로에서는 훈훈한 김이 피어올라 퍽 따뜻합니다. 위에 올라간 주전자가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끓어오릅니다.
담요를 덮어주고 머그잔에 따뜻한 물을 담아서 건네주세요.
 
선준기:오래 걸리진 않을거에요 , 저희는 프로니까요
 
kp:그리고 쉴 틈도 없이 이별입니다. 저 밖에서 선준기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떠나기 전의 마지막 대화가 되겠군요.
탄창을 채우고, 무기와 군복의 상태를 점검한 AOC 요원들이 하나, 둘 헬기에 탑승합니다.
투두두두, 요란한 소리를 내며 프로펠러가 돌아갑니다. 귀를 때리는 굉음이지만 익숙해서 안정감이 들 지경이네요.
마지막으로 헬기에 타던 선준기는 당신에게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처럼 웃는 얼굴입니다.
 
눈보라가 약해져서 천만다행이에요. 지구의 유일한 희망을 태운 헬기는 금세 하늘 위로 비상해선 저 멀리 온점보다 작은 구멍이 됩니다.
 
주리치:...
에휴
 
kp:헬기가 큰바람을 몰고 사라지면, AOC 작전 본부에는 주리치를 비롯해 3명 남짓의 정찰 담당만 남았습니다.
 
주리치:꼴랑 세명?
 
kp:임시로 세운 본부는 여러 개의 텐트가 듬성듬성 배치된 형태입니다. 가장 안쪽의 텐트는 리더의 것인지 AOC의 마크가 커다랗게 찍혀 있습니다. 끄트머리에 헬기와 자동차가 몇 대 주차되어 있고요.
 
주리치:이 텐트 뭐야?
 
주리치 뒤져요
 
aoc요원:어디가시죠?
 
주리치:화장실~
 
aoc요원:뭐하고 계신가요?
거기는 저희 리더의 텐트인데..
 
주리치:아..
 
aoc요원:이쪽 텐트는 리더의 공간이므로 들어갈수없습니다.
 
주리치:길을 잃었다고..할..까..ㅋ
잉..
왜요...
 
aoc요원:리더의 공간이니까요..
 
주리치:저 민간인인데 상관 없잖아여..
 
aoc요원:헬기나 차량은 중요한 이동 수단이니 함부로 건드려선 안돼요
그외에는
자유롭게 둘러봐도 좋아요
 
주리치:아 궁금한데..
 
aoc요원:혹시 모르니 본부에서 너무 멀어지지만마세요
안됩니다
 
주리치 은밀행동
 
주리치:
은밀행동
기준치: 60/30/12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텐트의 뒤쪽 틈새로 파고들 수 있습니다.
 
주리치:
 
주리치 조용히 뒤쪽으로 들어가봐요
 
kp:안에 들어가면 별다른 건 없습니다. 주리치가 맡겨진 텐트의 내부와 비슷한 구조입니다. 회의 시에 사용한 건지 화이트보드에는 지도와 몇 장의 보고서, 휘갈긴 메모가 남아있습니다.
 
주리치:호오...
 
주리치 메모봐요
 
kp:몇 개의 단어가 보이지만, 필기체고 원체 휘갈긴 탓에 제대로 읽기 어렵습니다.
 
모국어
 
주리치:
언어(모국어)
기준치: 65/32/13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아아~
논거 티나죠?
 
kp:제일 처음에 쓰인 건 선준기의 이름이네요. 그 아래에 적힌 것들도 이름 같은데…… 어떤 사람을 분류한 건진 모르겠습니다.
 
주리치:어!
준기오빠다
흠...
 
선준기 에취!
 
주리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누가 재채기한듯..
 
선준기:아..누가 내얘기하나..
 
선준기 귀파요
 
주리치:흠...
이 종이들은 머지..
 
주리치 보고서 봐요
 
kp:생체형 크리쳐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4년 전 정보이니 탐사자가 아는 것보다 낙후되었습니다. 생체형 크리쳐의 발생 원인이 인간의 시체를 섭취한 거로 예상된다거나, A시 근처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거나……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정보들을 곧이곧대로 믿던 때가 있었죠. 이젠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요.
 
자료조사
 
주리치: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생존자의 진술을 대조해본 결과, Z시에 출현한 생체형 크리쳐 α는 한 번 본 상대의 외형을 복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 각별히 주의 요망.〉
 
주리치:아.......
걘가...
 
kp:나 화장실좀 빨리 다녀올게
 
주리치:ㅇㅋㅇㅋ
 
kp:ㄱㄱ
 
주리치:고오
 
kp:갑시다
배변패드 옆에두고 쌈
 
주리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p:왈왈ㅇ!
 
주리치:지도보자
 
kp:Z시의 지도입니다. 외곽에 AOC 작전 본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광장, 병원, 백화점에 각각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1차 전투 예상 지역일까요?
 
주리치:아아
머지
모르겠다 일단 들고가자
 
kp 리치는 지도를 챙깁니다
 
kp:조사구역 헬기와 차량 하나남았어
 
주리치:다본거 같은데?
헬기타고 튀어볼까
 
kp:와..
똑똑하다
그럼 조사 패스하고
 
kp:
갈게
 
주리치:
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직, 직.
 
지지지…… 지직…….
 
kp:지나가는 요원의 주머니에서부터 거친 기계음이 흘러나옵니다. 무전기의 신호입니다. 사람이 없는 텐트 사이로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403……니다. 안심…시오, 국민…….」
 
kp:그런 알량한 정부의 방송이 아니라,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kp: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5월이라니, 봄 같은 건 기억나지 않아요.
메이데이, 그런 구조신호가 존재한단 사실조차, 어쩌면 발음조차 생소합니다.
그야 당연하죠. 당신과 선준기는 언제나 인류 최강이었는 걸요.
바짝 마른 코끝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그곳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본능이 치밉니다. 안온한 본부 한복판에 안주했다간 선준기가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욕구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주리치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상하다. 선준기는 분명히 살아 돌아올 텐데. 4년 후를 살다 온 주리치가 그 증거일 텐데도.
 
kp:사방에 눈이 쌓여 질리도록 하얗습니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흰 눈보라 너머로 저 멀리 도시의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땅거미가 잠식한 풍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불안합니다.
 
여…기는 광장, 광……이다. 생체…… α가 출몰,」
 
「지원 요…… 아악!」
 
kp:비명과 함께 무전이 끊깁니다. 고요하던 AOC 작전 본부는 금세 들썩거립니다.
문득 주리치는,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불안한가요?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이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선준기에게 가야 해.”라고,
 
 
kp:어떤 사명감을 느꼈는지도(어쩌면 말해버렸을지도) 몰라요.
주리치는 서둘라 헬기에 오릅니다.
단 한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Z시의 광장.
창 아래로 펼쳐진 설원은 눈이 시리도록 희디흽니다.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닙니다. 선준기의 안위가 이토록 불안하긴 처음입니다.
 
주리치:준기오빠아...............
 
kp:주리치가 떠난 지 오래된 동네지만 지도의 구조는 이미 머릿속에 저장됐습니다. 능숙하게 광장으로 핸들을 당깁니다. 광장 근처 건물, 백화점의 옥상에는 헬기 주차장이 있습니다. 거대한 프로펠러가 멈추는 진동이 온몸을 울립니다.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식는 것 같습니다. 저 아래 점처럼 보이는 사람 중……
 
관찰
 
주리치: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kp:선준기를 단박에 찾아냅니다. 똑같은 AOC 군복을 입은 사람들은 주위에 무수히 쓰러진 가운데, 선준기는 몇 명과 함께 제법 잘 싸우고 있습니다. 맞은편에 선 생체형 크리쳐는 이리저리 형체를 바꾸며 몇 번이고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합니다.
선준기의 생존을 확인해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달리고, 달리고, 달립니다.
옥상을 벗어나 8F 가전제품, 7F 인테리어, 6F 스포츠웨어, 5F 유아동 의류, 4F 남성 의류, 3F 여성 의류, 2F 패션 잡화, 1F 화장품과 향수 코너까지. 엘리베이터조차 작동하지 않아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미친 듯이 뛰어 내려옵니다.
 
쿵!!!
 
kp:주리치가 착지한 대리석 바닥에 길게 기스가 나고,
 
끼이익,
 
kp: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신발 자국이 남습니다
. 엉망진창으로 구르다시피 착지한 주리치가 백화점의 문을 열면,
바로 앞의 광장이 펼쳐집니다.
불길한 피 냄새와 지독한 악취가 피어오르는 전투의 현장. 그곳에서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건……
 
 
kp:「그륵, 그르륵…….」
‘그어그어’하고 우는, 클리셰 SF 세계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리쳐의 눈동자.
짐승처럼 가느다란 동공은 어느 생명체를 합성한 흔적일까요? 그 교활하고 자아를 잃은 결과물이 초승달처럼 가늘게 휘어집니다. 문득 머릿속에 어떤 문장이 스칩니다.
〈생존자의 진술을 대조해본 결과, Z시에 출현한 생체형 크리쳐 α는 한 번 본 상대의 외형을 복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 각별히 주의 요망.〉
눈을 깜빡이면,
 
또다른 주리치:오빠!! 살려줘!!!
 
kp:또 다른 주리치가 그곳에 있습니다. 탄환의 장전을 위해 잠시 시선을 뗐던 선준기가 고개를 들면 무척 놀란 얼굴입니다.
AOC의 규칙, 첫 번째. 크리쳐를 보는 순간 망설이지 말고 쏴 갈길 것. 그러나 자신을 구한, 자신이 구한 주리치입니다.
선준기는 한순간 머뭇거렸고……
 
퍽..!!
 
kp:찰나의 시간이 흐른 뒤, 주리치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선준기의 배가 꿰뚫립니다. 아니, 배가 맞나? 어쩐지 조금 더,
위인 것 같은…….
광장은 또 한 번 피바다를 이룹니다.
 
주리치:
 
kp:크리쳐가 쓰레기를 버리듯 선준기를 내팽개치면, 텅 빈 동공을 가진 몸이 광장의 경계에 버려집니다.
상처 부위에선 끊임없이, 끊임없이, 끊임없이 피가 샘솟습니다.
고작 몇 발자국만 다가가면 선준기에게 닿을 거리입니다.
최강의 인류라기엔 형편없는 꼴.
 
주리치 지능
 
주리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멍청
하다고오오선준기이ㅠ
 
주리치:
 
kp:아, 그래요. 이때의 선준기는 주리치를 모르죠. 당신이 그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할 리가 없던 걸 몰랐던 거예요.
그러나 생각은 언제나 한 박자 늦습니다.
당신이 선준기에게 다가가면,
최강의 인류지만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 이가 색색, 밭은 숨을 몰아쉽니다.
가물거리는 시선, 붉게 물든 방탄조끼, 멈추지 않는 피는 바닥마저 같은 색으로 적십니다. 죽음이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주리치:아............
 
kp:그는 최강의 크리쳐가 아니에요. 이대로 죽으면 되살아나지 못할 겁니다. 전투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선준기는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주리치:준기오빠....ㅠㅠㅠㅠ
 
선준기:리치씨... 약속 못지켜서 미안해요..
 
주리치:
싫어
 
kp:선준기의 죽음을 목전에 둔 주리치
 
주리치:아 그런소리하지마 ㅠㅠㅠ
 
이성
 
주리치: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주리치 이성 -3
 
주리치:아 준기오빠ㅠㅠ
 
kp:주리치가 얼떨떨하게 서 있는 사이, 그는 천천히 팔을 뻗어 탐사자의 손, 혹은 발목을 붙잡습니다.
공교롭게도 선준기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더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주리치:아...
미쳤어?!?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최강의 인류!
 
주리치:데리러 온다며....
 
선준기의 핵이 박살 난 순간!
 
kp:긴 이명이 들리고,
 
째깍,
 
kp:심장이 쿵쾅거리더니
 
째깍,
 
선준기:도망가요..!!
 
째깍,
 
kp:단말마 같은 당부와 함께,'
 
째깍,
 
kp:눈앞이 핑 돌며……
 
딸깍.
 
kp: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어떤 덩어리가 목구멍을 열고 왈칵 쏟아집니다. 그와 동시에 탐사자는 눈을 뜹니다.
믿기지 않게도 울음이 터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건 눈물이 아니라…… 시계입니다.
금속 재질로 은색을 띠고 있으며 내부에 든 것은 새파랗게 빛나는 점액질과 복잡다단한 태엽들. 크리쳐의 핵.
주리치가 이야기의 시작에서 파괴했던 바로 그것.
살아남은 선준기는,
어째서 C.V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실험체가 됐을까요?
 
kp:우연이라고 생각했나요?
클리셰 SF 세계관에 단순한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선준기가 C.V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실험체여야 했던 이유,
주리치가 선준ㄴ기의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이날의 주리치는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준기가 크리쳐의 핵을 주입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알파(α)라는 것을.
 
kp:주리치의 손에는 크리쳐의 핵이 놓여 있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산산이 조각 난 크리쳐의 살점과 부품을 몽땅 끌어모을 정도로 강력한 재생력을 지닌 핵! 사지가 멀쩡한 선준기의 신체를 수복하고 되살리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겁니다. 자, 봐요. 당신의 발치에 엎드러진 목숨을.
죽어가고 있으나 아직 삶을 연명하고 있는.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빈 구멍은 딱 적당한 자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핵을 꽂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선준기는 살아날 겁니다.
 
kp:죽지 않는 신체를 얻어, 저편의 괴물을 물리치고 동료들을 구해내겠죠. 모두 입 모아 그를 칭송하길,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수호하는 인류의 영웅,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인류.
*이 정의에 오점은 없습니다.
 
주리치:...
 
kp:선준기의 소생은 C.V 실험의 완성을 이루는 열쇠가 되는 장면. 그야말로 클라이막스입니다. 멸망하는 세계에서 당신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창조할, 유일한 연출가예요.
주연은 오직 선준기와 주리치, 두 사람입니다.
 
 
kp:자, 어서 선택을!
 
주리치:아..
아ㅠㅠ
ㅠㅠㅠㅠ
일단 살려
살리고 봐ㅠㅠㅠ
 
주리치:ㅋㅋ...ㅠ.ㅠㅠㅠㅠ
아아..
 
kp:선준기에게 핵을 넣습니까?
 
주리치 핵 꽂아요
 
kp:텅 빈 자리에 핵을 쑤셔 넣으면, 심장의 잔해를 가르고 이 세계를 점령한 괴물의 중심이 뿌리를 내립니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익숙한 시계의 바늘 소리가 들립니다.
 
째깍,
 
째깍,
 
깜빡.
 
kp:카운트다운처럼 순식간에 영점을 향해 달려가던 시간은,
잠깐. 무언가 이상한 의태어가 섞이지 않았나요?
깜빡?
 
선준기:리치씨..?
 
주리치:준기오빠ㅠㅠㅠㅠㅠㅠㅠㅠㅠ
 
kp:눈을 뜬 선준기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주리치는 하나의 확신을 얻습니다.
선준기는……
아니, 우리의 존재는.
인류의 멸망을 저지할 데우스 엑스 마키라고.
엑스 마키나 라고.
기계로 구성된 심장이 째깍째깍 돌아가기 시작하면, 선준기는 급속도로 회복합니다.
 
kp:터졌던 내장이 복구되고, 찢어졌던 근육이 달라붙고, 구멍이 난 피부는 아물기 시작합니다.
핵은 흔적조차 사라져, 온전히 그의 심장이 되고 눈에 보이는 증거라곤 무엇 하나 남지 않았는데도……
카운트다운은 왜 끊이지 않죠?
긴 이명이 들리고,
 
5,
 
kp:심장이 쿵쾅거리더니
 
4,
 
선준기:리치씨..?!
 
3,
 
주리치:오빠...
 
kp:마지막 목소리가 멀어지고,
 
2,
 
kp:눈앞이 핑 돌며……
 
1.
 
선준기:주리치!!!!
 
kp:정신을 차리면 다시 싸라기눈이 흩날리는 음울한 검은 숲으로 돌아옵니다. 이파리를 떨구고 빈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설원이라고 불러도 모자람 없는 넓은 공터. 주리치는 새하얗게 얼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선준기가 놀란 얼굴로 당신을 살핍니다.
끝이라기엔 허무하게도, 주위에는 22개의 부품이 흩어져 있습니다.
무엇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새로운 크리쳐의 핵이니까요.
 
선준기:네가 직접 만지자마자 가속하더니 폭파했어
너도 폭발에 휘말리더니, 한동안 소생이 늦어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주리치:오빠....ㅠㅠㅠㅠㅠ
 
kp:선준기의 속눈섭 끝에는 눈송이가 매달렸습니다. 걱정일지도 모릅니다.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수호하는 인류의 영웅,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인류.
당신이 살리고,
당신이 만들어 낸.
종내에는 당신을 구한…….
 
kp:당신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간신히 돌아온 원래의 궤도에서, 당신은 어떤 대사를 뱉나요?
어떤 말을 하건 목소리가 눈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목이 메었던 건지 선준기는 눈가를 찌푸리고 되묻습니다. “뭐라고?” 앙코르 요청입니다.
 
주리치:오빠
안아줘
ㅠㅠ
 
선준기:응..!
 
선준기 안아줘요
 
kp:다시 대답하건, 하지 않건 엔딩은 다가옵니다. 검은 가지에서 흰 눈이 우르르 떨어집니다. 커튼보다 두껍고, 오래도록 거둬지지 않을 종류의 막이 내립니다.
가까운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1016……니다. 안심…시오, 국민…….”
 
「대피, 대피하십시오.안전지대의 최전방이 무너졌습니다.새로운 크리쳐의 등장입니다.방공호로 대피하십시오!」
 
kp:하지만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이런 곳에 누워있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새로운 크리쳐를 물리치기 위해선 핵을 파괴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됩니다. 그 핵이 가속할 수 있도록 같은 알파의 접촉이 필요합니다.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니, AOC에 희생당한 실험체들만이 할 수 있는……
물론, 당신의 파트너는 끝까지 함께할 겁니다. 주리치의 등 뒤를 지키고, 때아닌 자장가를 부르면서까지도 말이죠.
크리쳐는 진화하고, 외계의 위험은 끊임없습니다. 인류는 결속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용하고, 해치고, 분열하죠. 상황은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지만 괜찮습니다. 함께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어요.
우리는 존재 자체로 세계를 위한 최강의 클리셰니까.
세계는 아마, 우리를 이렇게 부를 거예요.
 
END 2. 최강의 클리셰, 데우스 엑스 마키나
 
kp:KPC 생환 / 탐사자 생환
 
보상: 이성 회복 1D6
 
주리치:와ㅠ
 
kp:끝내주지 엔딩
 
주리치:과몰입삽가누유
 
kp:
아 너무재밋지!?
 
주리치:와개쩔어
 
주리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kp:아뇨
센츄어리
네네
 
주리치:와개쩔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kp:그래도 가사는
센츄어리가
ㅇㅇ
 
주리치:아존나 브금 들리자마자
 
kp:과몰입 대박임
 
주리치:과몰입개오ㅈㅁ
 
kp:
 
주리치:준기야
ㅠㅠ
 
kp:아 오지죠
 
주리치:
 
kp:님도 이제
이방못나감
 
주리치:아!!ㅠㅠㅠ
 
kp:나처럼
 
주리치:
 
kp:
 
주리치:
 
kp:
 
주리치:
 
kp:
 
주리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ㄹㅇ
미칠거같애 와
아..미ㅣ친...
대박이다ㅠㅠ
 
kp:ㅁㅈ
히든엔딩
나도 리치면
 
주리치:먼데??!?
 
kp:히든엔딩
볼수잇을줄
 
주리치:먼데다시봐
 
kp:함 히든엔딩
해볼래?
ㄱㄷ
 
주리치:ㄱㄱㄱㄱㄱ
 
kp:히든엔딩 좀 복잡함
주리치는 선준기에게 핵을 이식하지않고 파괴하기를 선택합니다.
 
주리치:
 
kp:사선에 기운 얼굴은 잠자코 눈을 감고 있습니다. 주리치가 오래도록 보아온 그 얼굴입니다.
앚잠만 브금에
문제생겻나봐
 
외장 하. (GM):브금
나와?
 
주리치:응으
 
kp:사선에 기운 얼굴은 잠자코 눈을 감고 있습니다. 주리치가 오래도록 보아온 그 얼굴입니다.
그러나 압니다. 근 1년간의 일과는 달리…… 이대로 둔다면 선준기는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겁니다.
이때까지의 그는 아직 ‘인류’였으니까요…….
피에 젖은 뺨은 붉고 축축하며 비린 냄새가 납니다.
그러나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모든 걸 알면서, 내막을 알면서도 KPC에게 또다시 ‘그런 일’을 겪게 할 수는 없어요. 탐사자는 때론 어떤 죽음이 삶보다 명예롭다는 진리를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러지 않았습니다.
 
kp:
정의가 될 수 없는 오점을 도저히 찍을 수 없었습니다.
전투가 벌어지는 치열한 접점 속에서도 두 사람의 시간은 무척 천천히 흐릅니다. 찰나 같은 억겁, 억겁 같은 찰나가 지난 끝에……
결국, 선준ㄱ니의 숨이 멎습니다.
최강의 인류였던 어떤 영웅은, 최강의 크리쳐가 되지 못하고, 피로 물든 전장에서 완벽한 마지막을 맞습니다. 누구나 예상한, 그러나 모두가 슬피 울 죽음입니다. 클리셰라는 건 사랑받는 법이잖아요…….
 
콰직,
 
kp:무대가 무너지는 소리가 납니다.
아니, 크리쳐가 날뛰며 광장의 이곳저곳을 부수는 소리입니다.
이미 AOC 요원들은 죽여도 죽여도 재생하는 알파, 핵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생체형 크리쳐에게 학살당하기 직전입니다. 살아남은 이의 수가 이미 죽은 이보다 적고, 그나마도 간신히 숨만 붙어 있을 뿐입니다.'
생체형 크리쳐가 주리치를 발견하고 다가옵니다.
한 발자국을 뗄 때마다 일렁이던 외피는, 채 열 발자국을 못 남긴 시점에선 선준기의 시체를 뒤집어쓴 것처럼 그리운 얼굴입니다.
크리쳐와 전투가 시작됩니다.
 
주리치:...
 
또다른 선준기:
근접전(격투)
기준치: 75/37/15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3
 
(
2
 
)
 
 
=
2
 
kp:선준기의 모습을 한 크리쳐가 주리치를 공격합니다
 
주리치:
비무장
기준치: 60/30/12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죽어
ㅡㅡ
 
kp:주리치는 갑작스런 크리쳐의 공격에 대응하지못하고 날아갑니다.
 
주리치:
 
주리치 체력 -2
 
주리치 지능
 
주리치:이거
얘 알파아냐?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kp:맞아
 
주리치:알파면
자장가
 
kp:
 
주리치:있지않아?
 
kp:리치는 똑똑합니다.
 
주리치:
 
kp:리치는 떠오릅니다..
 
주리치:지능실패했는데..
 
kp:알파를 재우는 자장가
 
마력 1D6점을 소모해 폭주한 알파형 크리쳐를 진정시킨다. 주문을 시전하기 전, 시전자가 정신력 판정에 성공해야 한다. 실패작, 생체형 크리쳐를 재울 때는 마력을 1D3점만 사용한다.
ㄱㄴㄲ
스스로
해냇구나
 
kp:장하다 리치야
 
주리치:
 
정신
 
주리치: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
rolling 1d6
 
(
5
 
)
 
 
=
5
주리치는 5의 마력을 소모해 주문을 외웁니다.
주문을 외우는 당신조차 알지 못하는 음율, 가사, 그리고 소리.
 
오직 괴물을 위한 자장가를 부르노라면 고요한 목소리는 죽음이 소리 없이 아우성치는 광장에 멀리멀리 퍼져 나갑니다.
아이들이란 자장가를 따라 눈을 감는 법. 머나먼 곳에서도 어머니의 부름에 돌아보는 것.
 
쿵..
 
kp:자장가를 들은 생체형 크리쳐는 잠자코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중력을 거스르고 부유하던, 외계와 이 별의 끔찍한 혼합물은 아스팔트 도로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산성액이 검은 땅 위에 그어진 흰 선을 뭉개고 지우며 흘러나옵니다.
주리치가 한발 물러선다면, 툭. 발치에 익숙한 것이 걸립니다. 대 크리쳐용 살상 무기입니다. ……
이젠 선준기의 유품이나 다름없는.
 
주리치:...
 
kp:4년 전의 이들은 크리쳐의 약점을 모르는 모양이지만…… 수도 없이 상대해 온 탐사자, 당신이라면 어디를 노려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타인의 외형을 복제하는 타입이라면 눈이 핵이잖아요.
물론, 이리저리 피해 다니고, 파괴된 신체도 금세 복구하는 상급 크리쳐의 머리통을 박살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잠들어 있지 않다면 말이에요.
과녁을 겨냥합니다.
 
그리고 총구를 당깁니다.
 
쾅!
 
kp: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영원한 잠에 빠져듭니다.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광장의 블록을 더럽힙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도 선준기는 여전히 잠들어 있습니다
아, 반동이 너무 거셌던지 방아쇠에 걸었던 손가락이며 개머리판을 기댔던 어깨가 미친 듯이 욱신거리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부러진 건지도 모르겠어요.
 
 
kp:그것이 마지막 감각이었습니다.
 
.
 
.
 
.
 
.
 
kp: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어떤 덩어리가 목구멍을 열고 왈칵 쏟아집니다.
그와 동시에 주리치는 눈밭에서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흰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빛의 입자들. 심장은 여전히 정신없이 쿵쾅쿵쾅 날뛰고.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봐도, 옴짝달싹하지 않습니다.
그제야 주리치는 깨닫습니다. ……여기, 설원이 아닙니다.
 
주리치:아?
 
kp:“심…은 어떻지?”
 
“C.V ……ml 투…했습…다. ……분…과. 이… 없음.”
 
“투여량 ……까요?”
 
 
kp:“……마다 … 상태 확…해.”
오한이 듭니다. 눈보다 더 차갑고 소름 돋는 액체가 주사기의 바늘에서 쏟아져 혈관으로 스밉니다. 들리는 목소리는 드문드문 끊기지만, 이해할 수 있어요.
자신이 새로이 ‘최강의 크리쳐’라고 불릴 사람이라는 것을요.
당신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민간인인 당신이 어떻게 생체형 크리쳐 α를 파괴한 건지 이해하지 못했죠. AOC 정예 요원, 최강의 인류가 절반 이상 살해된 가운데 태연하게 살아남은 단 하나의 기적.
AOC 상부에서 당신을 첫 실험체로 고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kp:가장 가능성이 큰 인물이었으니까요.
 
당신은 C.V의 첫 실험체입니다.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kp:선준기와 처음 만난 설원,
그 정의의 구성성분이 되고 싶던 어린 날의 바람,
AOC 입단 후 선준기가 크리쳐였단 거짓된 사실을 접하고 받았던 충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너로서 지켜본 소생과 죽음,
그리고 함께 걷던 나날.
 
kp:주리치는 전부 기억합니다.
당신의 손을 내려다보세요. 이제는 선준기의 자리를 꿰찬 새로운 괴물의 손을.
당신은, 괴물이 되었습니다.
 
이성
 
주리치: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니네 다 뒤졋다
 
이성 -1
 
kp:“심박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투여 중단해! 진정제 준비됐나?!”
 
“예, 대기 중입니다!”
 
.
 
.
 
.
 
.
 
.
 
kp: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주리치는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주리치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성
 
주리치: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kp: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도 아무렇지않습니다.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주리치:하...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kp:고소한 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 앞에 앉은 낯선 사람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라디오 소리는 저곳에서 들리는 것 같네요.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바로 뒤에 왔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레토르트 식품의 푹 익은 건더기를 일회용 포크로 휘저을 뿐,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문득 주리치는,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이 사람에게 왔나요?
 
 
kp: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식량과 온기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무엇이든 좋으니 죽여버리고 싶어.”라고,
 
생각해버렸는지도(어쩌면 말해버리기까지 했는지도!) 몰라요.
부추기듯 두드리는 심장 고동 소리를,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아니, 달려들었을 겁니다. 분명 달려들지 않았나요?
작동 방식도 알지 못하는 총은 내던지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잡는다거나, 없다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운다거나…….
 
kp:대충, 그랬던 것 같은데…….
 
“―――!”
 
kp: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주리치의 세상이 한 번 크게 뒤집히더니, 어느덧 낯선 사람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 그것들로만 이루어진 전부 잿빛인 세계에서… 홀로 살아서.
문득, 주리치는 가슴이 허합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이를테면……
아, 여기부턴 주리치가 아니라 선준기라고 불러야겠네요. 또 뒤집혔잖아요.
 
END 3. 클리셰 파괴를 위한 클리셰,주리치
 
kp:KPC 생환 / 탐사자 생환?
보상 : 축하합니다! KPC와 탐사자를 반전해서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를 한 번 더 다녀올 수 있게 됐어요!
 
주리치:와..........................................................................................................
 
kp:개오지지
히든엔딩이 최고지
근데 이거 아직 아무도 못봄..
개슬퍼
 
주리치:ㅁㅊ........................................................
 
kp:ㄴㄷ
ㄱㄴㄲ
그래서
히든엔딩인가봐
 
주리치:
 
kp: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리치:준기가뒤진대잔아
아ㅡ
ㅡㅡ
 
kp:ㅁㅈ
 
주리치:네에 ㅋ
 
kp:혈음이는
나랑다녀와서
내가 그전에
이용당하고싶지않다고
해서
 
kp:
ㅋㅋㅋㅋㅋㅋㅋ
ㅁㅈㅁㅈ
 
주리치:
 
kp:근데 이게 히든엔딩인 이유가
이런데 있는듯..
보통 살릴거라서
 
주리치:아...
ㄹㅇ..
ㄷㄷ
 
kp:루하
용하
뿌신다 100퍼
 
kp:
 
주리치:
 
kp:이거 엔딩 1도있어
설원에서
죽이는거
 
주리치:
 
kp:아 왜살라ㅣ지?
 
주리치:그거 볼듯
 
kp:이거있음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p:설원엔딩있어
ㅇㅇ
 
주리치:엔딩 2
브금 너무좋아
머임?
 
kp:폴아웃보이
 
주리치:
 
kp:센츄어리!
 
주리치:과몰입가능
와..ㅁㅊ..
이제 이노래들으면 준기생각난다 ㅅㅂ
 
kp:
ㅋ아흐벌
 
k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노래 개좋아
 
주리치:줫댓다 노래 존낟좋다
 
kp:나도 과몰입오지게함

 

myoskin